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곁에 있나요?

[296호 커버스토리] 포기하지 않는 2030 청년운동가 3인을 만나다

2015-06-25     오지은 기자
   
▲ 왼쪽부터 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대표, 김진회 청년연대은행 토닥 이사장 ⓒ복음과상황 이범진

2011년 〈경향신문〉의 “복지국가를 말한다” 시리즈에서 처음 사용된 청년 지칭 용어 ‘3포세대’는, 2014년 국립국어원 신어집에 오른 ‘5포세대’를 거쳐 최근 ‘7포세대’에까지 이르렀다. 안정적인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된 사회 현실에서,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내 집 마련-인간관계-꿈-희망’을 포기한 채 점점 더 뿔뿔이 흩어진다. 청년들이 처한 현실은 쉬이 역전될 기미가 없는 듯한데, 이런 때 더욱 분발하여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개선하려 사회 속으로 뛰어 드는 청년운동가들이 있다. 자발적으로 모여 조합을 이루고, 조합들이 연대하여 청년노동과 주거 및 빚에 대한 사회의 동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6월초 홍대 인근 카페에서, ‘기자들 없는 기자회견’을 할 때가 많았다는 청년 당사자 운동의 세 활동가를 만났다. 오세연(32)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임경지(27) 민달팽이 유니온 대표, 김진회(25) 청년연대은행 토닥 이사장. 얼굴을 보자마자 서로 무척 반기며 자연스레 일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하는 그들에게 ‘7포 세대’ 프레임에 대한 질문부터 던져보았다.

― 이젠 청년을 가리켜 ‘7포 세대’라고까지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임경지(이하 ‘경지’): 인간 삶에서 누리는 여러 단계로의 진입 욕구를 거세당한 청년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포기했다기보다도 사회 구조가 청년들에게 포기를 종용하는 상황 아닌가? 〈조선일보〉는 이런 현실에 처한 청년 세대에게 합리적인 삶의 방식으로 제안하는 듯한 ‘달관세대’를 키워드로 추가해냈지만,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고 구조 안의 청년들을 보는 눈이 치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수없이 난무하는 세대담론은 정치적으로 이용되지만 정작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정책을 이야기하면 ‘왜 그런 게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식이다. 

   
▲ ⓒ복음과상황 이범진

― ‘7포 세대’를 놓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경지: 미래 동력인 청년세대가 갈수록 더 포기세대가 된다는 게,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성의 기로에 섰다는 신호 아닐까. 그런데 정말로 포기를 하는 청년이 있을까? 한시적인 조치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청년운동을 하는 우리로서도 불평등을 극복하는 주체로 청년들을 성장시켜 다음 세대의 삶도 보장하자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사회 전반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는 사회 소수자 연대로 방향을 잡아야 할지 고민이 많다. 우리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청년 문제지만,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청년 문제가 청년 세대에 국한되어 해결된다고 세상이 좋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사회의 많은 문제가 청년으로부터 풀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래야 운동의 프레임도 축소되지 않는다. 자꾸 사회에서 포기세대 담론만 소비되는데, 논의가 계속 그대로라 문제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 

―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함께하는 분위기는 굉장히 좋아 보인다.
오세연(이하 ‘세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때가 가장 힘든 상태지 않나. 그런데 우린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단체별로도 이 힘든 상황에 뭐라도 해보자며 뭉친 사람들이 있고,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와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고민을 나누는 주체적인 동료가 더 많아지는 것도 기쁘다. 우리 조합원 안에서만 봐도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거나 구직조차 안 된 이들이 모였지만, 함께하는 과정에서 내 문제만이 아니란 걸 알게 되면서 서로 위로가 된다. 거기서부터 같이 무엇을 해볼까 대안도 고민하게 되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

김진회(이하 ‘진회’):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때나 대학을 그만 둘 고민을 할 때 ‘뭐 먹고 사나’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런데 막상 지금 일을 통해서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날수록 ‘죽지 않는다’는 걸 계속 깨닫는다. 다들 돈이 없는데도 쪼개서 회비 내고, 시간 내서 활동한다. 야근하고도 같이 모여서 뭔가를 나누고, 재능도 모아서 공연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살 만하다는 걸 체감한다.

