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사회’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터넷 수도자’
[273호 편들고 싶은 사람] -제주에 사는 정치?시사 블로거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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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그는 전업(專業) 블로거(blogger)다. 다른 직업 없이 블로그만 운영해서 먹고사는 사람이란 뜻이다. 블로그가 유명해서 광고 수익이 많은 모양이구나 생각하겠지만, 그의 블로그에는 광고가 없다. 유일한 광고래봐야 자기가 쓴 책 《아이엠피터의 놈.놈.놈》(책으로여는세상)인데, 그걸 상업 광고라 할 수 있을까.
‘아이엠피터’는 그의 블로그(Impeter.tistory.com) 이름이자 온라인 필명으로, 그의 영어식 이름 피터 임(Peter Im, 44)에서 나왔다.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그는 작년까지 3년 연속 베스트 블로거에 선정될 뿐 아니라, 2011 코리아 블로그어워드 대상(개인부문), 2012 뷰(view) 블로거 대상, 2012 오마이뉴스 특별상 등을 수상한다. 여행이나 요리 관련 블로그가 아닌, 본격 정치?시사 블로그에 매일 1만 명 안팎의 방문자가 찾는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런 사실만 놓고 보면, 파워블로거로서 그는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말이 좋아 ‘정치?시사 전문 블로거’지, 매일 15시간 이상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자료를 검색하고 읽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글을 쓰는, 거의 ‘수도자’에 가까운 생활을 한다. 게다가 그가 쓰는 글들이 현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롯한 기득권층을 향해 날선 비판을 담고 있기에, 행여 불이익을 당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돈 안 되는 음악을 전공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하루 평균 14시간 이상 멕시칸 거주 우범 지역에서 편의점 알바를 하며 유학 생활도 했으며, 사업을 하며 큰 돈을 벌기도, 망하기도 했다”는 그가, 대체 어떤 계기로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정치?시사’ 블로거로 나선 걸까? 더구나 서울이 아닌 제주도, 그것도 사방 십리까지는 인적이 드문 중산간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제주 이주민으로 3년째 연세(제주에만 있는 ‘1년치 선불 집세’)를 내고 살고 있는 그를, 지난 7월 3일 쏟아지는 비를 뚫고 만나고 왔다.
> 블로그 이름이 ‘아이엠피터’다.
미국 유학 중일 때 내 이름(임병도)을 부르기 어려워해서 영어식 이름 ‘Peter Im’을 썼다. 이걸 인터넷 닉네임으로 쓰기 시작했고, 블로그를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블로그명도 그렇게 정했다. 한때 ‘임병도닷컴’으로 바꿀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 블로그 운영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건가?
직장을 다니면서 블로그 활동을 병행하기가 몹시 벅찼다. 야근이 잦고 아내도 퇴근이 늦은 편이라 아이를 처가에 3년간 맡겨놓고 일해야 했다. 언제부터인가 온전히 글만 쓸 수 있기를 갈망했다. 블로그에 글을 써서 먹고사는 전업 블로거 말이다. 아이 양육도 고민이었다. 장인 장모님께 언제까지 맡길 순 없었다. 이 두 문제를 고려할 때, 자연스레 서울이 아닌 지방 이주, 귀촌이 해답이란 결론이 나왔다.
> 왜 굳이 ‘제주도’였나?
서울을 떠나지만, 연계성은 고려해야 했다. 모임 참석이나 취재, 출장 등 필요시 소요 시간을 계산해보니 제주-서울 구간이 가장 빠르다는 계산이 나오더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자는 마음도 있었다. 정치시사 블로거로 제법 알려지면서 대선 후보 캠프 등에서 제안이나 만나자는 연락이 왔는데, 서울에 있으면서 죄 모른 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곳에 오니 연락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서 좋다.
> 제주도 생활은 어떤가? 전업 블로거로 살면서 생활이 유지되나?
삶의 질이 월등히 높아졌다. 수입은 훨씬 줄었지만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할 일이 없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쓴 지 3년 정도 되면서 고정적인 원고료에다 블로그의 글을 읽는 ‘독자’들의 후원을 합치면, 별 어려움 없이 산다. 대도시에서라면 어렵겠지만, 여기서는 충분히 아끼면서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 있으니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아내가 운동 좀 하고 살도 빼라는데, 운동 안 하는데도 건강하다. 아이들하고 놀고, 가끔 농장에도 나가고, 졸리면 잠시 낮잠도 자고…. 글 쓰는 일 외에는 일상에서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다.
> 원래 정치나 시사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건가?
