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호 신학서 읽는 네 가지 시선] 래리 라스무쎈의 《지구를 공경하는 신앙》(생태문명연구소, 2017)

1. 저자의 관심: 신학자의 책임
라스무쎈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 건 본회퍼를 공부하면서였다. 오래전 책이지만 그가 쓴 《본회퍼 해설서》(Dietrich Bonhoeffer: Reality and Resistance, 1972)는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이후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책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아 아쉬워하던 차에 우연히 같은 저자의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해서 읽었다. 국내에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영향력 있는 기독교윤리학자로 자리매김했고, 특별히 환경윤리와 사회정의에 관심을 두고 연구한 신학자로 알려졌다. 그는 1986년부터 2004년까지 유니언 신학대학(Union Theological Seminary)에서 라인홀드 니버 석좌교수로 재직하다가 은퇴했다. 유니언 신학대학은 라인홀드 니버와 디트리히 본회퍼가 가르쳤던 학교였고, 흑인 신학의 대부인 제임스 콘과 한국 신학자 현경 교수가 가르치는 학교이기도 하다. 저자는 오랜 시간 WCC 위원으로 활동했고, 기독교윤리학회(Society of Christian Ethics)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라스무쎈 교수가 구체적인 현실 문제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그동안 니버와 본회퍼를 꾸준히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이 두 신학자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신학적 사유에 반대하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본회퍼는 “오늘 우리에게 그리스도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신학이 현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고, 니버 역시 기독교 현실주의를 주장하면서 미국 정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신학과 신학자는 누구를 위해 봉사해야 할까? 보수적인 신학자들은 ‘교회를 위해서’라고 말하겠지만,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현존과 능력”을 강조하는 신학자라면 ‘이 세상을 위해서’라고 말할 것이다. 세례를 받을 때 사용하는 물, 성찬식에서 사용하는 빵과 포도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제공한 자연의 성례전이다(437쪽). 조금만 상상력을 확장하면 우리의 영혼은 물과 곡식 그리고 근원적으로 이 땅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이 땅에서 자라는 빵과 포도주를 통해 인간과 만난다. 결국 모든 생명체는 하나로 연결된 존재(interbeing)이며, 자기 안으로 구부러진 자아에서 벗어나 서로주체성(intersubjectivity)으로 존재한다(495쪽). 하나님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묵상하고 경험한 신학자는 자연스럽게 지구를 공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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