― 각자 어떤 계기로 활동에 뛰어들었는지 궁금해진다.
진회: 기숙형 과학고에서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공부 시간표로 꽉 짜인 생활을 강요당하면서, ‘대체 무얼 위해 사는 삶인가’ 고민이 시작됐다. 하라는 공부 말고 여러 책들을 읽었다. 그러면서 사회 구조의 문제가 개인의 삶에, 다시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게 된 것 같다. 당시 고등학생으로서 당면한 문제가 교육 문제여서 입시폐지나 대학평준화 같은 학벌과 교육 문제에 관심이 갔고, 결국 사람들이 문제 많은 교육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계층상승 욕구, 아니 더 근본적으로는 생계유지의 불안함, 일자리 때문임을 깨달았다. 그런 고민들은 2009년 물리학 전공으로 대학을 진학하고도 노동운동, 사회안전망, 작은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어 청년연대은행 조합원 가입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여기서 일하게 될 줄 몰랐는데, 대학을 그만 둘 생각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뭐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탐색하다가 활동가라는 직업에도 관심이 생겼다. 휴학을 하고 청년일자리허브에서 하는 ‘청년혁신일자리사업’을 통해 토닥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학교는 올 초에 그만뒀다.

경지: 나는 대학생 때 학생회 일를 하면서 ‘다른 삶’의 경로를 고민했었다. 행정학과였는데 공무원은 따분할 거고, 어차피 일자리도 불안정한 상황이니 이왕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대학생 기숙사 운동, 주거 문제를 놓고 친구들과 운동한 경험을 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직업으로도 나섰다. 기숙사 운동은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온 친구들은 주거비로 꼬박 40만 원씩 내야 하는 게 과연 공정한 현실인가 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교육이든 일자리든 서울에 몰려 있는데, 그 친구들은 등록금도 문제지만 주거비 부담으로 아르바이트가 필수인 상황이니 ‘여기서 무슨 공정한 학점 경쟁이 가능한가’ ‘소위 말하는 스펙 쌓을 시간이 있을까’ 싶더라. 집은 누구에게나 삶의 최소한의 안전망이어야 하는데,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어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현실이자 불평등의 온상인 것이 안타깝고, 슬프고, 화가 났다. 이건 분명 교육에 대한 권리가 침해받는 거라는 생각으로 기숙사 운동을 벌여서 총장에게 기숙사 더 짓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일이라서 학생회와는 별도 조직을 만들게 되었다. 2011~2012년까진 자발적 커뮤니티 성격이었다가, 2013년부터는 제법 시민단체의 모습이 됐고, 지금은 상근자들도 있다. 실은 민달팽이가 이렇게 성장할 줄은 몰랐다.(웃음)

▲ ⓒ복음과상황 이범진

세연: 대학교 때 학보사에서 일하면서 그동안 살던 모습과 다른 미래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마 그런 계기가 없었다면 ‘착하게’ ‘주어진 환경에 긍정적으로 만족하면서’ 살아가지 않았을까 늘 생각한다.) 언론에 나오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세상의 많은 문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 보였다. 그래서 학보사 사회부에 있다가 나중에는 학생회, 또 학생회연합조직에서 반값등록금 운동 등도 함께 했었다. 지금 청년유니온은 나에게 첫 노동조합이다. 계약직으로 노동을 하면서 비정규, 불안정,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바로 나와 같은 청년의 이야기이자, 내 책상 옆 동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조합을 가질 수 없는 청년들이란 아르바이트생과 단기 일자리의 청년뿐 아니라 대기업 내의 수많은 계약직과 비정규직 청년들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청년유니온이 많은 청년들에게 ‘첫 노동조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청년운동은 청년세대 운동이기도 하지만, 특히 청년일 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강하다. ‘청년을 위해서’라기보다도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현재를 조금 더 나아지게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청년들 스스로 해나가는 데 의미가 크다. 그래서 지금, 청년운동을 하고 싶다.

