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호 커버스토리] 조현병과 14년째 함께하고 있는 박성진 활동가

박성진 활동가. ⓒ복음과상황 정민호

한국에서 조현병 환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은 짙다.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것인데,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2019년 진주에서 일어난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였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가 이어졌다. 〈“또 다시 조현병”… 진주 아파트 방화·묻지마 칼부림 사건〉, 〈진주 방화·살인사건… 다시 고개드는 조현병 공포〉, 〈‘계획적 공격’ 조현병 환자, 사이코패스 성향 더 높아〉…. 이 보도들은 조현병 환자가 위험한 존재라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조장할 수 있기에 문제가 있었다. (201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유병률은 1%로 추정되는데, 전체 범죄 중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인 사건의 비율은 0.04%였다. 강력범죄율은 조현병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높다는 분석도 있는데, 강력범죄를 일으킨 조현병 환자의 절대다수는 증세가 심각하고 치료를 자의적으로 중단하거나 거부해온 상태였다.)

정말 조현병은 위험한 질환일까? 이를 따져보려면, 조현병에 대한 정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전체 인구의 약 1%(국내 약 50만 명으로 추정)가 조현병을 갖고 있는데도, 조현병에 대한 정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논쟁적이다. 뇌 질환인 조현병 원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외상, 유전적 요인 등이 발병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힐 뿐이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은 몇 가지 증상의 조합으로 조현병을 진단한다.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긴장증 또는 명백하게 비정상적인 정신운동 행동, 비사회성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최소한 한 달 지속되거나, 이 증상들과 함께 업무, 대인 관계, 자기를 돌보는 기능의 상당한 저하가 최소 6개월 지속되어야 한다. 단, 주요우울증 또는 조증 증상들이 조현병 증상과 나란히 나타나는 조현정동장애의 기준과 물질 남용으로 초래한 정신증 증상들은 배제한다.) 조현병의 의료적 치료는 항정신병약물, 입원 등으로 이뤄지는데, 조기에 치료하면 예후가 좋으며 잘 관리할 경우 완치되거나 개선될 수 있다.

당사자의 말을 통해 조현병을 둘러싼 현실을 전해 듣고자 서른다섯 살 박성진 씨를 만났다. 성진 씨는 조현병과 함께한 지 올해 14년 차다. 그는 10년 넘게 불면증 외에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발병 당시 항정신병약물의 하루 복용량이 열세 알이었으나 현재는 반 알을 먹고 있다. 입원은 3년 전 개방 병동에서의 두세 달이 마지막이었다.

성진 씨는 정신질환 당사자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이하 ‘파도손’)에서 1년 넘게 동료지원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파도손은 지금까지 비자의 입원(강제 입원) 등으로 이뤄져 온 정신질환자에 대한 배제와 격리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삶의 기반을 마련하도록 돕는 시스템 구축(주거, 일자리, 정신재활시설 등 건강 인프라)이 당사자에게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파도손은 진주에서 일어난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으로 뜨거운 감자가 된 사법입원제도(의사의 의견을 바탕으로 법원이나 준사법기관에서 ‘비자의 입원’의 적합성을 결정하는 제도)에 반대하면서 정신질환자의 자·타해 위험 같은 응급상황 발생 시 상시대응과 치료가 가능한 응급의료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파도손 직장 동료로 만난 애인과 지난해 5월 결혼한 성진 씨는 교회 사람들과 한동네에서 함께 살고 있으며, 조현병 당사자가 위험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조현병 생활’을 운영하고 있다. 1월 27일 서울 도봉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성진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조현병 생활’에 올라온 프러포즈 영상.

성진 씨에게 조현병이 발병한 것은 스물한 살, 군인이 되고 싶어 육군3사관학교에 편입해 한 달 동안 기초 훈련을 지속했던 때였다. 돌아갈 곳을 차단하기 위해 다니던 대학까지 자퇴하고 들어간 곳이었지만 사관학교 생활은 예상보다 더 고되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훈련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졸업률이 입학률의 절반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겹겹의 평가와 중도 탈락이 존재하는 경쟁적인 환경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이어졌고, 어느 날 땅을 기는 사람 형태를 가진 환시와 함께 여러 명이 대화하는 환청이 들렸다. 기초 훈련을 마친 뒤에도 불면증과 함께 같은 증상이 지속되자 성진 씨는 6개월 만에 의가사제대를 하고 국군병원 폐쇄 병동에 반년간 비자의 입원(강제 입원)을 했다. (입원의 범주는 크게 두 가지다. 당사자의 자의 및 동의 여부에 따른 ‘자의 입원’ 유형과 그렇지 않은 ‘비자의 입원’ 유형이다.)

