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맺을 수 없는, 회개의 열매
[280호 오두막 묵상]
우리가 짓는 모든 죄는 관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혼자서는 죄를 지을 수 없습니다. 혼자서 마음으로만 짓는 죄도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시겠지만, 그때도 상대는 있기 마련이고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해도 죄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이 죄스러운 생각들의 치명성을 지적하시면서 이미 죄를 실행에 옮긴 것과 다르지 않다고 엄중히 경계하시지 않았습니까? 오히려 마음으로 짓는 죄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큰 예측불허의 위험성을 지닙니다.
이 같은 죄나 죄 된 마음을 회개할 때, 그냥 잘못을 뉘우치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물론 뉘우침으로부터 시작하겠지만 거기에만 머무르면 온전한 회개에 이를 수 없다는 말입니다. 회개에는 반드시 상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 상대와의 관계성 속에서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탕자는 아버지께 돌아왔을 때 회개가 온전히 이루어졌고, 세례 요한도 회개에는 반드시 열매가 있어야 한다고 했지요. 회개의 열매는 관계를 회복하게 만드는 전향적이고 결정적인 행위들을 반드시 포함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회개의 목적을 천국이 가까이 왔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관계의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뜻이겠지요. 이 땅에 임한 하나님 나라와 영원에 이를 그 하나님 나라 살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 관계 회복임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서 풀리지 않은 죄는 하늘나라에서도 풀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 모든 관계가 회복된 나라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하는 회개는 하늘에 닿기 어렵습니다.
영화 <밀양>에는 자기 자녀를 유괴, 살해한 범인을 용서하고자 면회 간 여인에게 그 범인이 “이미 나는 하나님께 용서받았다”고 하면서 평안한 얼굴로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여인은 자신의 용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범인의 뻔뻔스러움에 진저리를 치며 분노합니다. 이 범인은 과연 하나님께 회개하고 용서받은 것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 범인의 회개는 이 땅의 관계 안에서 열매를 맺지 못했기 때문에 하나님께 상달되지 못한 회개입니다. 우리들도 얼마나 많이, 그 뻔뻔한 범인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회개는 단순한 뉘우침을 넘은 인격적 화해입니다. 이 같은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 땅에서의 하나님 나라 살이가 유보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재영
경남 합천에서 아내 최영희 권사와 “이 소자 중 하나에게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자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그 사람이 결단코 상을 잃지 아니하리라”(마태복음 10:42)는 말씀에 따라 연약한 자들과 함께 공동체를 일구며 살고 있다. 오두막공동체 카페 http://cafe.daum.netodumaklove2
* <오두막 묵상>은 이번 회로 마무리됩니다. 그동안 연재해주신 필자와 성원해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