― 다들 먹고살기는 괜찮은가? 그리고 연애는?
진회: 어려운 질문이다. 없이 사는데 생활협동조합에서 무농약 쌀 사서 밥해먹고…. 엥겔지수가 엄청 높다. (그래도) 여자친구는 있다. 독서모임에서 만났다. 

세연: 나도 연애중인데, 남자친구가 고시생이다.(웃음)

경지: 빠듯하다. 버스 끊기고 집에 가는 일이 많아서 택시비랑 식비로 대부분 나간다. 나도 연애 중이고, 일하다 만난 남자친구도 활동가다. 서로 삶을 잘 아니까, 자주 못 봐도 피차 이해한다.

― 역시나 야근이 잦나보다.
경지: 청년유니온이랑 사무실이 가까운데, 우리들은 보통 밤 10시가 회의 시간이다. 낮엔 전화도 많이 오고, 각자 인터뷰나 기자회견 등 일정들을 소화하러 다니니까 저녁 이후에 다른 사람들이 일하지 않을 때야 비로소 우리도 안정감이 생긴다. 거의 작년 10월부터 계속 야근하는 것 같다. 밤 11시, 12시에 퇴근하기도 하고 진짜 늦으면 새벽 서너 시? 근데 그렇게 하는 거에 비하면 되는 일이 없다.(웃음) 된 일만 언론에서 주목해서 그렇지, 사실 안 된 일도 엄청 많다. 캠페인 말아먹은 거, 기자 없는 기자회견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진회: 단체마다 일의 성격이 다르기도 한데, 토닥은 공유 공간인 무중력지대를 사무실로 써서 10시면 문 닫는다!

― 청년 단체들 간 연대는 어떤가? 세 단체는 기자회견장이면 거의 다 함께였던 것 같다.
세연: 구체적인 정책 사안이나 의제를 넘어 청년이라는 연결고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니까. 청년 문제는 복합적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 일자리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학자금 빚이 미해결인 채로 계속 쌓일 거고, 주거 역시 불안정 할 거다. 이 문제가 순차적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민달팽이 펀드도 함께하는 거다. 우리가 주로 하는 청년 노동 문제 역시, 최저임금이건 어떤 문제를 논하건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른 주체들과 협력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 소액의 보증금과 저렴한 월세로 청년들이 거주할 주거 공간 마련을 위한 ‘민달팽이 펀드’ 모금도 합작으로 해왔다. 
경지: 민달팽이에서 펀드를 제안하고 나섰을 때, 다들 선뜻 함께해주기로 했다. 1호 집을 공급하고 2호 집은 통 전세로 공급하려 할 때, 돈이 없어서 두 단체에서 돈을 빌린 게 시작이었다. 청년들의 상호부조 공동체라 자산 자체가 많지 않은데도 이사회에서 큰 결정을 해서 저희에게 당시 토닥 설립자본금의 4분의 1이 넘는 금액을 빼서 빌려주고, 청년유니온 사무실 보증금을 뺀다는 이야기도 듣고 거기도 손 벌렸다.(웃음) 서울시 사회투자재단에서 하는 소셜하우징 융자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사회투자기금으로 전체 사업비 70%를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데, 그 기금을 받기 위한 마중물이 필요한 거였다. 사실 민달팽이 유니온의 형성 자체가 두 단체 없이 불가능했다. 다른 청년주체들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었던 것도 알리고 싶어서 민달팽이 펀드 모금에 세 단체가 공동 기획을 했다. 주로 민달팽이가 실무를 하지만 동시대 청년운동단체들이 의미를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어떤 분이 큰돈을 빌려주셔서 빠른 시간 내에 돈이 모이고 모금도 완료됐다. 세 단체가 사업 논의를 늘 유기적으로 하는데, 아무래도 민달팽이 펀드처럼 함께하는 일이 있을 때 대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지금은 단체 이름만 보고도 신뢰하는 관계다. 