성진 씨는 병동에 입원하고 나서야 스스로 조현병임을 자각했다. 조현병과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을 포함한 여섯 가지 병명을 진단받은 성진 씨에게 가장 먼저 찾아온 것은 좌절감이었다. “꿈이었던 군인이 될 수 없다는 좌절감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그곳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면 퇴학으로 처리하고, 다시 지원해도 서류에서 떨어지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다음엔 조현병 당사자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무척 우울했죠.”

ⓒ복음과상황 정민호

- 어떨 때 조현병 당사자로서 차별을 느끼나요.

보통 조현병 환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저희를 괴롭히기보다는 다 떠나요. 조현병이 있다고 하면 다들 피하니까 그것만으로도 편견이죠. 2020년에 구술생애사 작업에 참여했는데, 제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쓴 분이 조현병 당사자를 만나 책을 쓰고 있다고 친구한테 말했다가 ‘위험하지 않냐, 조심해야 하지 않냐’는 말을 들었대요. 이것만 봐도 일반 사람하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죠. 현실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는 두 친구한테도, 발병하고 나서 한 10년 정도 숨기다가 이야기했어요. 친구들이 숨기고 사느라 너무 힘들었겠다고 하면서 평소처럼 대해 주더라고요. 보통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아내는 대학생 시절 발병했는데, 친구들 관계가 다 끊겼대요. 무엇보다 어려운 건 정신질환자의 취업이고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 고용률은 34.9%이며 전체 15개 장애 유형 중 정신장애인 고용률은 9.9%로 최하위를 기록했다(〈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 정신질환자는 일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인가요.

그렇죠. 일자리가 있어야 살 자리가 있는 건데, (정신질환자를 위한) 일자리가 없으니까 살 자리도 없어요. 정신질환을 숨기고 직장 생활 잘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아요. 업무를 이분들 속도에 맞게 할 수 있는 직장이 없죠. 보통 병원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운영하니까 평소 일반 회사에서 일하면 매번 다니기가 어렵잖아요. 장애 판정을 받은 경우엔 취업 자체가 어렵고요. 제가 이번에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을 봤는데, 점수가 충족된다고 해도 정신장애가 있으면 의사 소견서가 있어야만 합격할 수 있어요(사회복지사업법 제11조의2). 다른 지방 도시 같은 경우에는 정신장애인이 공공 일자리에 취업할 수 없다는 조례가 있는 곳도 꽤 많아요. 공공기관도 그런데 일반 회사는 조현병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안 뽑겠죠. 당사자가 퇴원했을 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기반이 부족해 다시 입원하는 현상(회전문/사회적 입원)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신질환 당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일자리예요.

이전 소속 학교로 복학해 학업을 마친 성진 씨는 조현병을 숨기고 한 회사에 취직했으나 얼마 가지 않아 권고사직을 당했다. 전공도 다른 데다 도중에 보직이 변경되어 적응하기 어려웠는데, 조현병으로 기억력이 저하되고 약 부작용으로 졸음이 밀려와 업무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후 공공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어렵게 취업한 회사에서도 업무 능력이 떨어져 따돌림을 당했다. 당시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었으나 스트레스로 조현병 증상이 다시 크게 나타났고, 이번엔 스스로 입원했다.

- 그때는 몇 달 입원하신 건가요. 

2년 동안이요. 직장에서의 따돌림 사건 이후 자잘하게 한두 달 입원을 몇 번씩 한 후였어요. 처음엔 자의 입원이었는데 중간에 비자의 입원으로 전환됐어요. 의사들이 지금 못 참고 퇴원하면 나중에 재발한다, 여기서 잘 치료받아야 한다고 부모님을 설득했죠. 처음 군대에서 입원한 시점에는 정말 지옥이었는데, 그때쯤 되니 폐쇄 병동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편하게 있으려 했죠. 그렇게 해야 그나마 거기서 편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분노가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폐쇄 병동에서 꾸준히 약 복용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니까 상태가 호전돼서 나왔는데, 신체 능력, 업무 능력, 의욕이 모두 떨어져 있더라고요. 뭘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병원에 이제 1-2년 갇히다 보면 길거리를 한 5분, 10분만 걸어도 되게 숨차거든요.

- 병원에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폐쇄 병동은 병원 안에만 있어야 하고 밖에 못 나간다는 점이 가장 힘들죠. 코로나 시대니까 다른 사람들도 이제 알겠지만 자가격리하고 병원에 입원하면 며칠 격리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2년간 그런 격리를 경험한 거예요. 더 길게 입원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아내의 아버지도 서울대를 다니셨던 엘리트셨지만, 조현병이 발병해서 병원에 계세요. 아내가 여섯 살때부터 지금까지 계속이요. 폐쇄 병동에 있던 2년 동안 병원에서 노환으로 죽는 사람도 봤어요. 당사자들이 입원을 권유받았을 때 꺼리는 이유는 입원 기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게 큰 것 같은데, 기간을 이야기하고 약속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사자들이 입원하고 싶어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인간관계가 틀어지게 되거나 주변 사람들 시선이 두려워서인 것 같아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죠.

