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불편한 사람들

[236호 청년 '대학유감'] 장애 학생이 말하는 대학의 장애 학생 지원 체계 실태

2010-05-27     문주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사회의 대학생은 300만 명이었고, 1만 명의 사람들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교육이 보편화되었음을 드러내는 자료다. 이러한 시대에 장애 학생들의 대학 졸업 비율은 10%를 간신히 넘고 있다. 단순히 장애인들의 지적 능력이 부족하고, 대학 수업이 그들의 삶에 필요 없기 때문일까. 혹시 대학이라는 공간이 그들에게 너무 불편한 곳이어서는 아닐까.

2009년, 한국장애인인권포럼에서는 전국 23개 대학을 대상으로 장애인 학생 지원 체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에는 장애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였고, 각 대학의 입학 전형, 장애인 편의 시설, 학습 도우미, 접근권 보장, 유형별 지원, 지원 센터 운영 상황 등 6개 분야에 대한 224개 세부 항목을 조사해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대학의 장애 학생 지원 체계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이와 관련된 아무런 행정적 지원이 없는 학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평가에서 고려대학교는 최고점을 받았다. 그렇다면 고려대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은 실제로 학교의 지원에 만족하고 있을까.

대학은 장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게 무언지 고민하는가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지홍 씨(23)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대학의 행정이 실제 장애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들의 참여를 확대하기보다 겉치레로 끝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많은 장애 학생들이 시설 사용이나 대학 생활에 어려움을 느낄 때, 그 불편함을 전달할 통로가 있다 하더라도 그냥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학교가 그들의 편의를 고려하는 것은 마땅한 의무인데도 마치 대단한 봉사를 한다는 듯 생색을 내는 것이 장애 학생들의 기분을 썩 안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시각 장애가 있는 한 학생이 강의실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려워 직접 점자 스티커를 강의실 입구에 붙여 놓자 그제야 강의실마다 점자 안내판이 생겼다고 한다.

올해 고려대학교는 교육관을 새로 지었다.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이 건물에는 휠체어용 도로,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 등을 갖추어 겉으로 보기엔 장애 학생들을 배려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장애 학생이 휠체어를 타고 건물 입구까지 올 수는 있지만, 출입문이 너무 무거워 혼자서는 열 수가 없다. 강의실도 마찬가지다. 방화를 이유로 모든 강의실의 문을 모두 무겁게 설치했다. 휠체어 탄 학생이나 시각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열기에는 너무 버거운 문이다. 이 또한 장애 학생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 없는 대학의 모습이다.

박지홍 씨를 만나 장애 학생들의 대학 생활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박 씨는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들을 여전히 겪고 있는 장애 학생들의 인권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고려대학교의 장애학생인권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 학생들의 대학 생활에 대해 묻자, 대학 생활은 중·고등학교처럼 한 공간에 배치되지 않기 때문에 시설 이용의 문제나 강의실의 접근성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특히 M.T.나 대학 축제와 같은 행사에서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타의로 인해 배제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M.T.나 행사를 조직하는 사람들 중 장애인이 포함되는 경우는 적기 때문에 게임이나 활동에서 이들을 배려하는 경우도 적어 참여가 어렵다. 예를 들면, 앞이 보이지 않는 학생이 있는데 시각 정보가 필요한 게임을 하거나 뇌병변이나 지체 장애 학우가 있는데 격한 움직임이 필요한 활동을 진행에 끼워 넣는다는 것이다. 박지홍 씨는 “공포증이 있어서 놀이 기구를 타지 못하는 사람이 놀이동산에 갔는데 친구들은 코스로 이미 그런 것들을 지정해 놓았다면 이는 매우 불합리한 일이 아니겠나. 친구들이 재미있게 놀이 기구를 타는 동안 당신은 혼자서 어떤 기분이 들겠느냐”며, 대학 내에서 장애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이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또 하나의 대자보, 우리는 모두 다르다

지난 4월 초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 김예슬 학생의 자퇴 대자보가 붙었던 그 자리에 또 다른 대자보가 등장했다. ‘나는 미쳤다’라는 제목의 이 대자보에서 98학번 영문과 김충배 씨는, 10년 동안 앓아 온 정신분열증으로 인해 자신이 받아야 했던 고통과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대자보를 통해 학생들에게 “어떤 학우들은 이성의 최정점인 대학교에 정신병에 대한 대자보가 붙었다는 것에 불쾌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치열한 시험과 입시 경쟁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소위 낙오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글이 김예슬 대자보만큼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은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여서였기 때문일까. 김충배 씨의 대자보와 이후의 반응들이 보여 주는 것은 아마도, 그 공감의 범위가 나와 다른 사람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에까지 확장되지 못하는 이 사회와 대학의 현주소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다. 대학은 그러한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인가. 이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면,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한다면, 우리야말로 반쪽짜리 마음이라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나는 미쳤다. 하지만 나도 세상에 대한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그것은 정신장애가 내 자유의지의 장애물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김충배 학생의 대자보 중).

문주영 청년기자 고려대학교 특수교육 석사과정 moonju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