전혀 아니다. 내가 그래도 89학번으로 486세대인데, 대학 다닐 때 데모 한 번 한 적 없다. 그런데 미국 유학 시절이던 2000년 무렵, 당시 게시판 커뮤니티 수준이던 <미주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유학생이나 이민자를 위한 미국생활 칼럼을 쓰기 시작했는데, 내가 아는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기쁨이 있었다. 그때부터 한국과 미국 사회를 비교 논평하는 글도 썼고, 나중 한동안 일본에 머물 때에는 한국와 일본의 문화를 비교 논평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시사 이슈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국내정치와 시사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 건 2010년부터였다.
> 굳이 직장을 그만두었어야 했나?
밤을 새워가며 글을 썼는데, 그 시간이 정말 재미있더라. 그런데 직장생활도 소홀히 할 수 없으니까 고민이 되었다. 무엇보다 어설프게 쓰고 싶지 않았다. 전업 블로거로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전업 블로거가 된다는 건, 잠 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글을 쓰는 데 바친다는 걸 뜻한다. 처음 제주도로 내려왔을 땐 아무 수입이 없었다. 모아둔 돈도 별로 없었는데, 오히려 아내는 몇 달간 묵묵히 기다리면서 글쓰기에 집중하도록 격려했다. 아내에게 미안해서 글쓰기에 더 혼신을 다했다. 정말 열심히 쓰는 것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다.
> 전업 블로거 생활은 거의 온전히 가족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일 텐데, 아내가 대단해 보인다. “제주로 이주할 때 만삭의 몸으로 풍랑주의보 내린 바다와 16시간을 씨름하며 멀미를 참아내고, 모아둔 돈이 바닥을 보이는 데도 오로지 남편의 글쓰기만 걱정하고, 산후조리원도 가지 못한 채 LPG 가스 떨어질까봐 전기장판에서 산후조리하며 버텨 준”(《아이엠피터의 놈.놈.놈》) 아내 이야기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아내의 지지와 신뢰가 없었으면 나는 지금 여기 있을 수 없다. 한 번도 돈 가지고 뭐라 한 적이 없다. 글을 쓰다가 생각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리면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아내는 그걸 또 다 받아준다. 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원고료를 후원하고 계란을 보내오니까 굉장히 신기해했다. 돈을 더 벌려고 했다면, 아내가 에스더 낳고 나서 여기서도 일자리를 잡았을 것이다(그의 아내는 전직 치기공사였다). 돈에 대해서는 믿음으로 맡기는 게 몸에 밴 것 같다. 아내에게 산다는 게 뭔지 배운다. 정말 고맙다.
>원래 글쓰기를 좋아했던 모양이다.
글쎄… 문학을 좋아하긴 했다. 사춘기 때는 몽환적이고 세기말적인 소설을 쓴 적도 있다. 국문과 다니는 이에게 보여줬더니, 인정을 안 해주더라. 그때 나는 주로 50-60년대 문학을 읽었다. 아마 그 시대 문학을 지금 읽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그런데 내게 그 책들은 사물을 바라볼 때 다른 시각을 갖게 했고 지식인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었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쓰려고 애쓴다.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보통 새벽 4시, 4시반 쯤 일어나서 자료 수집에 들어간다. 자료 수집만 10시간 정도 소요되고, 이미지 편집에 2시간, 마지막 원고(기사) 작성이 2~3시간 정도 걸린다. 대략 15시간 정도 일하는 셈이다. 이미지 편집과 원고 작성은 한 번에 하니까 시간이나 에너지가 그다지 들지 않는 반면, 자료 수집-읽기-분석-정리는 하루종일 하는 거라서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아침마다 주요 일간지를 샅샅이 훑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밖에 오후에 짬을 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린다. 트위터에는 주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페이스북에는 일상 이야기를 쓴다. 더러는 새벽 늦게까지 몰두하기도 한다. 어제도 새벽 4시에 자고 아침 7시반에 일어났다.
> 왜 그렇게 ‘자료’에 매달리는가?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쓴다’는 원칙 때문이다. 대다수 정치 논객이나 정치 블로거들이 나름의 ‘논리’로 정치 논평을 하지만, 나는 오로지 자료(data)와 사실(facts)을 가지고 글을 쓰고 논평한다. 일종의 ‘데이터 저널리즘’(구체적 데이터와 원천 자료를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기사를 작성하는 보도 태도)이랄까. 자료를 찾은 다음엔 반드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관 자료를 찾아 교차 확인(cross check)하는 거다. 그런 다음 그 자료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시각화하는 편집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하면, 내 글에서는 그 자료 이미지만 봐도 전하려는 메시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자기만의 ‘자료 검색/수집’ 노하우가 있나?
