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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다니는 무신론자 차현호 씨
[352호 커버스토리] "하나님은 믿지 않지만, 교회는 좋아합니다"
[352호] 2020년 02월 19일 (수) 11:16:23 차현호 daaekim@goscon.co.kr

 

스스로를 불신자라고 소개하면서 교회는 재밌게 다니는 한 청년을 만났다. 인문학 공동체에 속해 철학을 배우고 성경을 읽기도 했다는 그는 1년째, 왕복 세 시간 거리의 교회를 다니고 있다. 신앙은 있는데 교회는 나가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요즘,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것도 아닌데 ‘교회가 재밌어서’ 다닌다니? 같은 교회에 다니는 애인 때문인가? 흥미 반 의심(?) 반, 인터뷰 요청을 했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 기독 월간지의 인터뷰 요청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그는 “재밌겠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불 끄고 조명 켜놓고 저마다 작은 빵조각이랑 희석된 와인을 들고 다니면서 서로 축복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게 되게 감동적이더라고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고, 관련 분야로 취업을 준비 중인 차현호라고 합니다. 더 얘기해야 되나요?(웃음)

이 인터뷰를 수락하시게 된 배경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독교 매체와 인터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으세요?  
애인이 이 잡지를 보여준 적이 있었어요. 이런 월간지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성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호감이 있던 상태였어요. 그래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당황스럽지 않았어요. 그냥 웃겼어요. 

웃겼다고요?
제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오히려 ‘하나님이 있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스스로 불신자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기독 월간지가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니까,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그래서 웃겼어요.

이전에도 교회를 다니셨군요. 
교회가 좀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긴 했어요. 명절에 외가댁에 가면 이모부가 기도를 하셨거든요. 그리고 제가 네 살 때였나? 유치원 어머니 모임에서 어머니가 사람들 따라서 교회에 가셨다가 저도 같이 데려가신 적이 있어요. 제가 중학생 때도 어머니는 동네 교회에 나가셨는데, 성인 예배 때 저도 종종 갔고요. 

신의 존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중학생이던 그때 저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믿었던 거죠.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머니가 그렇게 가르치셨던 것도 있고, 요즘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일반적인 교회에 갔을 때 목사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진 않잖아요. 좋은 분위기에서 신성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착해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지?’라는 의문이 그땐 없었어요. ‘하나님이 있대, 우리가 증명할 순 없어. 그런데 그냥 믿는 거야’ 하는 다른 사람의 말들을 듣고 그런가 보다, 하고 믿었던 것 같아요. 중학생 때가 그나마 제일 자주 교회에 나갔을 때인데 한 달에 한두 번 나갔던 것 같아요. 교인들 입장에서는 아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자주 나간 거거든요.

믿는다고 ‘생각했다’는 말씀을 반복하셨어요. 돌이켜 보니 아니었다는 말씀인가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제가 미국에 교환학생을 간 적이 있어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단체가 기독교 기관이었는데, 그걸 통해서 미국에 갔어요. 거기 있을 때 목사님 댁에서 묵었거든요. 주말마다 할 것도 없으니까 그분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어요. 제가 그 동네 유일한 동양인이었는데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죠. 왕따를 당했거나 그런 게 아니라 이방인의 입장으로 다가가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해내야 하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런 용기가 필요할 때 하나님을 찾았거든요. ‘하나님 뭘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잘 지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하고 매일 기도하고. 나는 이걸 스스로 할 수 없는데 전지전능한 존재가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큰 용기가 나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온 뒤로는 입시생 모드로 돌입했어요. 자연스레 교회를 안 가게 되었고…. 신앙이라는 게 희미해지더라고요. 대학생 때는 전혀 교회에 가지 않았죠. 

