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호 세상 읽기] 일본의 경제 도발과 동북아 신냉전

   
▲ 아베 총리가 감행한 일본의 경제 도발에 항의하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사진: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동북아 신냉전 구도와 한반도
1990년대 소련과 동구권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면서 2차 대전 이후 세계를 지배했던 냉전체제는 와해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은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을 미래의 적으로 간주하여 동북아뿐 아니라 태평양 일대의 국가들을 묶어 대(對)중국 견제세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은 일본의 재무장을 허락하여 중국 견제의 견인차로 삼고, 한국을 그 전초 기지로 삼겠다는 그림을 오래 전부터 그려왔다. 다시 말해 미국, 일본, 대한민국을 동맹군으로 하여 동북아에서 새로운 냉전체제를 수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2차 대전 직후 형성된 제1차 냉전의 출발 지점이 되어 한국전쟁이란 동족상쟁의 비극까지 겪었던 한반도가 이제 새롭게 시작되는 ‘미·중 신냉전’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것은 한민족의 운명이기에는 너무도 억울한 일이다.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 상당한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결단코 피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새로운 냉전 구도 속에서 일본은 미국의 패권 아래서, 자국에 비해 아직 국력이 약한 대한민국을 종속시키고자 하는 야망을 갖게 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과 지정학적으로 인접하여 국토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엄청나게 많이 얽혀 있다. 특히 아직도 정리되지 않은 과거사 문제가 남아 있어 감정적인 앙금도 쉽게 없어지기 힘든 상태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을 단순히 국력만으로 종속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에 한국의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권을 인정한 판결에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한 것은,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나라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경제력 시위를 한 것임이 명백하다. 이어 전개되는 사건들은 한일 관계의 복잡성을 보여주고 있다.

1965년 체제와 한일 갈등
1965년 대한민국의 박정희 정부와 일본의 사토 에이사구(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친동생으로 당시 총리) 정부 사이에 맺은 ‘한일기본조약’은 4개의 부속 협정이 딸려 있다. 부속 협정이란 청구권, 재일동포 법적지위, 문화재, 어업에 관한 협정으로, 이번에 일본이 문제 삼은 것은 청구권 협정이다. 이 조약은 1910년 8월 22일 및 그 전에 일본과 대한제국 사이에 맺은 모든 조약과 협정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은 대한제국에 대한 일본의 식민 지배가 당시엔 합법이었지만 지금은 무효라고 해석하는 반면, 대한민국은 그것이 원래부터 불법이기 때문에 원천적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청구권 문제는 이 조약으로 다 해결되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일본은 이 조항이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일본 정부나 기업이 한국인 피해자 개인에게 보상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대한민국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강제 노역을 시킨 민간 기업에 개인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한일 간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독도 문제는 1965년 조약에서 제외함으로써 훗날의 논란거리로 남았다. 그렇기에 한일기본조약은 과거 역사를 해석하는 문제, 청구권 자금의 성격 문제 그리고 독도 등 영토 문제까지 미결로 남겨둔 불안정한 조약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경제개발을 위한 뭉칫돈이 필요했던 박정희 정권은 서두를 수밖에 없었고, 냉전체제 속에서 일본과 한국을 하나의 지역 공동체 안으로 흡수시키려는 미국의 압력 또한 적지 않아서 서로 해석이 다른 회색 지대를 남겨놓은 채 조약이 맺어졌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인권 운동가들이 위안부 문제를 국제 인권 문제로 부각시켰고 일본도 이로 인해 세계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자 어떻게 해서라도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자 했다. 그에 따라 박근혜 정부 시절 위안부 문제 합의를 양국 국회의 비준도 받지 않고 심지어 피해 여성들의 동의도 없이 공표해 버렸으며 다시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발표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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