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옹호와 혐오 사이

[284호 황사마의 페북질]

2014-06-23     황사마 40대 후반 직장인

   

¶_ 이번 달에는 호흡이 긴 포스팅 두 개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것 하나와 2년 전 이맘 때 것 하나입니다. 둘 모두 딸과의 대화에서 비롯된 토론의 일부입니다. 물론 제가 설명하는 입장이기는 했지만, 저도 그 와중에 좀더 정리가 되는 면이 있어서 피차 배울 수 있는 대화수업과도 같았습니다. 저는 10대 시절에는 이런 이야기를 잘 주고받을 상대가 없었던 이과생이었고, 그나마 독서의 폭이 넓어진 대학에서도 성경공부와 수련회를 좇아다니던 공대생이었지만, 저와 달리 언어와 사회와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 딸은 그 방면에서는 아빠의 부족함을 채우며 살아가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동성애 옹호와 혐오 사이에서 무례하지 않게 대화하기
⇢ 6월 12일 좋아요 281 댓글 37 공유 77
비단 최근이 아니라도 동성애에 대한 질문은 상존하기에 이제는 대답할 것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상존합니다. 몇 주 전 기독교개론을 수강하는 한 학생으로부터도 이메일로 질문을 받았고, 급기야 며칠 전에는 고딩딸 은율이가 아빠랑 할 얘기가 있다면서(후덜덜) 질문을 해왔답니다. 이야기인즉슨 사회시간에 선생님이 아이들의 의견을 묻는 상황이 있었는데 동성애 반대에 대한 입장을 표한 사람은 자기밖에 없었다며(ㅠㅠ) 다른 대부분의 학급친구들은 찬성이나 유보 입장이어서 충격이었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입장이 적당한 비율로 존재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일방적인 여론에 대해 당황스러웠다고요. 안락사나 혼전성관계에 대해서도 딸과 한바탕 논의를 건설적으로 한 적이 있는지라 용감하게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동성애자들의 차별은 반대하지만 동성애 자체를 옹호하지 않는 평범한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빠: 금연과 흡연으로 설명하는 비유가 그나마 고등학생 수준에서는 가장 적절한 것 같은데 어떠니? 선택과 취향은 존중하지만 진지한 반대의견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면에서 말이야.

딸: 응. 그렇게 설명하신 이재철 목사님 글은 읽어 봤어. 근데 간접흡연처럼 주변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라서 설득력은 부족해. 동성애자들 스스로 어떤 피해를 받는지도 당사자들이 그렇지 않다고 하면 뭐 딱히 할 말이 없고 말야.

아빠: 그러면 존 스토트 박사님이 ‘호모포비아’와 ‘호모필리아’ 사이에서 신중하게 논한 글을 한 번 더 읽고 나서 내일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딸에게 해당하는 글을 찾아주고는 하루를 지내면서 저도 가장 적절한 소통법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대화는 다음날 이어졌습니다. 제 설명이 딸에게 납득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모든 이에게 모범답안은 아니기에 고민스럽기는 했습니다.

아빠: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는 하더냐?

딸: 어느 정도는. 근데 짧고 선명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빠: 아빠 입장도 호모포비아와 호모필리아의 중간이라고 해야겠지. 그렇다고 어떤 지점이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도 힘든 것은 맞구…. 교회 안의 호모포비아적인 분들에게는 일단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떨까? 물론 이 입장은 동성애 옹호론자들에게는 아주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입장이지만 그나마 극단적인 혐오론자들을 다소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단다.

1. 동성애 자체는 구원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2. 동성애가 죄라고 할지라도, 돌이키면 용서받을 수 있는 거짓말, 살인, 사기, 간음 등의 죄보다 중하지 않다.
3. 질병이나 장애로 보는 관점도 가능하지만 난치나 불치의 일반 질병도 있으므로 이 점도 이해해야 한다.
4. 동성애를 개인적 차원에서 다루기보다 깨어진 세상의 고통을 소수가 부득이 걸머진 것이라는 연대의식이 중요하다.

딸: 어쨌든 성경적으로는 동성애는 죄 아닌가?

아빠: 글쎄 그건 ‘탐욕’과 연결될 경우가 죄이지 그런 성향 자체를 죄라고 하기에는 어렵지. 죄라는 입장에 서더라도 동성에게 끌리는 것 자체와 구체적인 관계를 맺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딸: 동성애자나 옹호론자들에게 반대편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참 어려워.

아빠: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소수자로서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존중하지만, 그들의 취향과 선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폭력적 처사’라고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관점이지. 물론 반대 입장을 가진 분들에게는 너무도 미온하게 비칠 테지만 동성애 옹호론자들과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견해라고 봐. 이를테면,

1. 남녀간에 서로 사랑하면서도 서로 책임지는 관계인 결혼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단순 동거하면서 다른 이성들과 자유연애를 하기로 한 커플에게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성경적으로 바람직하다”라고 권하는 것 자체는 상식적이고 자연스럽다.
2. 결혼한 남녀가 신체적 기능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자녀를 가지지 않기로 선택하고 둘만의 인생을 보내는 것에 대해 “자녀를 낳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성경적으로 바람직하다”라고 권하는 것 자체는 상식적이고 자연스럽다.
3. 이런 맥락과 유사하게 동성애자들에게 그들의 취향과 선택에 이의를 제기하며 자연스럽지 않다고 권하는 것은 일리 있는 입장이다. 물론 차별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혼을 안 하거나 자녀를 낳지 않거나 동성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존재양식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부당한 언사는 아니다.