 

   
▲"한 인문학 공동체에서 철학을 비롯해 인문학, 역사, 예술 등의 고전 텍스트를 공부하면서, 하나님을 믿는다는 생각에 더 의구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때 성경 텍스트도 함께 읽었는데, 그때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게 합리적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그러다가 기독교인인 애인 분을 만나서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되신 거군요. 
혜인이가 자기는 기독교인이라고 밝혔을 때 “나도 기독교인이라고 생각을 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근데 제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했을 때 취했던 행동은 힘들 때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하는 그 정도밖에 없는 거예요. 기원을 하는 일밖에 없다면 민간 무속신앙과 다를 것이 뭐냐 말을 혜인이에게 들었어요. 그건 기독교의 본질이 아니라는 말도요. 그때부터 기독교인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기독교인인 애인을 통해서 기독교인이 아닌 거 같다고 스스로를 재정의하게 된 거죠. 

다시 교회에 나가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혜인이는 한참 교회에 가고 싶어 했는데 괜찮은 교회 공동체가 잘 없으니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교회를 찾아보고 돌아다니는 걸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이 교회 괜찮은 것 같아. 같이 가볼래?’라고 했을 때 신뢰가 갔죠. 교회 건물은 참 예뻤어요. 근데 그 뒤로 제가 안 갔어요. 2년 전이었는데,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에 갈 책임이나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교회에 관심이 없었던 거죠. 

아주 무관심하기도 어렵지 않았나요? 
철학을 통해서 의구심을 더해갔던 시기가 있었어요. 한 인문학 공동체에서 철학을 비롯해 인문학, 역사, 예술 등의 고전 텍스트를 공부하면서, 하나님을 믿는다는 생각에 더 의구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때 성경 텍스트도 함께 읽었는데, 그때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게 합리적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지금 이 교회를 다니면서 앞으로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공동체 가치나 운영 방식을 실험해볼 수 있는 곳이겠다 싶었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그곳에서 성경 텍스트를? 
그 아카데미에서는 라틴어, 도덕경을 외우는 걸로 매주 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낙오되면 바로 아웃이 되거든요. 되게 긴장해야 하고 매사에 일정을 관리해야 했어요. 그때 제가 들었던 수업 중에 고대 텍스트를 해독하고 해석하시는 선생님이 계셨어요. 성경 텍스트를 원문으로 해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학자 중 한 분이셨는데, 그분을 통해 성경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른 문화권 텍스트를 참조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때 성경이 단순히 하나님이 전해준 불가침적인 글이 아니라, 당시 고대 맥락에서 사람이 써낸 혼합적 텍스트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당대 사람들의 시선이 담길 수밖에 없는데, 이 텍스트만 갖고 어떤 공통된 하나님을 끄집어내서 믿는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하나님을 믿지 않게 되었죠.

그런 회의감이 쌓인 상태인데 교회에 다시 나가기까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애인이 여름 수련회를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마음은 어려웠지만 함께 갔죠. 아는 사람도 없는데, 알고보니 다들 서로 안 친하더라고요.(웃음) 그 어색한 분위기에서 불 끄고 조명 켜놓고 저마다 작은 빵조각이랑 희석된 와인을 들고 다니면서 서로 축복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저는 그게 되게 감동적이더라고요. 

 

   
▲ "내가 안심하고 말해도 되는 곳이구나 싶었어요. 그동안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나와 이들의 차이는 뭘까, 고민하게 된 거죠." ⓒ복음과상황 정민호

어떤 지점에서 감동적이셨어요? 
믿음을 공유하는 공동체라는 이유만으로, 안 친한 사람에게 ‘당신을 축복합니다’ 하면서 빵을 적셔서 입에 넣어주는 행위가 따뜻하다고 느꼈어요. 교회가 존재해야 한다면 이런 목적으로 존재하는 건가 보다 싶더라고요. 그것을 통해 낯선 이를 품는 느낌이 굉장히 강해서. 

성찬식의 기억이 좋아서 그 교회를 계속 다니시게 된 건가요? 
그때 이 교회라면 예배 때 어떤 말씀을 하는지 들어보고 싶다고 느꼈어요. 처음 나갔을 땐 믿음이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친해지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사실 나는 하나님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라고 편히 말하게 되는 때가 왔지만요. 그런데 그때 사람들이 “어 맞아, 나도 그래” 하더라고요. 내가 안심하고 말해도 되는 곳이구나 싶었어요. 그동안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나와 이들의 차이는 뭘까, 고민하게 된 거죠.

