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패러디 동화 2편 외

[580호 황사마의 페북질]

2014-02-26     황사마

이번 호에서는 지난 달 페북에 포스팅한 글 중에서, 교회와 나라꼴에 대한 시사패러디 동화 두 편, 숲에 대한 두 가지 단상, 지도자와 도덕에 대한 두 가지 시선을 골라보았습니다.

시사 패러디 동화 1
--1월 8일 좋아요 240 댓글 16 공유 6

‘햇볕교회’를 섬기는 한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늘 달동네 노숙인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시는 사역을 하셨지요. 달동네 주민 중엔 폭력전과자도 있고 정신이상자도 있었기에 밥집 사역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아랫동네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도 목사님의 밥집 사역 덕분에 달동네 아이들은 아랫동네에 자주 놀러왔고 동네 놀이터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지요.

그런데, 6년 전인가 아랫동네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는 원주민들은 세입자가 되어버렸고, 맞벌이 부부도 늘어났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브런치를 즐기는 여사님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교회가 있었던 건물도 재건축되면서 목사님은 떠나시고 밥집을 찾는 노숙인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밤에도 조명이 환한 공인중개업소가 생겼지요.

대를 이어 가업으로 중개업을 하시는 ‘박가네 부동산’ 여사장님은 달동네에 새로운 투자가치가 있다시며 늘 명함을 돌리셨습니다. 그리고 명함 한 켠에는 큰 글자로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재개발은 대박이다!”

시사 패러디 동화 2
--1월 16일 좋아요 105 댓글 19 공유하기 11

‘다솜밥집’은 홀보다 주방이 큰 곳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밥집 할머니는 많은 손님들이 배부르게 밥먹는 것뿐 아니라 손님들에게 맛난 밥을 손수 짓는 법을 가르치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그 집 손님들은 언제나 주방에 드나들며 딸 아들처럼, 며느리 사위처럼 할머니와 사귀는 사이였지요. 많은 다른 밥집에서 밥맛의 비결을 배우러 오기도 했답니다.

할머니께서 기력이 다하셔서 주방일을 더 하시기 힘들게 되자 외국서 외식업을 공부한 고향 친구의 딸이 밥집을 이어받았습니다. 오자마자 새벽특별 죽메뉴가 대박이 나서 손님이 배가 되었습니다. 주방은 여유가 있었지만 홀이 모자랐지요.

몰려드는 손님들을 소화하기 위해 3층 빌딩을 짓겠다고 했을 때, 집 짓는 법보다는 밥 짓는 법이 우선이라는 할머니의 당부를 무시하고 관광객 입맛에 맛는 각종 퓨전메뉴가 개발되었지요. 이젠 다솜밥집에 밥 짓는 법 배우러 오는 이들의 발길은 뜸해졌습니다.

몇 년 후 밥집 할머니는 온동네 분들의 애도 속에 돌아가셨고 새로 개발한 각종 퓨전메뉴들은 레시피 도용으로 고발당하는 바람에 얼마간 임시주방장 체제로 밥집은 겨우 체면을 유지했답니다.

얼마전 목 좋은 곳에 3층짜리 ‘아가페레스토랑’이 생겼습니다. 레스토랑 투자자들 덕분에 법에 없던 각종 인허가도 일사천리였고 주변 작은 식당들의 민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동네분들은 예전 밥집터에서 점심을 드십니다.

이제 할머님의 마음이 깃든 구수한 밥내음은 사라졌습니다. 밥 짓는 법에는 관심 없는 관광객들이 맛집광고를 보고 찾아옵니다. 치즈와 버터향이 흐르는 레스토랑 현관에 걸려 있는 현판에는 멋진 디자인으로 커다랗게 써 있었습니다.

“그분이 다 하셨습니다!”

숲에 대한 두 가지 단상
-- 1월 15일 좋아요 211 댓글 15 공유 31

사과씨의 꿈은 100개의 사과가 아니라 사과나무 숲이라고 했다. 과수원지기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나무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라 했다. 제자훈련의 목표는 커다란 교회에 탐스러운 제자들이 드글거리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세상에서 썩어져 열매를 맺는 또다른 나무가 되고 자라나서 결국 숲을 이루는 것이다.

