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학번 새내기의 첫 대학생활

[285호 청년주의] 경희대 생체의공학과 1학년 고한음 씨 인터뷰

2014-07-29     오지은 기자

아직 투표해 본 적이 없는 파릇파릇한 열아홉, 대학 신입생으로 첫 방학을 맞이한 싱싱한 고한음(19) 씨를 만났다. 수능시험을 망쳐서 재수할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만족스럽게 학교에 다닌다. ‘수강신청 전쟁’에서 패한 결과로 하루 다섯 과목의 수업을 소화하는 날도 있지만, 동아리 활동을 적절히 즐기면서, 초록의 아름다운 교정에서 감성도 빵빵 터뜨리며 1학기를 마쳤다. 소속한 대학생선교단체 수련회 이후, 그리스도인으로서 내실을 다지는 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당연히 군대는 아직 안 갔고, 여자친구는 지금은 없다.

방학일 텐데, 어떻게 지내나?
▶ 종강하고 지난주에 동아리 수련회에 다녀왔다. 원래 재수할 계획이었는데, 막상 학교 다녀보니까 좋다.

재수는 왜?
▶ 수능을 망쳤다. 재수학원까지 등록해놓고 신나게 노는데, 그 모습을 본 아빠가 ‘너 재수 못하겠다’고 하시더라. 학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시는데 그때 나도 흔들렸다. 주변 사람들도 그냥 학교 다니라고 계속 권유해서 입학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기도를 참 많이 했다.

무슨 기도를 했나?
▶ 내가 재수하려는 게 출신학교 이름 얻으려는, 그런 세속적인 욕망 때문은 아닌지 싶어서 고민하면서 기도했다. 재수학원 등록비도 미리 냈는데 학교에서 등록금 내라는 전화는 오고, 부모님도 ‘다니다가 그만둬도 된다’시며 인생은 기니까 일단 학교를 다녀보라고 하시더라.

대학생활이 기대한 거랑 잘 맞나보다.
▶ 친구들도 사귀고 학점도 잘 나온다. 주변에 더 좋은(?) 학교 들어간 애들은 성적이 야구 타율이랑 똑같이 나오더라.(웃음) 가끔 재수생 친구들 만나서 밥 사주는데 힘들어하는 걸 보면 안타깝다. 성적 안 나오는 것도 힘들고, 대학생활도 부럽단다. 나는 잘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재수 안하길 잘한 거 같다. 과 애들 중에 공부 잘하다가 반수하러 가는 애들이 있는데, 이젠 그런 애들 보면 불쌍하다. 왜 좋은 대학 놔두고 또 수능 공부하러 가는지. 

수업 듣는 건 어떤가?
▶ 교양 필수로 박혀 있는 과목들이 꽤 있어 힘들다. ‘시민교육’ ‘인간의 가치탐색’ 이런 거 듣기 싫은데 수강해야 한다. 문과생이랑 같이 수업을 듣는데 글발을 이길 수가 없고, 철학 수업 때면 잠이 쏟아진다. 해보니까 수강신청이 ‘클릭 전쟁’이라는 말도 실감했다. 인기 있는 건 경쟁률이 심해서 듣기 어렵다. 클릭 실패로 수업일정이 불규칙하다. 하루에 다섯 과목 듣는 날도 있는데, 9시 수업 들으려면 6시 반에 기상해야 한다. 그래도 재미는 있다. 우리 학교가 벚꽃으로 유명한데, 지난봄에는 캠퍼스를 지나다니는데 감성이 막 터지더라.

전공은?
▶ 생체의공학과인데, 의료기기나 인공장기 같은 거 만드는 분야다. 나중에 연구 쪽으로 가고 싶다.

전공이 생소한데, 성적 맞춰서 들어간 건가.
▶ 원래 관심이 있던 과다. 생체의공학과 있는 학교가 우리 학교 말고는 연세대 원주, 고려대 보건행정, 한양대 정도인데, 과에 맞춰서 선택한 대학이었다. 재수해도 다 고만고만하고, 연세대 신소재공학도 지원했는데 붙으면 갈까 말까 고민했었다. 붙었으면 학교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관심이랑은 무관한 과를 갈 뻔 했으니 성적 잘 안 나온 것에 하나님 뜻이 있는 것 같다. 재수하면 의대를 목표로 하려 했는데 평소 모의고사 성적으로 의대는 무리였고, 현재 원하던 전공을 하고 있으니까 학교 이름이 다가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 전공 관련해서 유학 생각을 한다.

유학은 왜?
▶ 교수님이랑 상담했는데, 학부 커리큘럼과 내가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인공장기 분야가 거리가 좀 있더라. 그쪽 분야로는 우리나라가 연구나 개발이 잘 안되어 있다면서 인공관절 권위자인 교수님을 알려주시고 상담 받으라고 하셨다. 학부 공부 후엔 인공장기 분야로 전공을 좁혀가는 게 일단 목표고, 박사까지 해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 같아서 계속 공부할 계획이다.