신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거네요?
그렇죠. 가장 큰 차이는 그 친구들은 ‘그럼에도 하나님이 있다고 믿겠다’ 하는 거고 저는 ‘아직 잘 모르겠다’는 거지요.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천국이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땅에 구현하는 게 천국’이라는 방향으로 성경 텍스트를 해석하시더라고요. 그 말은 즉, 죽음 이후가 아니라 ‘이 땅’에서 우리가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같이 사는 사람들이랑 천국을 만든다는 건 좋은 공동체를 만든다는 거고. 거기에 저도 영향을 받았어요. 죽어서 가는 천국만 말하는 목사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좋은 공동체를 구현하는 게 기독교가 할 수 있는, 추구해야 할 가장 큰 가치라고 말하는 부분에 동의하게 됐어요. 물론 기독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들도 그런 걸 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좋은 공동체를 구현하는 게 종교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가치라고요?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과 공동체적 가치를 잇는 연결 고리를 만들어내면 믿지 않는 사람들도 기독교 교리가 들을 만한 거라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왕복 세 시간의 거리를 다니기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매주 나가는 건 아니라서.(웃음) 지난해는 제가 4학년이었는데 들어야 할 학점이 많아서 잘 못 나갔어요. 방학 때는 자주 갔지만. 하여간, 계속 나갈 원동력이 되는 건 목장 목원들이랑 엄청 친해진 게 큰 것 같아요. 믿음이 있는 것과 별개로, 이 교회에선 저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여기고 베풀어준 거잖아요. 그동안 저는 거의 무상으로 받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일정 부분 기여를 해야겠다 싶어서 교회 주보를 만들게 되었어요. 주보 만드는 게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웃음)

 

   
▲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제가 원하는 건 이 교회의 공동체적 가치니까요. 성경에서는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공의라든가 은혜라든가 하는 가치들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죠."  ⓒ복음과상황 정민호

그럼에도 결국 애인 때문에 교회를 다니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요?(웃음) 
예전엔 그랬어요. 초창기엔 애인이 교회에 안 간다고 하면 저도 안 갔으니까요. 지금은 애인이 안 가는 날이어도 혼자 가요. 지금은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는 마음이 드니까요. 하나님을 믿지 않더라도 제가 교회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없는 게 아니잖아요. 하나님을 믿지 않아도 제가 원하는 건 이 교회의 공동체적 가치니까요. 성경에서는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공의라든가 은혜라든가 하는 가치들을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죠. 

언제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고 딱 느끼셨어요?
이 친구들을 교회 밖에서도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요. 좀 웃긴 얘긴데, 그 생각을 한 계기는 같이 온라인 게임을 했을 때예요. 화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랑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느꼈어요.(웃음) 나도 일원이 될 수 있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어떤 부분에서 지금 다니시는 교회와 결이 잘 맞는다고 느끼셨나요?
일단 배척하지 않는 분위기랄지. 소수자에 대해서 누군가를 교리로 배척하기보다 끌어들이고 포용하려는 집단이라서요. 누군가를 배척하려고 선 긋고 급을 매기는 게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이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런 점에서 제가 다니는 교회는 한국 사회에 기여를 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갈등상황의 최전선, 이념과 이념이 부딪치는 장소에 있다 보니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왜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얘기를 들어보면 사람마다 계기가 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악습이 심했던 경찰서에서 의경으로 있었어요. 말도 안 되는 일로 질타를 듣거나 서로서로 뒷말을 하거나 이런 게 있더라고요. 주로 공격의 대상은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었어요. 발생하는 문제의 모든 누명을 신병이 뒤집어쓰는 그런 분위기가 팽배했어요. 
당시 그 집단에 속한 개인으로서 우리 세대가 시민 교육을 덜 받고 자란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런 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하나, 고민되더라고요. 제가 의경 때 세월호 시위하시는 분들을 최전선에서 막았어요. 갈등상황의 최전선, 이념과 이념이 부딪치는 장소에 있다 보니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서로 이념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약자가 되는 사람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그 문제는 왜 발생할지에 대해서도요. 

