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호 무브먼트 투게더] 교회 정보 제공 플랫폼 <교회가는 길>

어느 주일 풍경
주일 풍경 #1
기호 씨는 요즘 지도를 자주 들여다본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 단지 주변의 지역 정보를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마트나 식당, 약국 관련 정보도 익혀야 하지만 무엇보다 고민하며 자주 들여다보는 건 교회다. 오늘도 아이 예방 접종을 위해 소아과에 가면서 상가 건물에 새로 입주한 교회를 눈여겨봤다. 큰 교회에 부정적 시선을 갖고 있는 터라 작고 아담한 교회가 좋지만, 교회가 너무 작아 아이들 교육부서 운영은 미흡하지 않을지 걱정됐다. 그렇다고 인근에 새로 지어진 큰 교회에 가려니 ‘문제가 많다’고 뉴스에서 자주 본 교단 소속이라 망설여진다. 집에 오자 우편함에는 또 다른 교회 전도지가 꽂혀 있다. 엊그제 퇴근길에 전철역 앞에서 커피를 나눠주며 전도하던 교회다.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주십니다’라는 전도지 문구가 너무 올드하다. 전도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사회문제에 관해서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주일 풍경 #2
나은 씨는 ‘가나안 성도’가 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오랜 습관을 따라 주일마다 집을 나선다. 몇몇 교회를 탐방하다가 요즘은 조용히 혼자 예배드릴 수 있는 스타벅스에 정착했다. 주말에도 노트북을 켜고 공부를 하거나 일하는 사람들 틈에서 나은 씨도 노트북을 꺼내 성경앱을 실행하고 유튜브를 켜서 예배 실황에 접속했다. 속으로 찬양을 따라 부르고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 예배가 끝나고 남은 커피를 마시고 일어섰다. 오늘 들은 설교에 대해 뭐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이전 교회 친구에게 커피나 한잔하자고 톡을 남겼다. 교회를 탈출한 초기에는 주일이 참 느긋하고 편안했는데, 요즘은 주일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어디 좋은 교회가 있으면 정착하고 싶은데 교회 탐방하다 몇 번 데이고 나니 예전에 교회에서 봉사하던 것보다 다닐 만한 교회를 찾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두 사람의 주일 풍경을 잠시 상상해보았다. 물론 상상해서 쓴 내용이지만, 전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사실 100% 상상으로 쓴 것은 아니고, 절반 이상은 나의 경험이자 내 친구들의 경험이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의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교회가 편의점보다 많다지만…
한국에는 교회가 많다. ‘편의점보다 교회가 많다’는 우스갯소리는 이미 통계로 검증된 팩트가 되었다. 대형 아파트 단지의 상가에는 층마다 교회가 입주한 경우가 흔하고, 요즘은 카페나 사무실, 학원 등도 주일에 교회로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 발표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의 교인 수 통계에서도 교인은 7만 명(2.8%)이 줄었지만, 교회는 94곳이 증가했다. 이 통계를 기준으로 볼 때, 교인 수는 2010년 이래 계속 줄고 있는데, 교회 수는 줄어든 적이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교회들 속에서도 다닐 만한 교회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교회를 찾아야 하는 필요’는 모든 성도들에게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비단 가나안 성도 현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사, 진학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교회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맞는 교회를 찾을 수 있는 통로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지도앱이나 검색엔진을 통해 교회 목록을 찾기는 어렵지 않지만, 정작 교회를 결정하고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데 중요한 요소인 교회의 신앙적 색깔이나 특징을 알 방법은 거의 없다. 언론에 교회를 소개하는 기사가 종종 올라오기는 하지만 좋은 면들이나 일부 특징을 부각한 기사인 경우가 대다수이고, 그렇기에 교회를 찾는다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교회를 방문해 시행착오를 겪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소비된다.

청어람ARMC에서는 지난해 자체적으로 교회를 찾는 과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어떤 이유로든 ‘교회를 옮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8%에 이른다. 그리고 “앞으로 교회를 옮기거나 새로운 교회를 찾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9.7%가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지만, 22.8%는 “현재 옮길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무려 43.7%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교회를 옮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교회를 옮긴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교회를 옮길 때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묻자 38%의 응답자가 “교회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나 “개인적인 신앙의 고민 과정”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40%의 사람들이 “새로 다닐 만한 교회에 대한 정보 부족”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어떤 이유로든 새로운 교회를 찾고 교회의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압도적인데, 그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나 신앙적 도움은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임이 설문을 통해 확인되었다.

교회가 넘쳐나지만, 정작 다닐 만한 교회를 찾기 어려운 현실. 이것은 ‘교회’와 ‘성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이자 괴리다. 몇몇 문제적 대형교회들의 잘못이 지적될 때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래도 선량하고 좋은 교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 왔는데, 정작 내가 그런 교회를 찾으려고 하면 당최 보이지를 않는 것일까? 밥 한 끼 맛있게 먹으려고 ‘싸고 맛있는 식당’을 찾을 때는 블로그 몇 번 검색하면 금세 나오는데, 그 갈고닦은 검색 기술을 모아 정보의 바다를 아무리 헤매도 왜 다녀볼 만한 교회를 찾는 건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 〈교회가는 길〉앱 초기화면 갈무리


〈교회가는 길〉은 이런 ‘교회'와 ‘성도’ 사이의 괴리감을 해소하고자 기획된 서비스다. 이를 통해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해서 웹과 앱을 통해 제공하고, 신뢰할 만한 단체와 전문가의 교회 리뷰를 제공하며, 나아가 사용자들이 직접 교회에 대한 리뷰를 남기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건강한 교회를 세우고자 노력하는 이들은 함께할 동역자들을 만날 수 있다. 결국 ‘교회’와 교회를 ‘찾는 이’들 사이를 연결하며, 모두 함께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공론장을 만드는 것. 이것이 〈교회가는 길〉의 목표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교회 정보 데이터베이스