통계적으로 소수자라는 것 때문에 법적 인격적 차별을 받지는 말아야 하지만, 문화적인 연속성 상에서 보편적이지 않다는 시선을 받는 것은 감수해야 할 일이고 다른 영역의 소수자들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지. 나아지긴 하겠지만 문화적인 압력은 늘 존재하니까.

딸: 일단은 아빠 설명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이런 입장을 친구들에게 잘 전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네.

아빠: 그래 힘들겠지만 애써봐라.@.@

나름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우리 딸이 이 세상의 파고를 잘 올라타서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법도를 잘 살아내고 그분의 마음을 드러내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깨어진 세상의 고통에 대해서도 민감하고, 우리 안에 도사린 여러 어두움에 대해서도 정직한 삶을 살기를 말입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 2012년 6월 25일 좋아요 287 댓글 67 공유 60

어제 아내와 딸에게 간단히 정리해 준 몇 가지.

1. 민주주의의 반대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독재란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진술이며 공산주의는 경제적 진술이구. 공산독재란 말은 있어도 민주독재란 말은 없잖니.
2.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것이 공산주의이고 전통적으로 대표적 차이는 사유재산의 인정 여부이지. 음… 그럼 자본독재라는 말은 가능하다는 거란다.
3. 자유주의와 대비되는 것이 사회주의인데 개인의 행복추구권이나 사유재산의 한계를 두지 않으면 자유주의라고, 이를 사회적 합의로 정부나 법이 적극적으로 제한하면 사회주의라고 하지.
4.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생산수단만 공유하느냐(사회주의), 거기서 개인의 노력으로 거둔 소득까지 균등분배하느냐(공산주의)의 차이로 보면 된단다.
5. 사유재산의 인정도 자기 노력의 결과물에 한하도록 하고, 사회적 자산과 서비스(토지, 통신, 전기, 수도, 금융, 의료, 교육 등)는 개인이나 특정자본이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주의라고 보면 되겠다.
6. 그러므로 요즘 대두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란 정치경제적인 진술로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근데 사회주의라는 단어가 공산주의를 떠올리게 되어 우리나라에선 피하는 경향이 있지.
7. 자본주의는 기업의 생산활동에 필요한 자본, 기술, 노동 중에서 ‘자본’이 기업의 경영권을 가지고 기업의 이윤처리를 자본가들이 좌우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단다.
8. 노동운동이나 협동조합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자본, 기술, 노동 중에 ‘노동’을 제공하는 측에서도 기업의 이윤과 인사에 대한 의사결정권에 참여하고자 하는 것이구.
9. 투자자들은 금전의 자유를 제한 당하고 거기서 배당소득을 취하고, 노동자들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 당하고 거기서 근로소득을 취하는데, 투자자본만 기업 내 의사결정 권력을 독점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거지.
10. 예를 들어,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인 교육, 언론, 의료 분야 등에서 일하시는 교육자, 언론인, 의료인들은 자본을 댄 사람들과 노사관계라기보다는 동업자 관계로 보는 것이 옳은 것 같구나.
11. 곧 아빠가 함께 일하는 <복음과상황>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해 제대로 다룰 테니 언제고 자세히 함 읽어봐라. (2012년 8월호 커버스토리로 “경제민주화 전성시대”를 다룬 바 있다.-편집자)

딸 왈, 이런 거 학교에선 안 가르쳐 줬다고…. 교과서에도 민주주의의 반대를 공산주의로 기술하고 있다고….ㅠㅠ 아빠는 사회주의자인 거 같다고…. 20년 전에는 이런 말하면 잡혀가지 않았냐고…. 제가 그랬습니다. 아빠를 경제민주주의자라고 해달라고.ㅎㅎ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감옥에 가서 이제 이런 말해도 잡혀가지는 않는 나라가 되었다고.

황사마(본명 황병구)
페북 글쟁이로 주목받는 40대후반 직장인. ‘황사마’는 오래전부터 그를 따르던 이들이 무한애정과 존경을 담아 부르던 애칭이다. 죠이선교회 캠퍼스 총무리더, 서울대기독인연합(서기연), 기독노래운동 ‘뜨인돌’ 뮤지션이자 연출가, <많은물소리> 편집인 등을 지냈고, 오랜 기간 복음과상황 편집위원으로 섬겼다. 원래 전자공학 석사학위까지 마쳤으나 엔지니어의 길을 벗어나 도미하여 MBA를 공부한 경영컨설턴트이다. 사회선교재단 한빛누리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한국 기독교 복음주의권의 도움이 필요한 곳곳을 찾아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