지금 교회라는 시스템을 바라보는 시각은요? 
지금은 공동체가 파편화되었다고 느껴요. 국가라는 단위로 큰 공동체가 운영되지만 이념이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그런데 정작 공동체가 어떤 식으로 운영되어야 그 공동체 일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가, 그것에 대한 고민과 이를 고려한 시스템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이 교회를 다니면서 앞으로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공동체 가치나 운영 방식을 실험해볼 수 있는 곳이겠다 싶었어요. 

공동체를 보면서 항상 좋을 수는 없을 텐데, 그만 다니고 싶었다거나 낯설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아직은 없었어요. 1년이 누구한테는 길어 보일 수 있는데 저한테는 꽉 채운 1년도 아니고 이제 막 몸담는 느낌이라.
 
이미 얘기하신 것처럼 열심히 다니신 것도 아니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어떻게 교인들과 친해지셨어요? 
친구들이 먼저 저를 품어줬기에 마음을 열게 된 것 같아요. 불신자라고 밝힌 저를 전도하려고 한다기보다는 ‘네 생각이 듣고 싶어’ 하는 관심이 느껴졌어요. 그걸 느끼고 대화의 여지가 생긴 것 같아요. 

애인 분과도 기독교·종교·신을 주제로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세요? 
2017년도에 한참 그런 대화를 많이 했어요. 저는 ‘하나님이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없으니까 합리적으로 사고를 한다면 믿지 않는 게 맞는 것 같아’ 말했는데 혜인이가 화두를 던졌어요. ‘삶을 사는 데 하나님이 있고 없고를 증명하는 게 그렇게 중요해?’라고요. 삶의 목적이 행복이고 이를 위해 좋은 공동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가치관이 공유된 상태에서, 하나님의 존재 증명이 그토록 중요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였죠. 

 

   
▲ "수천 년 동안 지속된 공동체잖아요. 그만큼 가장 핵심적인 노하우가 있는 건데, 현재 한국교회는 그 노하우를 놓쳐버린 것 같아요. 마치 백종원이 좋은 가게를 시작해서 프랜차이즈를 열었는데, 어느 영세 가게는 본질을 놓치고 자기 마음대로 메뉴를 바꿔 간판만 빽다방이지 내용은 이미 빽다방과 멀어진 느낌이랄까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성경에는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라는 말도 있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죠. ‘그런데 꼭 그게 믿음의 공동체가 아니어도 되지 않나?’라는 질문도 던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왜 굳이 ‘신앙’ 공동체여야 할까요? 
사실 저는 지금 속한 공동체를 ‘신앙’ 공동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공동체라고 생각하는 거죠. 삶의 목적이 행복이고 혼자 사는 게 아니라 같이 있을수록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동체는 그것을 위한 결과인 거죠. 그러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고요. 교회가 그런 공동체를 만드는 데 큰 실마리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천 년 동안 지속된 공동체잖아요. 그만큼 가장 핵심적인 노하우가 있는 건데, 현재 한국교회는 그 노하우를 놓쳐버린 것 같아요. 마치 백종원이 좋은 가게를 시작해서 프랜차이즈를 열었는데, 어느 영세 가게는 본질을 놓치고 자기 마음대로 메뉴를 바꿔 간판만 빽다방이지 내용은 이미 빽다방과 멀어진 느낌이랄까요?
 