- 지금 몸 상태가 좋아지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역시 단기간 이뤄지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경험상으로는 약물 치료도 꼭 필요하지만 그 영향이 20% 정도 같고요. 나머지 80%는 주위 사람들 도움 덕분이에요. 약물 치료만으로 도움이 된다고 하면 정신장애 관련해서 사회문제도 많이 줄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가 조현병을 갖고 살아가면서 평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어요. 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혼자 고민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과 같이 이야기하는 거예요. 그러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거나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다니는 가정교회분들이 그런 분들이에요. 저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어릴 적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신앙을 멀리했는데, 사관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나서 나들목교회를 새로 다닌 케이스였어요. 시간이 흘러 청년부에서 성인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금의 가정교회로 들어갔고요. 그때 가정교회 목자님 부부가 주거 공간을 내어주시면서 같이 생활하자고 제안하셨어요.

ⓒ복음과상황 정민호<br>
ⓒ복음과상황 정민호

성진 씨를 시작으로, 보호종료아동 및 정서적·관계적·경제적 문제로 고립 위기에 처한 다른 청년들도 목자 부부의 공간에서 함께 살게 됐고, 이 공간은 ‘바나바하우스’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목자 부부와 가정교회 멤버들은 이들에게 가족 및 대인 관계 문제를 상담하고, 생활 습관 및 재정 관리 운용 능력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요리, 보드게임, 글쓰기, 음악, 산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야구단을 발족해 또래 청년들이 어울릴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성진 씨처럼 정신질환과 함께하고 있거나 정서적 문제를 가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도 연계한다. 이러한 바나바하우스의 활동은 같은 가치로 세워진 사단법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가 설립된 배경이기도 하다.

- 지난해 바나바하우스에서 독립하셨는데요, 평소 조현병 관리를 위해 신경 쓰시는 게 있나요.

밤 10시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 직접 차려 먹고, 그런 규칙적인 생활을 계속하는 거요. 남들처럼 새벽 1시까지 핸드폰 하거나 놀 거 다 놀면 신체적인 리듬이나 생활이 깨져서 증상이 다시 올라오거든요. 술이나 담배도 안 해요. 스스로 몸이 많이 안 좋다고 판단되면 자의 입원을 하기도 해요. 저는 불면증부터 시작되는데, 그때 입원을 안 하면 증세가 더 심해져요. 병동에 있는 게 고통스러운 건 알지만 방치하면 더 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들어가서 빨리 치료받고 나오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거죠. 제가 다니는 직장인 파도손에서도 조현병이 있는 분들이 있는데, 그중 두세 분도 상태가 안 좋다고 판단하시면 병원에 입원했다가 나오세요.

그가 일하는 파도손은 절차보조사업과 동료상담가 양성사업 등을 운영한다. 각각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서 일정 부분 예산을 받아 정신질환 당사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지역사회 내 다른 당사자를 지원하는 일이다. 절차보조사업은 병원에 재원한 당사자를 만나 격려하고 당사자가 퇴원을 원할 경우 계획을 수립해 당사자 보호자를 설득하고 퇴원 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동료상담가 양성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조현병이 있는 당사자와 교제하거나 공공기관, 병원에 동행하고 필요한 물품을 지정 금액 내에서 제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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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상황 정민호

- 당사자가 다른 당사자를 돕는 동료가 되는 거군요.

회복을 경험한 당사자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책에서 의사나 사회복지사들이 쓴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당사자가 회복에 대해 자신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도 더 잘 듣거든요. 파도손에서 지원하던 분이 긴급하게 입원이 필요한데 거부하는 경우에도 당사자인 대표님이 설득에 나서시고요. 저도 가까운 사람이 치료를 거부한다면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설득을 통해 권유할 것 같아요. 망상이나 환시, 환청 등의 증상이 있고 이를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을 대할 때도 차이가 나죠. 일반인들은 그건 가짜다, 병식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의사들도 주로 입원이나 약물 치료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서 정신질환 당사자를 격리와 치료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우가 적지 않죠. 하지만 그분들께는 그게 현실이거든요. 파도손에서는 그분들 이야기를 부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부추기지도 않고, ‘그러냐’ 하고 들어드려요.

