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호 부전자전 고전: 아들의 편지]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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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세 번째 편지를 쓰네요, 아빠. 우리가 인간사를 관통하는 가장 오랜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와중에 시간이 금세 흘러서 계절이 바뀌었어요. 이렇게 계절이 바뀌는 때에는 수세기를 버텨오며 지성이 농축된 고전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은 얼마나 짧은지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 있지요. 제 삶 이전부터 존재해온 이 낡은 책이 덧없는 것일까요, 그 앞에 놓인 제 삶이 덧없는 것일까요?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고민을 마주하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아빠와 고전을 논하는 지금은 그런 덧없음을 상상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열정적인 시간이에요. 함께 사는 가족과의 실제적인 대화인 동시에 살아 숨 쉬는 고전을 즐길 수 있으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빠도 그렇죠?

아빠가 하박국의 고통을 다룬 책을 쓰면서 많이 연구했다는 거야 잘 알고 있었지만, 폭력에 대한 고전으로 하박국서를 뽑았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수였어요. “제 힘이 곧 하나님이라고” 여기게끔 하는 폭력의 신적 충동, 그러나 정작 하나님은 결코 폭력을 용납하지 않으며, 설령 하나님의 폭력으로 보이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종말론적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신학적 해석은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교적 덜 읽히는 이 하박국서에 이런 보물 같은 논의가 숨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사실 폭력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면서부터 다루고 싶은 몇몇 학자들이 있었는데, 아빠랑 같이 하박국서를 읽으면서 이 사람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앞선 두 차례의 편지에서 베르그송과 레비나스를 같이 읽으면서 현대 프랑스 철학의 조류를 살짝 맛보았는데 이번에는 시간과 장소를 조금 옮겨보려 해요. 폭력에 대한 비상한 통찰이 담겨있는, 17세기 영국의 토머스 홉스가 쓴 《리바이어던》(나남)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정치·사회사상사에서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이면서도 제 나름의 인간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친 소중한 책이에요. 뭐가 그렇게 대단하기에 그리도 유명한 책인지, 하박국서와의 연결고리를 더듬어 찾아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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