공동체를 통해서 신이나 신의 뜻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세요?
저요? 솔직하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신의 존재가 일단은 중요하지 않은 상태인 것 같아요. 제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니까요. 그게 중요하다면 전광훈 목사가 있는 교회도 상관없을 거거든요. 하나님이 있든 없든 그 교회가 배타적인가? 아니면 누군가를 포용해 내는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행복하게 하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신의 존재를 믿는 것보다 어떤 가치를 세우고 어떤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이 있어요.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 할 좋은 공동체란 무엇인지 교회가 하나의 바람직한 모델로 기능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지금은 신이라는 존재보다 돈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공동체를 묶고 있잖아요. 역사가 짧은 자본주의 사회는 돈 외에 어떤 가치체계를 세우지 않았잖아요. 시민교육의 부족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답하기가 어렵죠. 민주주의라는 체계를 두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성숙했는지 물어보면 아직은 아닌 것 같고요. 그런 거시적인 사회 체제가 놓치는 문제들을 종교 공동체가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거기에서 실마리를 찾아 작은 단위에서 시작한다면 점점 더 큰 단위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 "교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사랑과 공의라면, 어떤 식으로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는지 경제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홍보하고, 또 어떻게 이 시대의 텍스트를 쓰고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

저는 오히려 종교가 너무 힘을 가지고 있어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혐오와 배제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굳건하게 세워서 이탈하는 사람들을 붙들려고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저는 교회나 기독교가 종교로서 작동한다기보다 어떤 정치 집단으로서 작동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배척하고 혐오하는 건 종교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거잖아요. 교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사랑과 공의라면, 어떤 식으로 공동체를 운영할 수 있는지 경제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홍보하고, 또 어떻게 이 시대의 텍스트를 쓰고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일을 할 수 있는 게 교회일까요? 
교회만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주어진 문제라는 측면에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아, 목장 모임의 방식이라면 아까 말한 사회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시민교육의 방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목장 모임 할 때마다 ‘너 이번 주에 뭐했어?’ 물어보더라고요. 제 삶이 어땠는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묻는 거잖아요. 그때 스스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되기도 하고, 서로의 성향 파악이 되기도 하죠.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사람들일 수 있지만 내가 학교에서 매일 보는 사람보다 이 사람들이 날 더 잘 알고, 나도 이 사람들을 더 잘 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혀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의 삶에 긴밀히 교류하는 거죠. 이런 공동체가 많아진다면 타자를 잣대질하고 배제하는 현상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의 공동체는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인가요? 
자율적, 능동적 공동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이 공동체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굳이 이 공동체를 찾아서 참여하는 거잖아요. 그런 만큼 뭔가 애착이 많이 가요. 교회를 한동안 떠나 있다가 온 사람으로서, 게다가 믿지 않는 사람으로서 교회에 간다는 거는 교리나 그런 것보다 공동체에 실제로 있는 사람들이 좋아서 가는 거니까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해서 얻는 게 일상의 좌절이나 실패에서 위로나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정도라면 굳이 교회를 다니지 않아도 집에서 기도만 해도 얻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런 것보다 실제로 교회 일원들이랑 주일마다 목장 모임을 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묻고 서로의 삶을 나누는 것이 제게는 더 의미가 있어요. 신이 존재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내 목장 목원과는 직접 서로의 삶을 교감할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를 부탁드렸을 때 ‘재밌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재밌으셨나요? 
재미는 중요한 것 같아요. 교회도 재미있어야 가게 되는 것 같고….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맺는다는 핵심 기준을 세워놓고 그걸 중심으로 재밌는 콘텐츠를 짤 수 있는 교회면 가나안 성도가 아니라 ‘가는 성도’가 늘어나지 않을까요?(웃음) 교인들도 하나님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고 자기가 기독교인인지 모르겠다, 이런 고민을 하는데 교회를 정기적으로 나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저보다 안 나오는 사람들도 많고. 저한테는 재밌는 게 목장 모임인 셈인데, 이게 별 게 아니잖아요. 하나님 품 안에 있는 신앙 공동체를 중심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가 가능하다면 그야말로 너그럽고 포용적인 사회가 되는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인터뷰 어떻게 나올 것 같아요? 친구들한테 보여주실 거예요? 
되게 엉망진창일 것 같은데.(웃음) 안 보여줄 거예요. 부끄러워서. 

 

 

진행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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