나아가 이사야서에는 주님이 다스리는 그 나라가 되면 사막에 숲이 우거지는 것을 넘어 꽃동산이 된다고 했다. 똑같은 나무들이 드글거리는 숲 정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꽃들의 향연이다. 제자훈련의 또다른 목표는 동종수(同種樹)를 복제해내는 것이 아니라, 각양 색깔의 꽃을 피우고 각양 향기의 과일들을 맺는 과정이다. 이들이 어우러져 동산을 이루는 꿈이다.

다들 똑같이 큐티 잘하고, 성경공부 성실히 하고, 암송도 꼬박꼬박, 찬양가사 줄줄, 수련회 안 빠지고, 교회봉사 두루하며 선교여행도 앞장서서 다녀와서 선교지를 위해 중보하고, 헌금생활 꾸준히 하고… 이걸로 ‘훈련’을 설명할 수는 있어도 ‘제자’를 설명할 수는 없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자기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 꽃피우고 썩어지기 전까지는….

이건 한 때 내 반성문이기도 하다.


지도자와 도덕에 관하여 1
- 2월 5일 좋아요 131 댓글 6

오늘은 명동에 나와 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 중이지요.
개신교 신뢰도 추락에 대해 듣습니다.
만성부전 중증의 이유를 요약하면,
‘지도자’들의 ‘도덕성’이라네요.
사회봉사도 언행일치도 문제지만,
결국 ‘진정성’의 문제지요.
이젠 50대도 등을 돌리고 있다네요.
동세대 목회자의 비도덕성을
가까이서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겠지요.
지역적으론 서울에서 크게 추락했습니다.
조만간 전국으로 번진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지도자와 도덕에 관하여 2
- 2월 6일 좋아요 212 댓글 9 공유 14

생각해볼수록 리더십은
지도자의 역량보다는
지도자의 덕성에 좌우된다.

그러므로 리더십을
지도력(指導力)이라 새기지 말고
지도덕(指導德)이라 새길 일이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두가지는
인간으로서 도덕(道德)과
지도자로서 도덕(導德)이다.

내면을 다루는 지도자일수록 말이다.

이 글들을 갈무리할 때쯤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항소심 선고결과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무죄라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영화 <변호인>에서는 양심선언 군의관의 증언에 당황하며 그 증언을 무효화하기 위해 그의 정상적인 휴가를 탈영으로 조작해서 뒤집어 씌웠지만, 이제는 아예 다른 다수의 반대증인들을 내세워 증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으로 고뇌에 찬 양심선언을 무력화하더군요. 그 뻔뻔함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수가 저지르는 악에 동참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적어도 처벌받지는 않는다는 확신에서 온 것이겠죠.

최후의 심판이 존재해야 하고 선한 양심을 지킨 이들이 하나님 품에서 위로를 받는 종말의 하나님나라의 완성을 소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불의한 이들에게 응당 현세적 심판이 임하기를 하나님께 부르짖는 일은 분명 우리들의 선지자적 사명임을 잊어서도 안 되겠습니다.

황사마(본명 황병구)
논리정연하고 예리한 식견, 인간에 대한 예의와 온기를 지닌 페북 글쟁이로 주목받는 40대후반 직장인. ‘황사마’는 오래전부터 그를 따르던 이들이 무한애정과 존경을 담아 부르던 애칭이다. 죠이선교회 캠퍼스 총무리더, 서울대기독인연합(서기연), 기독노래운동 ‘뜨인돌’ 뮤지션이자 연출가, <많은물소리> 편집인 등을 지냈고, 오랜 기간 복음과상황 편집위원으로 섬겼다. 원래 전자공학 석사학위까지 마쳤으나 엔지니어의 길을 벗어나 도미하여 MBA를 공부한 경영컨설턴트이다. 사회선교재단 한빛누리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한국 기독교 복음주의권의 도움이 필요한 곳곳을 찾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