일종의 수사 기법을 활용한다. 한 가지 단서를 검색해서 걸려드는 자료들을 찾고 거기서 또 연결 고리를 따라가는 방식이다. 병역, 세금, 정보공개 청구, 관보, 연구논문 등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의 사이트를 미리 ‘즐겨찾기’ 해놓고 꾸준히 검색한다. 실시간으로 인터넷 국회 보도 영상도 놓치지 않고 본다. 중요한 건, 한 번 검색해서는 절대 원하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거다. 수차례 또는 수십 차례 찾고 뒤지고, 이 자료에서 저 자료로 건너다니며 읽는다. 이러니 자료 검색과 수집에 10시간 이상 걸릴 수밖에. 논문이나 단행본, 긴 분량의 자료는 속독이나 발췌독(필요한 부분만 뽑아 읽기)을 하며 훑어나간다.
> 거의 모든 자료를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한다는 건가?
신문기사에 인용되는 자료의 90퍼센트 이상은 인터넷 검색으로 원천 자료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쓰는 글은 현장성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쓰는 글은 하나의 이슈나 주제를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삼아 파헤치는 것이기에, 현장 기자들의 취재기사와는 아무래도 그 형식과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 있는 데이터는 사실상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나는 그걸 찾아내 분석하고 정리하고 논평 또는 해설을 덧붙여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어떤 사건이라도 사실상 실시간 동영상으로 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사실상 현장 출입기자들의 기사를 봐도 취재 뒷얘기나 익명의 관계자 인터뷰 정도 외에는 별 차이를 못 느낀다. 물론 취재원 확보에 대한 어려움은 있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서울에 한두 차례 다녀온다. 기사 이면의 이야기나 배경을 알기 위해 직접 사람들을 만나 조사하는 것이다. 가끔은 인터넷이 아니라 논문을 찾아보기 위해 도서관을 가기도 한다. 또 출판사에서 매월 보내오는 책을 읽으며 찾기도 한다.
> 자료 수집 과정에서 글의 방향이 바뀌거나 글쓰기를 포기하는 경우는 없는가?
기본적으로 나는 기사 방향을 미리 ‘설정’하고 자료를 찾고 글을 쓰지 않는 쪽이다. 오히려 자료를 먼저 훑어나가다가 방향을 잡고 글을 써나가는 편이다. 자료를 찾고 읽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객관적인 자료의 양이 부족하면 글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무기 구매’ 같이 첨예한 이슈의 경우,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비교 분석을 하려는데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 포기한 적이 있다.
> 강기석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아이엠피터는 한국 언론계의 선구자”라고 평한 적 있다. 언제부터 자신을 언론인으로 생각하게 되었나?
내가 언론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그저 조금 알려진 블로거일 뿐이다. 다만, 블로그 역시 매체(1인 미디어)라는 점에서 여타의 언론 매체가 가지는 위험성과 의무,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 정치?시사 분야의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은 없나?
왜 없겠나. 그래서 자료 수집 과정에서도 팩트(facts) 확인을 더 꼼꼼히 한다. 단어 하나, 표현 한 줄, 실명 거론 등에서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위반 가능성은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검증을 위해 몇 시간씩 허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문장 한 줄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데 드는 시간이 많아지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지난 18대 대선 기간과 대선 이후에는 아내가 ‘비상금’을 놓고 기도했던 적이 있다. 내가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을 물거나 잡혀갈 때를 대비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행히 벌금도, 구금도 없었고, 오히려 ‘2012 다음뷰 블로거대상’으로 상금이 나와서 아내의 기도가 응답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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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아이엠피터의 정치시사 논평과 기사는 보수 기득권층과 현 정부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정부에 비판적인 민간인들을 사찰한 일도 있었는데….
인터넷 계정과 이메일 해킹, 전화 도청이 있음을 간간이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길 경우에 대한 대비를 늘 해둔다. 어느 관공서에서는 내 블로그 사이트를 블라인드(차단) 처리한다는 얘기를, 두 달에 한 번 꼴로 듣기도 했다. 그래도 그다지 신경 안 쓴다. 오히려 이런 모든 일이 다 포스팅(posting, 콘텐츠 올리기)감이나 기사 거리라고 본다. 그래서 즐거운 일로 받아들인다.
> 블로그 첫 화면에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는”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왜, 무엇이 ‘상식적인’ 사회인가?
