[343호 에디터가 고른 책]

가족의 온도 

이설아 지음
생각비행 펴냄 / 18,000원
 

각설하고, 입양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이 책에는 세 아이를 입양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나고, 조금씩 알아가고, 연결되어가는 과정이 군더더기 없으나 담담(潭潭)하게 그려져 있다. 

은기, 시아, 찬이를 차례로 입양한 엄마가 직접 쓰고 그린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는 미처 생각 못했던, 입양 아동들이 통과할 수밖에 없는 불안과 슬픔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이를테면, 생후 37일인 갓난아기 때부터 함께 지낸 은기는 어느 날 잠자리에 들기 전 문득, 한참을 슬프게 울었다. “엄마가 떠날까 봐.” 입양 전부터 오랜 시간을 만나며 준비하고 함께 4년을 살았던 시아 역시도,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이야기가 나오는 책을 읽다가 큰 울음을 토해냈다. 낳아주고 떠나버린 엄마를 생각하면 몰려오는 슬픔 때문에. 저자도 아이들과 함께 한참 울었다.

인지할 수 있는 때가 되니 이미 생모를 상실한 경험을 당한 입양아는 그렇게, 영문을 알 수 없는 상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슬픔과 불안감을 통과하며 자라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며 비로소 인지하게 된 또 한 가지 사실은, (나를 포함하여) 입양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실제 입양아의 입장보다는) 언제나 입양 주체(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왔다는 점이다. 

“입양으로 이 귀한 아이를 얻었다는 행복에 취해 단 한 번도 아이가 이런 슬픔을 통과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입양으로 가족이 되었지만 그 사실을 잊고 지낼 만큼 평안한 나, 그리고 입양으로 가족을 얻었지만 그 사실이 때때로 폭풍처럼 다가오는 아이들. 우리는 이미 영원한 가족이 되었음에도 가끔 이렇게 다른 시간을 통과하곤 한다.”

어차피 세상의 모든 부모가 실은 자식이 겪는 불안과 슬픔을 미리 알 수는 없기에,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입양 과정에서 쌍방이 동의하면, 아이 생모와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개방 입양으로 더 큰 ‘가족’을 만들어갈 수도 있다. 책 말미에 담긴 ‘입양 마주이야기’ 8원칙까지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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