교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객관성과 신뢰도이다. 일단 정보가 충분하고 정확해야 하며, 믿을 만하고 공감이 가야 한다. 〈교회가는 길〉은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교회의 특징을 드러내기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30가지 항목을 선정했다. 이 정보에는 교회 이름, 위치, 교단 같은 기본 정보를 포함해서 정관 제정 여부, 재정 투명성 정도 등 건강성 정보, 신학 성향, 예배 분위기, 세대별, 계층별 친화성, 후원단체 및 기관 등 교회의 신앙적 색깔을 드러내는 정보들이 포함되어 있다. 정보들 중에는 단순히 수집하기만 하면 되는 정보뿐 아니라 일정한 가치 평가가 필요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지만, 최대한 가치 평가는 지양하고 서술적(descriptive)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런 정보들은 교회에 직접 설문지를 보내 교회가 여러 가지 질문에 응답하게 하고, 그 응답을 바탕으로 〈교회가는 길〉 운영위원회에서 다시 평가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운영위원회는 협력 단체와 자문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계속해서 다닐 만한 교회들을 수집하고 정보를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교회를 찾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인 “예배와 말씀이 은혜로운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은혜롭다”는 평가는 가치 판단이 많이 필요한 평가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회가는 길〉에서는 예배와 말씀에 대해서 교회의 신학적 성향, 예배 분위기, 설교 유형, 설교 시간, 나아가 예배당의 시설과 편의성까지 정보를 제공한다. 교회를 찾는 사람은 〈교회가는 길〉을 통해 그 교회의 예배 분위기가 ‘전통적’인지 ‘현대적’인지 ‘전례적’인지, 설교 유형이 ‘강해 중심’인지 ‘주제 중심’인지 ‘교회력 중심’인지, 설교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예배당의 시설과 환경은 어떤지를 확인하고 예배와 말씀의 분위기를 스스로 짐작해볼 수 있다.

요컨대, 〈교회가는 길〉은 교회 평가나 추천이 아니라 ‘교회 정보 데이터베이스’이다. 이 데이터베이스에서는 교회를 평가하고, 줄 세워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회들의 다양한 특징과 지향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사용자들은 자신들의 필요와 지향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자신이 찾는 교회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자
물론 각자에게 맞는 교회로 가는 길은 데이터베이스만으로는 찾을 수 없다. 교회를 찾는 사람들은 〈교회가는 길〉에서 확인한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교회를 방문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교회를 찾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보만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다양한 경험과 평가들이 생길 것이다. 〈교회가는 길〉은 그런 경험들 역시 교회에 대한 정보로 축적되기를 기대한다. 사용자들의 참여와 리뷰, 교회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한 정보가 되고 우리의 교회 가는 길을 조금 더 선명하게 할 것이다.

〈교회가는 길〉이 이르고자 하는 목표 지점은 교회에 대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론장, 플랫폼이다. 교회는 천상의 조직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며 끝없이 갱신되어야 하는 조직이다. 오늘의 교회가 교회답기 위해서는 더 많은 참여, 더 다양한 담론과 토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교회에 대한 논의와 개혁 운동은 교회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주로 목회자나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하향식(top-down) 성격이 강했다. 이제 이 운동의 성과를 기반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면 기존 운동의 자원을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제공할 뿐 아니라 그 운동에 사용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상향식(bottom-up) 운동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교회가는 길〉은 단순히 교회를 찾는 이들이 자신들의 ‘교회 가는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넘어, 오늘 위기와 한계에 처한 교회가 어디로 가야 할지 ‘교회가 가는 길’을 모색하는 교회 개혁 운동이 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한국 기독교 생태계 전체를 건강하게 하는 운동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교회가 필요하고,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제,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자. 함께 교회 가는 길을 모색하자.

〈교회가는 길〉 구성 요소


 

 

 

 

 

 

 

 

〈교회가는 길〉은 청어람ARMC와 교회개혁실천연대 및 10여 개의 교계 단체가 협력해서 운영하는 교회 정보 플랫폼 서비스다. 2018년 5월부터 기획·개발을 시작해 사전 조사, 서비스 설계 및 개발, 협력 단체 조직 및 자문위원 위촉, 교회 자료 수집 과정을 거쳐 2019년 8월에 버전1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런칭된 버전1 서비스에서는 운영위원회에서 미리 조사하고 선정한 서울 경기권 250여 개의 교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은 해당 교회에 대해 리뷰를 남김으로써 제한적으로 참여한다. 향후 2단계에서는 사용자들의 교회 등록 기능과 조금 더 적극적인 리뷰, 커뮤니티 기능을 오픈하고, 3단계에서는 서울 경기를 넘어 전국권의 교회 정보를 추가할 예정이다.

PC 혹은 모바일 웹브라우저에서 접속(http://findingchurch.net)해 사용할 수 있으며, 구글 플레이 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교회가는 길〉을 검색해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 협력단체: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 뉴스앤조이, 바른교회아카데미, 복음과상황, 선교한국, 성서한국, 아드폰테스,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청어람ARMC, 학원복음화협의회, 한국교회탐구센터, 한국기독교언론포럼 등
 ● 문의: 청어람ARMC 02-319-5600, way@findingchurch.net


박현철
청어람ARMC 연구원, ‘또다른 숲’ 목사. 컴퓨터와 신학을 공부했다. 새로운 신앙운동, 새로운 교회에 관심이 많다. 동네 구석구석 숨은 교회 찾는 게 취미이자 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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