진회: 가계부 워크숍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 그렇게 함께할 땐 즐겁다가도, 혼자인 시간엔 문득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진 않나.
세연: 물론 당장 내년, 내후년엔 뭘 할지, 앞으로 살아갈 집은 구할 수나 있을지 불안하다. 그런데 사실 월급 200만 원 넘게 받는 사람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동생은 스물아홉 살에 취업하고 신혼집으로 전세를 구했는데 어찌어찌해서 전세금 1억 원이 본인 돈이 되고, 애도 있는 서른두 살의 청년이다. 그런데도 ‘둘째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하지’로 시작해서 꼬리를 무는 두려움에 늘 불안해하더라. 그 불안은 100만 원을 벌건, 300만 원을 벌건, 아니면 그 이상을 벌건, 어떤 기준에 맞춰 살기 위해서 누구나 예외 없이 불안 속에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인 것 같다. 도리어 그들은 우리가 더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보통은 다 각자 개별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문제를 함께 의논할 동료들과 토닥거려줄 사람들, 같이 머리 맞대고 살 방법을 함께 찾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삶이 더 나아 보이는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주변에 각자 재빠르게 나름의 살 길을 찾은 친구들의 반응은 어떤가.
세연: 내가 지금 30대 초반인데, 내 친구들은 무관심한 영역에서 뛰어다녔다. 20대에는 내 일에 냉소하던 친구도,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며 걱정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30대 초반에 들어서니까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건 누구건 다들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더라는 거다. 직장 잘 다니는 친구들도 계속 이 직장을 다닐지를 고민하고, 결혼 시점에 있는 친구 역시 비슷한 고민으로 생각이 많더라. 그러니 내가 일하는 노동 분야의 주제가 그들의 고민과 만나는 접촉점이 20대 때보다 오히려 더 커졌다. 20대엔 서로 취업 길 찾느라 바빴는데, 30대가 되고 보니 이대로 산다고 향후 50대에 내 집을 마련할지도 모르겠는 상황인 거다.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공통 주제가 점점 더 늘어나고,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 아직 20대인 친구들, 길이 더욱 좁아지는 상황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찾느라 끙끙대는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복음과상황 이범진

진회: 믿기 어렵지만, 사실 인간은 협동하는 유전자도 타고 났다. 그리고 세상엔 좋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낀다.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지만 같이 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누구나 어려운 문제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방법들을 계속 고민하고 공부하자고 말하고 싶다.

경지: 세상 누구도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삶이라는 건, 내 곁의 사람들을 돌아볼 때 내 중심도 잡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 몸을 조금씩 움직여 보는 것이 주변을 돌아봄의 시작인 것 같다. 그동안 보지 않아온 것들을 살펴봐주면 좋겠고, 나 같은 사람도 좀 봐주고, 민달팽이 활동도 지켜봐주면 좋겠다.

세연: 먼저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 세대들에게 격려와 파이팅을 보내고 싶다. 다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세상은 좋아지지 않고 내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다른 방법과 길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 하나 열심히 살아가는 방식으로 세상에 적응하는 거 말고 옆에서 함께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들과 손잡고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방식으로 고민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그런 방법 중 하나로 청년유니온도 있는 거고.

― 혹시 그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경지: 우리는 주거권기독연대와 종종 사업을 함께 하는 편인데, 교회의 좋은 역할이 있다고 본다. 주거권기독연대에서는 ‘착한 임대인’ 서명을 받아서 저렴한 조건으로 세입자를 들이고, 계약도 장기로 하는 것 같다. 교회를 통해 연락이 오는 청년이든 아니든 저소득 가구에게 저렴하게 빌려준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착한 부자’ 개념 정도일까? 우리 경우는 “‘착한 임대인’을 모집한다”라는 화두를 던지지는 않는다. 각자 역할이 다 있는 것 같다. 종교 시민단체들도 있고, 각자 역할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면서 함께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면 좋겠다. 문제시 되는 교회들 때문에 좋은 영향도 묻히는 건 아닌가 싶다.

