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7호 표지]

 

   
 

386에서 90년생까지, 한 걸음 더


아주 오래 전 386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꽤나 뜨악했더랬습니다. 30대 나이에 80년대 학번이면서 60년대에 출생한 세대. 군사정권 아래서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제 50대 중년이 된 그들을 586으로 부르기도 하더군요. 화제의 책인 《90년생이 온다》에서는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1990년대 출생의 20대 청년들”을 ‘9급 공무원 세대’라고 특징지어 부릅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전후 세대), X세대(7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80년대생), Z세대(90년대생)… 세대를 묶어 가리키는 이름마다 세대별 특징을 담고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 명칭이 자칫 개별적 존재인 ‘사람’을 가려버릴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집단적 특징이 개별적 존재를 대체할 수는 없을 테지요. “간단함, 병맛, 솔직함”을 특징으로 한다는 ‘90년생’이라는 명칭이 저희 새내기 동료인 김다혜 정민호, 두 수습기자를 정의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아니, 그 명칭이 고유하고 풍부한 개별성의 존재인 ‘김다혜’ ‘정민호’를 담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세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연령 효과’(age effect)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특정한 (이를 테면, 정치적으로 더 보수적이 되어가는) 경향성 말이지요. 60년대생인 편집장과 90년대에 태어난 수습기자들의 나이 차가 20년이 넘는데 세대에 따른 경향성이 없을 수 없겠지요. 사회 이슈에 대한 관점이나 문화적 습관, 일상적 사고에서 양자 간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교회 안을 들여다보면, 그 간극은 더 클지도 모를 일입니다. 신앙생활이나 사회 이슈에서 서로 평행선만 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태극기를 성실히 들었던 아버지와 촛불을 의연히 들었던 딸이 정치적으로 충돌한다 하여 인간적으로 대화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신앙적 관점이 다른 경우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한 걸음씩 다가서거나 한 치라도 더 서로 귀를 기울여 듣고자 한다면, 한 뼘은 더 가까워지지 않을지요.

  시작은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 이야기에서 10월호 기획이 출발했던 거지요. 마침 수습기자들이 모두 90년대생인지라 기획 논의는 날개 단 듯했습니다. 90년대생을 커버스토리 중심에 놓되 부모세대까지 범위를 넓히자는 쪽으로 정리되었고, 90년대생들과 60년대생, 80년대생이 호흡을 맞추어 움직였습니다. 그리하여 20년 차가 넘는 세대 간에도 ‘케미’가 잘 맞을 수 있다는 즐거운 발견을 하게 된 건, 이번 호가 덤으로 준 선물입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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