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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기사처럼 부활도 비유로 읽어야 하나요?
[352호 우종학 교수의 과신문답]
[352호] 2020년 02월 19일 (수) 11:26:55 우종학 goscon@goscon.co.kr

 

창세기 1장에 관한 다양한 견해 중에는 창조기사를 과학 교과서처럼 읽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창세기의 1차 독자였던 고대 근동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상식과 세계관에 맞게 기술된 것으로 읽으라는 칼뱅의 견해가 건강합니다. 가령, 궁창 위에 물을 두었다는 표현은 하늘 위에 물층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당대의 상식을 반영한 것입니다. 따라서 ‘성경은 대기권 어딘가에 물층이 있다고 가르친다’고 주장하는 건 바람직한 성경 읽기가 아닙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복음서에 나오는 부활도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비유로 읽어야 하지 않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창조와 부활이라는 두 사건을 기술한 각각의 본문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창조와 부활에 대한 기록의 차이점 
먼저 기억할 점은 창조기사의 다양한 표현을 고대 근동의 상식이 반영된 것으로 읽는다고 해서 하나님이 만물을 하나하나 창조했다는 가르침이나 역사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다만 창조기사는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수준에 맞게 쓰였으니 그에 맞게 읽어야 한다는 말이지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창조기사’와 ‘부활’에 대한 기록의 차이점을 살펴보며 이 질문에 답해볼까 합니다.

첫째, 목격자의 유무입니다. 부활 사건은, 여성들과 열두 제자를 비롯한 목격자들이 있고 그들의 경험이 복음서에 기록되었습니다. 반면 창조 사건은 목격자가 없습니다. 신이 창조하는 과정을 지켜본 누군가가 창세기 1장을 기록한 건 아닙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영감을 통해 창세기의 저자가 기록했겠지만, 그 기록과 복음서가 같은 방식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기록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둘째, 주인공의 차이입니다. 창조 사건의 주체는 초월적 하나님입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창조주와 시공간 안에 창조되는 창조물은 분명 대비됩니다. 창조의 과정은 인간이 경험할 수 없습니다. 시공간과 만물을 창조하는 신의 행위는 말 그대로 인간의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초월적 사건입니다.

반면, 부활 사건의 주체는 동일한 하나님이지만 인간의 몸을 입은 예수입니다.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그분은 인간의 경험 세계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부활 사건은 창조 사건처럼 초월적이지만 분명히 인간이 보고 듣고 목격할 수 있는 경험적 시공간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셋째, 궁창과 같은 예로 대표되는 창조기사의 구체적 진술들은 고대 근동의 상식에 따라 기술되었지만, 부활 사건은 신약시대의 상식에 어긋나게 기술되었다는 점입니다. 고대 근동인들은 신들이 만물을 창조했다는 개념에 익숙했고 편평한 땅, 궁창, 그 위의 물층과 같은 세계의 구조에 대한 상식도 갖고 있었습니다. 창세기 1장을 읽는다면 그들은 흔히 알던 고대 근동의 신화들과 비슷하게 창세기가 여호와라는 신이 만물을 창조했다고 전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대의 상식 vs. 상식의 초월
그러나 부활 사건은 당대의 상식을 넘어섭니다. 21세기의 우리처럼 신약시대의 그들에게도 죽은 사람의 부활은 상식에 위배됩니다. 어느 시대든지, 누구든지 부활 사건을 읽는다면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에 대한 기록으로 읽었을 것입니다. 그 사건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일이었기에 제사장들은 예수의 시체를 제자들이 훔쳐 갔다고 헛소문을 퍼트리기도 했습니다.

   
▲ 노엘 코와펠의 〈그리스도의 부활〉(1700) (사진: 위키미디어 코먼스)

창세기 1장은 오늘날 우리가 배운 지구나 우주의 모습과는 다르게 고대 근동의 세계관을 차용해서 창조기사를 기술하고 있지만, 복음서는 신약시대 사람들이 부활을 상식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반영해서 기록한 것이 아닙니다.