일반인들은 정신장애가 있다는 것만으로 당사자를 망상이나 환청이 존재한다고 치부하기도 해요. 저희가 지원했던 한 당사자분이 열쇠로 잠기는 현관문을 안 잠그고 외출했는데, 누가 와서 집 안을 막 뒤집어놓은 거예요. 그때 경찰을 불렀는데 이야기만 듣고 아무것도 안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정신장애가 있는 분이라 망상이랑 환청이 있을 거고 자기가 어지럽혔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들을 동료지원활동가로 활동하면서 듣는 거죠.

- 당사자의 동료가 되는 일은 중요해 보이는데, 문제는 지속가능성일 듯해요. 한 달 벌이가 어떤가요.

저랑 아내는 법인 소속 정규직 직원인데 저는 월 120만 원, 아내는 풀타임으로 200만 원 받고 있어요. 둘 다 세후 금액인데, 정신장애인들이 받는 임금으로는 높은 수준이에요. 절차보조사업이나 동료상담가 양성사업처럼 공공 일자리 사업으로 파견된 분들은 저희 단체와 서울시가 이야기해서 임금을 정하는 거라 잣대가 없지만, 세후 월 120만 원에서 140만 원 수준이고요. 다른 단체나 사회복지기관에서 동료상담가로 조현병 당사자가 일한다고 하면 월급이 30만 원, 많으면 70만 원밖에 되지 않아요. 몸이 따라주지 않아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어렵죠. 보건복지부보다 서울시가 예산을 많이 편성해주는 경향이 있지만 여전히 정신장애인을 위한 공공 일자리는 많지 않고 급여도 적죠.

- 치료비가 의료 접근성을 어렵게 하진 않나요.

저 같은 경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27살 때 부모님과 관계가 나빠져서 집을 나왔는데, 교회 사람들과 생활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고 여러 지원을 받게 됐거든요. 정신장애인 등록도 돼있고 의료급여 신청한 게 있어서 한 달 약값은 만 원 정도예요. 장애 등급 받기 전에는 2-3만 원 정도 나왔고요. 그런데 입원비가 진짜 비싸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병원은 한 달에 120만 원 정도, 일반 대학병원은 5일만 입원해도 120만 원이 나와요. 기초생활수급자면 대부분 지원받을 수 있고, 장애 등급만 받으면 절반 정도 지원받을 수 있어요. 장애등급제가 단계적 폐지로 인해 개편되면서 (기존 1-3급을 중증으로, 4-6급을 경증으로 통합) 저는 오래 지속되어온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중증 판정을 받았는데요. 정신장애인으로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1년간 꾸준히 약물 처방을 받은 기록이 필요해요.

- 지금 주치의 선생님은 나들목교회에서 만나셨다고 알고 있어요. 정신건강의학은 다른 분야보다 의료진과 당사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하던데요.

나들목교회에서 만난 제 주치의 선생님은 약물에 관해서는 신중하고 깐깐하시지만 잘 처방해주려고 노력해주세요. 파도손에서 일하면서 당사자성을 조금 더 인정해주는 다른 병원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주치의 선생님이 지금까지 잘 살펴주신 것에 대한 감사함 때문에 못 옮기고 있어요.(웃음) 지금은 최저 용량으로 먹고 있는데, 그것도 너무 졸려서 최근 단약을 하면 안 되냐고 했다가 의사 선생님한테 엄청 혼났어요. 파도손 동료 활동가들 중에도 조현병 당사자들이 있는데, 그중 한 분이 오래전에 완치가 돼서 약을 안 먹은 지 꽤 됐거든요.

- 의사들이 쉽게 단약하거나 처방 복용량을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복용량을 줄였을 때 증상이 심해지거나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래요. 당사자가 약을 줄여달라고 하거나 증량해달라고 하거나 이 약을 넣어주면 안 되냐고 물어도 절대 반영하지 않는 의사들이 대다수예요. 자신은 전문적으로 공부했는데 환자는 약을 처방하는 데 있어 기준이나 근거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약이 안 맞으면 반응이 몸에서 나타나요. 저 같은 경우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걸 멈추게 하는 약을 먹으면 멍해지고 침도 흘리고 눈도 풀리고 하루 종일 졸린 증상이 생겨요. 졸리거나 많이 먹게 되거나 몸이 간지럽다든가 하는 부작용을 겪는 사람도 있고요. 당사자와 의료진이 대화를 통해 약을 조절해가면서 생활을 유지하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당사자가 의사에게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어필하는 일이 중요하겠고요.

또, 앞서 말한 것처럼 의료적 치료에 대한 논의만큼이나 정신질환 당사자를 위한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는 일과 곁에 서는 사람들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더 많이 말해져야죠.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회가 크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건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당사자의 말 건네기는 늘 필요한 것 같아요. 더 건네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조현병 당사자를 잠재적 범죄자나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어요.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니까요. 

ⓒ복음과상황 정민호<br>
ⓒ복음과상황 정민호

진행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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