간단하다.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면 안 되고, 병역은 누구나 이행해야 하며, 세금은 절세는 하더라도 탈세를 하면 안 되는, 이런 것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사회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사회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상식이 쉽게 무너져 왔는데, 그 상식을 무너뜨리는 이들이 주로 지도층과 기득권층 아닌가. 상식적인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과 이들 사이에는 거대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상식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내 글쓰기가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작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한국의 일베나 일본의 넷우익(특히 재특회)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사회적인 관심’을 받기 위한 욕구가 결집되어, 특정 정치 단체의 행동대원으로서 이용당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재특회’ 같은 일본의 넷우익은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한국의 ‘일베’는 한국전쟁 당시 죽창을 들고 다니던 반공청년단의 재연을 보는 것 같다.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 어느 서평에서 “과연 내가 진정한 크리스천이냐는 물음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고 썼는데, 아이들 이름(첫째는 ‘요셉’, 둘째는 ‘에스더’)만 놓고 보면 목회자라고 생각할 것 같다.
날라리 신자인 아빠를 닮지 말라는 마음과, 이름대로 살면서 하나님 사랑 받는 아이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렇게 지었다. 내가 진정한 크리스천을 논할 자격은 없지만, (한국교회가 가르치는 내용보다) 성경 말씀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진정한 크리스천이 아닌가 한다.
> 한 달 독서량은 얼마나 되나? 역시 정치사회 분야 책 위주로 읽는지….
매월 외부에서 보내주는 책이 10여권이 넘는다. 그 책들과 함께 자료 열람용으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데, 대부분 책을 완독하기보다는 속독이나 발췌독으로 읽으면서 필요한 부분에 가서는 집중적으로 읽는다.
> 정치시사 전문 블로거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
“웬만한 기자 10명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때가 가장 보람 있다. 아이엠피터만의 명예를 넘어, 블로거를 낮추보는 엘리트주의적 한국 언론계에서 블로거가 인정받았다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 최근에 쓴 글 중에서,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기사를 꼽아달라.
“박근혜가 조작한 국정원 대선개입 시간대별 증거”(4월 26일자)라는 글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어떻게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을 이용했는지 시간대별로 정리한 글로, 당시 새누리당 당직자와 경찰, 국정원 등의 발언과 대응이 어떤 목적과 배경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있다.
> 전업 블로거 생활을 그만 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
매일 글을 쓰는 일이 힘들어서 누군가 대신 내 글을 정리해서 올려줬으면 하는 생각은 한 적 있지만,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평생하지 않을까.
> 월 수입이 어느 정도면 이곳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건가?
원고료와 후원을 합쳐 150~200만 원 정도 들어온다. 이 정도면 저축을 하거나 여유 있게 쓰지는 못해도, 아이들 키우면서 먹고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블로그 독자 가운데 다양한 방법으로 꾸준히 후원하시는 분들이 있어 정말 감사하다. 책을 보내주시거나 계란을 보내시는 분들도 있고, 아이들 장난감 같은 것도 보내주신다. 그분들도 여유 있는 분들이 아니더라. 그러니 그런 후원이 더 고맙고 소중하다.
> 전업 블로거로서 외로운 적은 없었는지…
전혀 없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독자들과 항상 소통한다. 이게 내 체질에 맞다. 블로그 관련 강의를 엄청 많이 했는데, 이 일은 체질이 맞아야 한다. 의무적으로 포스팅을 하는 이들은 얼마 못 간다. 열에 아홉은 달려들었다가 그만 두는 게 그 때문이다. 블로그 포스팅 자체를 즐기고 좋아해야 한다.
> 앞으로 글을 쓰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정치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다루고 싶은데, 머리가 안 따라간다. 현대사 관련 분야도 깊게 파고들고 싶다. 아이엠피터 블로그에 올라 있는 현대사 관련 포스팅을 역사 교사들이 활용한다는 얘길 들었는데, 아이들이 본다고 생각하니까 의무감이 더 생기더라. 현대사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글을 정기적으로 쓰고 싶은데, 물론 이건 남들이 현역에서 물러나는 65세쯤부터 할 계획이다.
제주의 외딴 산간 마을에서 사는 일상을 정말 즐기는 듯, 그는 편안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요셉(12)이와 에스더(5)가 학교와 유치원에서 돌아와 아빠에게 안겼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에게서 국정원의 불법 정치개입과 국가기밀 유출 사태에 대한 최근의 글에 나타난 결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무실’인 작은 방 안에는 연식이 지난 듯한 노트북과 낡아 보이는 모니터가 보였다. 어느덧 저녁 식사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는 비행기 출발시간에 쫓겨 서둘러 일어나는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못해 미안해했고, 우리는 그의 소중한 일과 시간을 3시간씩이나 뺏은 게 미안했다. 그의 취침 시간이 그만큼 늦어질 터였다. 그날의 3시간은 지금도 생생한 영상으로 남아 있다.
진행 및 정리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