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상형은… 복상 함께 읽을 분요!”
[304호 그들이 사는 세상] 열혈 ‘복상지기’ 청년활동가 정국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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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복상 3월호 마감 일정의 끝자락에 서울 마포 복상지기인 정국진(30) 씨를 만났습니다. 마침 청어람아카데미를 방문한 국진 님과 신촌의 한 카페에서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국진 님은 복상지기 활동 외에도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에서 활동중이시더라고요! "적극적인 활동 자체가 삶의 에너지"라고 고백하는 그의 삶이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았습니다.
― 이 코너에 등장한 첫 복상지기입니다. 청년이신데, 교회 안에서 모임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주일마다 모임을 해요. 복상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있지요. 독서모임 형식으로 책을 읽으면서 복상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최근엔 C. S. 루이스의 《네 가지 사랑》, 우종학 교수의 《무신론자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등을 읽었고, 국정교과서 논란과 관련하여 유시민의 《나의 한국근현대사》를 읽었습니다.
― 품이 꽤 많이 드시겠네요.
‘복상 읽기’만으로 사람들을 모으기엔 좀 어렵더라고요.(웃음) 복상은 사회적 영성과 맞닿아 있는 잡지인데, 한국교회에서 그리 익숙한 메시지는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고요. 모임하면서 좀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도 있어서 다른 책들과 같이 읽어야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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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모임 꾸려나가기 힘들진 않으세요?
에너지가 많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경우에 따라서는 해설도 필요하고, 더 깊이 들어가는 생각도 나눠야 하니까요. 준비하는 시간이 좀 들어요. 제가 공군 장교로 복무하던 시점인 5년 전부터 복상을 읽었는데 고민을 함께 나눌 동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쭉 해왔었어요. 복상지기로 활동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지난호 <거꾸로 읽는 성경>을 읽고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관점이었는데, 이게 맞는 거 같다”는 반응도 있었고, 여중생 성폭행 사건 무죄 판결 문제를 다룬 <네버엔딩Q>를 읽고 공감한 분도 계시더라고요. 우리교회 담임목사님이 언급되었던 <세상읽기>로는 함께 토론도 했습니다.
― 페이스북을 조금 구경했는데, 복상지기 말고도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 같던데요?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청년부문 대표,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 운영위원, 매니페스토 청년협동조합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편이에요. 우리는 대개 들이마시는 공기가 미세먼지로 오염되어 숨쉬기가 괴로울 때가 돼서야 공기의 중요성을 느끼잖아요? 공기 정화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야 가능하죠. 정치도 공기처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치는데, 우리는 그 중요성을 잘 모르고 살아요. 저부터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의 정책들도,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 약자와 소수자들을 안중에 두지 않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보육대란도 계속 되고 있고. 사실 이런 고민들은 어려서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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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어려서부터’라면?
저는 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나왔어요. 거기서는 웬만큼 똘똘한 아이들에게 “니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봐야 이 나라는 경상도 판이다”라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이상하게 생각됐죠. 자연스레 (사회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어요.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텔레비전을 못 보게 하기도 했고, 스스로 잘 안 보기도 해서 장난감처럼 즐길 수 있는 거라곤 방에 있던 위인전기 60권 전집이었어요. 3권이 계백장군, 4권이 김유신 장군이었는데, 두 사람을 서술하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감지했어요.
― 어떻게 다르던가요?
같은 일을 이뤄 내도 보고 쓰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어린 시절엔 찜찜한 채로 넘어갔지요. 또 다른 계기는 아버지의 이발소에서 본 신문들 때문이었어요. 세 가지 신문을 구독했는데, 〈한국일보〉 〈조선일보〉 〈한겨레〉였어요. 어느 날 〈한겨레〉 1면에 한 법원 판결 내용이 대문짝만하게 실렸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중요한) 기사가 〈한국일보〉 〈조선일보〉엔 실리지 않았더라고요. ‘내가 못 찾았겠지’ 싶어 하루 앞뒤 신문을 싹 다 뒤졌는데도 한 군데도 없었어요. ‘왜일까’ 생각했죠. 그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한국사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고,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니던 교회와도 충돌하는 지점이 생겼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충돌하셨나요?
자기계발서나 힐링서적에서나 나오는 뻔한 설교와 성경공부에 정말 질려버렸어요. 간간이 불쑥 튀어나오는 ‘이상한’ 말들도 감내하기 힘들었고요. 그 교회를 떠나 양심적인 기독교인 공동체를 찾아 헤맸었어요. 그리고 C. S. 루이스의 책을 읽으면서, 조금 다른 교회누나들의 도움으로 교회로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제가 가진 문제의식이 신앙과 절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잘 받쳐줄 수 있는 반석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요. 나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사회적인 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길을 찾으려 하고, 동시에 한국교회가 변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구체적으로 하나씩 행동하고 있어요. 복상지기와 병행하는 다양한 활동들도 그 맥락이에요. 저 같은 괴로움을 앓는 분들을 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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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복상 300호 기념 토크콘서트에도 오셨죠? ‘공동체’에 관해 질문해주신 걸로 기억해요. 그날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말해주세요.
참 좋은 자리였어요. 그런데 그 좋은 자리가 강의와 질의응답으로 끝난 건 아쉽더라고요. 각 지역별 모임으로 이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곳곳에서 각개전투를 하는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그런 장이 열리면 정말 좋겠어요. 저는 20대에 소외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저는 그나마 자발적으로 그런 장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다가 복상도 만나고 여러 단체도 알았으니 괜찮지만, 목마름을 갖고 있는 교인들도 많다고 생각해요.
― 국진 님은 “동지”를 많이 만나셨나요?
계속 더 만나고 싶어요. 제가 하고 있는 활동들을 통해서도,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하나님께서 만남을 이어주시지 않을까 해요.
― 상당히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교회 동생들은 이런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주로 제 자신을 망가뜨리면서 스스로를 개그 소재로 삼는 편이에요. 요즘 유행을 확인할 수 있는 개그 프로를 보는 한 이유이기도 하죠. 여자친구 없는 것도 소재로 삼아요.(웃음) 진지한 얘기는 틈을 봐서 자연스레 치고 들어가야지, 무조건, 막무가내로 하는 건 정말 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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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음과상황 이범진 |
― 요즘 즐거운 일은 없나요?
연애를 하면 즐거워질 것 같아요. 그래서 싱글인 분들에게 연애를 권합니다!
― 남 걱정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요….^^
연애나 결혼이나 포기한 적은 없어요. 근데 딱히 이상형은 표현이 안 되네요. 잘 안 떠올라서…. 복상을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런 분이면 이상적이겠네요. 복상지기를 한 것도 그런 사심이 전혀 없진 않거든요.(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