―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 궁금하다.
세연: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 6월말에 결정 된다. 최저임금 하면 예전엔 여성이나 노인의 임금이었는데 청년유니온 초기부터 “최저임금은 청년임금”이라는 슬로건으로 운동을 진행해왔고, 이제는 청년임금, 아르바이트임금, 비정규노동자의 임금, 신입사원의 임금으로 확장되었다. 올해부터는 청년유니온 위원장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회의장에 직접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밖에서 열심히 하던 캠페인의 차원을 넘어서 회의장 안팎에서 함께 싸워야 한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청년 당사자가 참여하게 된 만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청년의 삶이 반영될 수 있도록, 또 많은 청년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자기의 이야기를 모을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펼치려고 한다.

경지: 작년에 서울시에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면서 청년정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규칙을 지키거나 규칙의 수준을 올리는 최저임금운동과는 좀 달리, 민달팽이 운동은 없는 조건들을 만들어 첫 번째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예를 들면 작년에 원룸관리비 실태조사를 하면서 많은 문제를 발견했는데, 그 중 하나가 원룸 같은 주택 유형의 관리비 규제가 없었다는 거다.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감독권한을 갖고 세입자 10분의 1이 동의하면 회계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도록 했다. 연말에는 실제로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회계감사 청구도 해보고 그걸 토대로 부풀려진 게 있으면 낮추도록 교섭해보게 하는 계획이 있다. 그리고 민달팽이 회원 가입 좀!

진회:  지금은 조합원 간 관계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소통하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같은 동네 조합원들끼리의 지역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올해 대안화폐 사업을 시작하려는데, 서울시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 e품앗이 지원을 받아서 그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조합원 안에서 쓸 수 있는 화폐로 법정화폐 없이도 서로 재화를 공유하려는 일도 시작했다. IMF 전부터 아이디어는 쭉 있었고 세계적 사례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많은 대안화폐가 생겼다가 지금은 ‘두루’라는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대전의 지역 품앗이 한밭레츠가 거의 독보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금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대안화폐를 잘 모르는 조합원들에게 홍보도 하려고 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새롭게 주거취약계층으로 대두된 청년층의 당사자 연대로 2011년 5월 창립했다.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고, 제도 개선을 실천해 ‘청년주거권 보장’ ‘주거불평등 완화’에 기여한다. 사회주택 모델로 달팽이집을 공급하여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험하고 있으며, 제도 개선을 위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년 서울 청년 주거 실태 보고서를 발간하여 청년 주거문제 해결의 지표가 될 자료를 축적하고, 정부의 대학생 및 청년 주거 정책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한다. 세입자 권리에 대한 상담 프로그램인 ‘청년 주거상담사 양성 과정’으로 전문 상담사를 양성한다. 

 

 

 

 

 

청년들이 서로 도우며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청년협동조합’이자 대안적인 ‘사회안전망’으로 2013년 2월 창립했다. 여기서 ‘은행’이란, 긴급하게 필요한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는 금융상호부조의 의미와 함께 청년들의 다양한 꿈과 재능을 모아 실생활 차원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생활·재능 상호부조의 의미도 담고 있다. 조합원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소액대출사업과 함께, 재무교육도 진행한다. 재능, 물품, 일손 등을 나눔을 하고, 최근엔 조합 내에서 통용되는 대안화폐 ‘토닥열매’를 만들었다.

 

 

 

 


청년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2010년 3월 창립했다. 한국에서는 첫 세대별 노동조합이다. 청년(15~39세)이라면 고용형태(실업자, 비정규직, 정규직)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청년들의 고용 안정과 노동권 보장, 생활 안정을 위한 기획사업과 (넓은 의미의) 입법 활동, 그에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고, 청년들이 일하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주제의 설문조사 및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매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으며, 2014년에 처음으로 청년 당사자를 대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발언을 했다. 청소년사업팀, 대학생팀, 다양한 분야의 소모임, 월례모임과 노동법 아카데미 등을 통해 조합원들이 함께 배우고 활동하며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