창조기사를 읽은 고대 근동인들은 뭔가 이상한 점도 발견했을 겁니다. 노예로 삼으려고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는 게 상식이었을 텐데, 창세기는 오히려 인간을 신의 형상으로 창조된, 신과 같은 존재로 기술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상식에 어긋나는 여호와라는 신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올랐을 겁니다.

물론 부활 사건의 기록에도 당대의 상식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예수의 탄생을 목자들에게 알려준 자가 천사였듯이, 예수의 무덤에서 마리아와 마르다를 맞이한 것도 천사로 기술됩니다. 천사에 대한 당대의 상식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죽은 자가 부활하는 일은 당대의 상식에 어긋났지만, 목격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은 그들의 상식과 세계관을 담고 있다는 말입니다. 복음서마다 부활 사건을 다룰 때 세부적 차이가 나는 이유도 사건의 각기 다른 면들을 경험한 목격자들이 각자의 인지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상식과 세계관을 반영한 언어로 기술했기 때문입니다.

넷째, 메시지와 그 메시지가 담기는 그릇을 나누어 비교하면 좋습니다. 창조기사의 핵심은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했다는 선언입니다. 이러한 창조기사에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구원한 그분이 누군지 묻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담겨 있습니다. 그분은 자신들의 조상 신일 뿐 아니라 바벨론이나 이집트의 신들과 다른 유일신이며 만물의 창조주였던 것입니다. 창조기사의 역사성은 하나님이 모든 만물을 창조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 역사성은 고대 근동의 상식이라는 그릇에 담깁니다. 또한 창조 주간은 인간의 노동 주간에 견주어 완전수인 7일의 구조로 유비됩니다. 고대 근동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땅과 궁창과 같은 세계의 구조가 하나하나 설명됩니다. 이런 구체적 내용은 역사성을 담기 위한 그릇에 해당합니다. 궁창 위의 물층과 같은 표현에 역사성을 기대어서는 안 됩니다.

반면, 부활 사건의 핵심은 예수가 신이었다는 선언입니다. 그 선언은 부활을 통해 절정에 이릅니다. 복음서의 기록은 예수가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부활 사건의 역사성은 부활 자체에 있습니다. 이는 당대의 상식과 달리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예수가 자신이 신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구체적 사건이었습니다.

‘배꼽 탄생’ 비유와 역사성
창조기사에 관해서는 배꼽 탄생 비유가 도움이 됩니다. 친엄마가 맞는지 묻는 다섯 살짜리 아이에게 엄마는 내가 너를 배꼽에서 낳았다고 말해줄 수 있습니다. 엄마가 이 아이를 낳은 역사성은 배꼽 탄생을 사실이 아닌 비유로 여긴다고 해서 결코 무너지지 않습니다. 엄마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며 배꼽 탄생을 계속 주장하거나 반대로 배꼽에서 아이가 탄생할 수 없으니 엄마의 진술은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일 뿐입니다. 이 비유를 통해 창세기 1장을 어떻게 읽을지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활 사건의 핵심은 예수의 부활 자체입니다. 어떻게 부활했는지, 누가 돌을 옮겼는지, 천사가 증언을 했는지, 부활한 몸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생화학적으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기술과 표현들은 이 메시지를 담기 위한 그릇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창조기사의 역사성과 신학적 메시지는 인정하되, 고대 근동의 상식이 담긴 구체적인 표현을 문자 그대로 읽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부활 사건의 경우도 예수 부활의 역사성과 신학적 메시지는 받아들이되 목격자들의 기록상 세부적 차이점은 그들의 이해와 인지, 당대의 상식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읽어야 합니다.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이며 거대 블랙홀과 은하 진화를 연구하는 천문학자. 예일 대학교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캘리포니아 대학교와 UCLA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 허블 펠로십(Hubble Fellowship), 한국천문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천체물리학 저널> 등 국제학술지에 100여 편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대중을 위한 과학 강연과 저술에도 적극적이다. 과학과 신앙의 관계를 새롭게 연구하고 교육하는 단체인 ‘과학과 신학의 대화’(과신대)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으며, 블로그 ‘별아저씨의 집’을 운영 중이다. 《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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