1학년 1학기가 막 지났는데, 진로 계획이 아주 구체적이다.
▶ 관심 있던 전공이다 보니 생각을 미리 해놓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로봇 만들기도 좋아하고 손기술이 좋아서 조립도 잘했는데, 이런 걸 다 적용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생체의공학도 알게 되어 그쪽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학 계열 다른 과에 비해 여자들도 많고 역시 현명한 선택이었다.(웃음) 나 말고도 과에 열정적인 애들이 좀 있다. 전공 분야 기사 찾아서 단체 카톡방에 공유하고 그런다.

노는 얘기로 바꿔보자. 어떤 동아리에 가입했나? 오디션도 봤다니 경쟁률이 높은가 보다.
▶ 3차까지 오디션 보고 들어간 건 노래 공연 동아리다. 노래 부르기 좋아하고, 재미있었는데 공연 때문에 새벽까지 연습이 잦았다. 나를 포함한 통학 학생들은 거의 다 그만뒀다. 지금은 선교단체(IVF) 동아리 활동만 한다.

IVF 가입 이유는?
▶ 부모님이 IVF 출신인데, 계속 추천하셨다. 한번 해보는 게 손해날 일도 아니라서 가입했다. 학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소모임하고 가끔 놀러가는 정도여서 소그룹끼리만 친했는데, 수련회 갔다 오고는 공동체가 너무 좋아서 지금은 푹 빠졌다. 수련회에서 말씀도 강의도 듣고, 금식도 해보고 기도회도 했다. 새벽축구를 특히 열심히 했다.

대학생이 되어 경험한 첫 수련회였는데….
▶ 나는 모태신앙인인데, 그동안 습관적으로 교회를 다녔다. 수련회 때 조원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 자신을 돌아봤는데, 부모님 따라서 당연히 교회 가야 하고, 안 가면 안 되는 거라는 의식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내 기도에도 응답해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부모님 신앙이 아닌 내 신앙을 만들어 가고 싶다. 신앙적으로 성숙해서 하나님과 소통하는 삶을 살고 싶다.

수련회 다녀와서 달라진 점이 있나?
▶ 다녀와서 동생한테 밥도 해주고 그러니까 동생이 “역시 오빠는 수련회 갔다 와야 해”라고 하더라. 엄마가 제안하는 것에 대해서는 평소 부정적으로 반응했던 것과는 달리 “기도 해보고”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그걸 본 동생이 이번엔 오그라든다더라.(웃음) 수련회를 변화 계기로 삼을 수는 있었던 것 같다. 때마다 하나님과 추억이 쌓이면 삶에서 더 친밀함을 쌓게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몇몇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발언이 ‘망언’으로 비난받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나?
▶ 글쎄, 아직은 한국교회를 위해서 기도할 뿐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일장을 치른 이후 바로 터진 세월호 참사가 신경이 많이 쓰였다. 아직 촛불을 들진 못했다. 아직은 내 문제에 더 관심이 가서 다른 사회적 문제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가 요즘 대학생 고민 1위라는 기사를 봤는데, 본인은 어떤가?
▶ 그런 고민은 별로 해본 적 없다. 지금은 내가 기독교인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다. 성경읽기도 게을리 하고, 큐티도 안 하는 삶에 대해 반성하면서 회개하는 마음으로 수련회도 다녀왔다.

기독 대학생들의 고민 중에는 ‘술’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 부모님이 술 마시는 걸 워낙 싫어하시고 나도 고민했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더라. 성경 말씀에도 마시는 것보다는 취하지 말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마시면 취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럴 땐 귀가 시에 일부러 멀쩡한 척 노력을 많이 한다. 한번은 숙취로 진짜 힘들었던 적이 있다. 토요일 밤에 마셔서 그런지 주일 아침까지도 몸이 너무 괴로워서 부모님 먼저 교회 가시라고 하고 토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내 자신이 좀 한심하더라.

군대 계획은?
▶ 어깨를 다친 적이 있어서 재검 받으면 군대 안 갈 확률이 높은데, 다녀오는 것도 한 번쯤 필요한 것 같아서 규칙적인 생활로 몸을 제대로 만들어 다녀오려고 한다. 친구들은 미쳤다고 하지만, 정신 좀 차리고 오고 싶다. 카투사면 제일 좋겠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휴가를 나온다는 의경도 괜찮을 것 같다. 군대 가기 전에 여자친구 사귄다면 의경으로 가는 게 좋지 않을까?(웃음)

아직 여자친구가 없는 건가?
▶ 지금은 없다. 미팅을 통해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한 달 정도는 외로운 마음에 소개팅 미팅 가리지 않고 친구들한테 부탁했는데, 당장은 딱히 관심이 없다. 친구 만날 시간도 많고, 혼자인 자유도 나쁘지 않더라.

첫 방학인데, 세워둔 계획이 있는지.
▶ 나름 거창하게 세운 계획은 토플 시험 공부하면서 천천히 유학 영어 준비하고, 한 달 정도 빡세게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면서 8월에 친구들이랑 노는 거다. 아르바이트를 계속 알아보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 

진행  오지은 기자 ohjieun317@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