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 순교①

[239호 초대교회 이야기④] , 플라우(plough) 출판, 에버하르트 아놀드 편집

2010-08-30     이간

‘초대 교회 이야기’는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설립자인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편집한 <The Early Christians>(Plough)를 출판사의 허가를 받아 일부 번역한 것이다. 1926년 독일어로 처음 출판된 이 책의 편집자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브레슬라우(Breslau), 할레(Halle), 에를랑겐(Erlangen)에서 철학․신학․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는 제도화된 교회에서 더 이상 생명력을 발견하지 못해 작가로서 보장된 직업과 베를린 중산층의 특권을 과감히 청산하고 1920년 가족과 함께 독일 중부 지방의 작은 마을인 자네스(Sannerz)로 옮겨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산상수훈에 기초한 공동체의 삶을 시작했다. 책을 쓸 당시 초대교회 관련 문서들은 신학자들과 같이 극히 제한된 부류에게만 공개되어 있었다. 에버하르트는 자료를 수집하여 진정한 제자도의 삶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다. 초대교회가 단순히 신학의 한 주제로 다뤄지는 것이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삶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살아있는 메시지가 되길 그는 간절히 바랐던 것이다. <The Early Christians…>의 원문 PDF 파일을 Plough 출판사의 홈페이지(http://www.ploughbooks.co.uk/english/the-early-christians.html)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역자 주

* 힘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상호작용한다. 한 곳에 가해진 힘이 반작용을 일으키듯 급진적인 삶은 언제나 핍박을 부른다. 성령의 힘이 초대교회 교인들에게 강력하게 부어질수록 그들을 향한 로마제국의 탄압은 더욱 거세졌다. 제국의 테두리에 머물러 있기에 그리스도인들은 너무도 혁명적이었다. 성전을 향한 열정이 예수를 삼키었듯 예수를 향한 순정이 그들의 삶을 불태웠다. 네로의 정원에 밤마다 타올랐던 것은 화형대 위의 주검이 아니요, 죽음 앞에서도 결코 더럽혀질 수 없는 순결한 사랑이었다. 그대, 이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는가?

 

“새로운 관습과 방식을 가진 종교를 도입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자는 누구든 처벌한다. 그가 만일 상층 계급이면 추방당할 것이요, 하층민이면 사형에 처한다.”

- 줄리어스 바오로(Julius Paulus, 2세기 로마 법관)의 판결집(Collected Sentences) 5권  中

 


 

“잠자리에서 평안히 죽을 것을 바라지 마십시오. 갓난아이로 죽었으면, 열병으로 죽었으면 하고 바라지 마십시오. 순교자의 죽음을 소망하십시오. 당신이 순교할 때 당신을 위해 고통당하신 분이 영광받으십니다.”

- 터툴리안(Tertullian), ‘핍박에 관하여’(On Flight in Persecution) 9장 中

 


 

“감옥에서 죽은 자들의 시신은 개들에게 던져졌으며 어느 누구도 시신을 가져가 장사 지낼 수 없도록 밤낮으로 삼엄하게 지켜졌습니다. 들짐승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지거나 불에 타 시커멓게 된 시신의 잔해는 그 모습 그대로 일반에게 공개되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죽임당한 이들의 머리와 몸통 역시 군인들의 감시 속에 수일 동안 매장되지 않은 채로 내버려졌습니다. …(중략)…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조롱당하며 그대로 방치된 순교자들의 시신은 엿새가 지나서야 결국 무지막지한 저들에 의해 태워져 한 줌의 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재는 근처의 론(Rhône) 강에 버려졌습니다. 그들은 ‘저들이 믿는 신을 쳐부수자, 처형당한 자들에게 부활의 기회를 영영 주지 말자’고 하며 그같이 행했습니다. 그들은 말했습니다. ‘자, 이제 저들이 다시 부활할지, 과연 저들의 신이 우리의 손에서 저들을 건져낼지 지켜보자!’”

- 비엔나와 리옹(프랑스 남부 지역의 도시)에 있는 초대교회 교인들이 브루기아로 보낸 편지(Letter from Vienne and Lyons- to Phrygia) 中

 


 

“로마의 방화 사건이 황제의 명에 의한 것이라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네로(Nero, 로마의 5대 황제)는 그리스도인들을 주범으로 몰아세웠다. 행위가 가증스럽다 하여 그들에 대해 이미 적대적이었던 여론을 교묘히 이용해 그는 잔인하게 그리스도인들을 처벌했다. 그리스도-이 이름을 따라 그의 추종자들을 그리스도인이라 불렀다-라는 자는 티베리우스(Tiberius, 로마의 2대 황제)가 통치하던 때에 본디오 빌라도 총독의 손에 의해 처형되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유해한 미신이 다시금 성행하게 된 곳은 근원지인 유대 지역만이 아니었다. 온갖 흉악하고 추잡한 것들이 사방에서 흘러 들어와 추종자들을 만들어 내는 로마에서도 이 미신은 번져 가기 시작했다.

우선 공개적으로 그리스도인임을 밝힌 자들이 체포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유죄를 선고받은 근거는 인류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일으켰다는 ‘방화’가 아닌 그들의 ‘신앙고백’이었다. 온갖 종류의 조소가 그들 위에 쏟아졌다. 잡힌 자들은 들짐승의 가죽을 입고 개들에 의해 찢겨졌고 십자가에 달려 처형되기도 했다. 화형에 처해질 때면 인화성 물질을 두르고 어두워질 무렵에야 불을 붙였다. 밤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네로는 이 같은 장면을 구경하려고 그의 정원을 개방했다. 그곳에서 그는 마치 서커스를 열듯 처형식을 진행시켰다. 그 자신이 이륜 전차의 마부처럼 옷을 입고 군중들과 섞이거나 혹은 전차 위에 높이 올라앉았다. 비록 이들에게 죄가 있고 엄중히 처벌받아 마땅했음에도, 처형식은 사람들에게 연민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스도인들의 희생이 공공의 유익이 아닌 한 사람의 배고픈 잔인함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 타키투스(Tacitus, 로마 역사가), 연대기(Annals) 15권 44장 中, 서기 64년

 


 

“주님을 부인하라고 야수에게 던져진 저들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 누가 저들을 정복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많은 이가 핍박받을수록 더 많은 이들이 저들의 무리에 합류하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이는 분명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능력이요, 그분이 함께하시는 증거입니다!”

-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Letter to Diognetus) 7장 中

번역 이간 Khanlee@ccimail.co.uk

이간 님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IVF 간사로 일했다. 2006년 브루더호프에 가입한 후 초록빛 눈의 미국 자매와 결혼해서 영국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