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청년배당, 그리고 기본소득

[313호 커버스토리] 2016 이슈 톹아보기:청년

2016-12-01     김진회 청년연대은행 토닥 이장

얼마 전 프랑스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거기서 재밌는 소식을 들었다. 2015년에 일 드 프랑스(파리 수도권)의 대중교통 요금제가 바뀌었다는 거다. 일 드 프랑스에서는 그 근방의 도시들과 함께 1존에서 5존까지 존을 나누어놓고, 더 멀리서 왔다갔다하는 사람은 더 비싼 요금을 냈다. 1, 2존만 오갈 수 있는 카드와 1존에서 5존까지 오갈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두 배의 가격 차이가 났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1존에서 5존까지 구간별로 나누어져 있던 요금제를 하나로 통일했다.(짧게 머무는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일회용 승차권의 요금은 예외) 그것도 상당히 저렴한 쪽으로.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과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그런 개혁이 가능했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안 그래도 돈이 없어서 파리 시 안에 못 살고 멀리 살면서 출퇴근하는데 교통비까지 더 많이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청년정책 위한 ‘청년기본조례’ 제정 바람

프랑스가 좀 부럽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분명 어떤 사회적 합의들이 이루어지곤 한다. 너무 비싼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을 때, 극우에 가까운 보수 정당조차도 반값등록금을 (일단)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공약이 실현됐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청년정책이 급속도로 증가해온 것은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청년문제 담론이 형성되었다. 이전부터 실업률이나 등록금 등 굵직한 문제들에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고, 마침내 사회적 합의가 생겼기에 지금의 청년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본다. 몇 년 전에 비하면 청년문제, 청년정책이라는 말 자체가 자주 유통되고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발전이라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달리 생각하면, 청년정책 언급이 이렇게 터져 나올 만큼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청년정책은 일자리에 국한된 정책에서 그 영역을 다양하게 넓혀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존에는 취업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봤기 때문에 실업률 통계가 주로 보도되고 일자리를 만들거나 취업 교육을 한다거나 고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뿐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그리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아무리 교육을 하고 기업과 연결을 해주려고 해도 사회 전반적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업들이 직원을 뽑질 않으니 정책이 성공하기 어려웠다. 기업이나 자본의 입김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자본 논리로 정책을 펼치다보니 청년실업을 해결한다면서 엉뚱한 방향의 정책들이 나오기도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제는 누가 봐도 대다수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는 것이 불가능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청년정책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한 지방자치단체가 앞서서 이러한 시도를 해나가고 있는데, 그 첫째로 올해엔 전국 지자체에 청년기본조례 제정의 바람이 불었다. 막상 청년정책을 하려고보니 청년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고 지원에 대한 법률적 근거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2015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여 공포했고, 많은 지자체들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2016년 1월에는 시흥시에서 청년들이 직접 ‘주민발의’하여 제정한 청년기본조례가 공포되며 다양한 지자체의 청년기본조례 제정 바람을 실감케 했다. 2016년에만 경남, 전북, 순천, 안양, 대전, 서울 성북구 등 전국의 다양한 지자체에서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었거나 논의되고 있다.

‘청년기본조례’를 통한 2016 청년정책

이런 조례 제정을 바탕으로 2016년엔 어떤 청년정책들이 시행됐을까? 가장 먼저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의 청년정책들을 살펴보면 큰 추이를 알 수 있다. 우선 서울시는 청년정책네트워크 등 청년 당사자 및 시민들과의 소통채널을 열고 그 목소리들을 정책에 반영하고자 했다. 그런 과정 끝에 작년 말 ‘2020 서울형청년보장’이라는 서울시 청년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가 그 시행 첫해였다. 이 가운데 ‘청년수당’이 여당 및 중앙정부의 공격으로 압도적으로 이슈화되었다. 전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이 있나 살펴보자. (기존의 익숙한 사업들은 추가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

우선 서울시는 크게 일자리, 설자리, 살자리, 놀자리의 네 가지 분야로 정책을 나누었다. ‘일자리’ 분야부터 살펴보면 청년 뉴딜일자리 사업, 직업 훈련, 창업 지원, 아르바이트 권리보호 등의 정책으로 이루어져 있다. 뉴딜일자리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자 운영하는 일종의 ‘공공인턴’에 해당하는 사업이다.

‘설자리’ 분야는 청년의 사회참여 기회 확대 및 역량강화를 목적으로 하는데, 공익적 가치를 실천하는 장학생 지원,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저소득 장학생 지원과 뒤에서 따로 살펴볼 청년수당 등의 사업이 있다.

다음으로 ‘살자리’ 분야는 청년주거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정책이다.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공공주택을 올해부터 2018년까지 약 4,400호 이상 공급하겠다고 계획했다. 청년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등 다양한 시도가 SH공사와 서울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의 가족 중심 공공주택 정책에서 급증하는 1인 가구와 청년들도 이용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10일에는 그동안 장기공공임대주택 입주에서 소외됐던 주거 취약계층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청년층 우선공급’ 내용이 담긴 ‘공공주택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기사에 따르면 이 개정안은 본회의에서도 무난하게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살자리 분야에서 공공주택 공급 외에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과 ‘건강한 금융생활 지원을 위한 민관협력 사업’이 있다. 먼저 ‘희망두배 청년통장’은 저소득과 높은 생활비용으로 일을 해도 돈을 모으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저축 프로그램이다. 간단히 말하면 선정된 청년이 계획한 저축에 성공하면 저축한 금액이 1.5배 또는 2배가 된다. 기존에도 비슷한 사업이 있기는 했었지만 청년들을 위한 사업은 아니었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작년에 시범으로 시행했으며, 올해에는 경기도에서도 비슷한 정책이 시행됐다.

‘건강한 금융생활 지원을 위한 민관협력 사업’은 다양한 형태의 부채를 계속해서 지게 되는 청년들의 부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올해는 총 세 분야로 진행했다. ‘청년 자조금융 활성화 지원’, ‘찾아가는 금융상담 및 교육 지원’, ‘청년 부채탕감 민관협력 지원’이다. 서울시는 이미 ‘금융복지상담센터’를 통해  부채 문제로 고생하는 시민들을 지원하고 있으나 회생, 파산 위주의 상담이 운영되다보니 청년들은 문제의 성격이 달라 이용이 저조한 편이다. 이에 따라 별도의 청년부채 관련 사업을 정책적으로 만들었다. 아직 실험단계이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만하다. 사업 중 ‘자조금융’이라는 말이 생소할 수 있는데 협동조합형 금융시스템을 통해 상호부조하고자 하는 공동체들을 뜻한다.

끝으로 ‘놀자리’ 분야는 청년활동 생태계 조성을 골자로 한다. 청년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청년활력공간을 조성하고 지원하여 이 안에서 청년들이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도 있게 하고 또 뭔가 해보고자 하는 청년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장을 만들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청년허브, 청년청, 무중력지대 등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다. 청년허브와 청년청은 은평구 불광동에 있으며, 무중력지대는 현재 두 곳으로 가산디지털단지와 대방동에 있다. 무중력지대는 앞으로 서울시 곳곳에 추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는 성북구에도 만들어질 예정이었으나 부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내년으로 미루어졌다.

‘무중력지대’라는 이름은 청년들이 뭔가를 시도하고 싶을 때 항상 중력처럼 작용하는 무거운 현실에서 좀 자유롭고 편하게 뭔가 해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로 근처 지역 청년들이 와서 공부, 회의, 모임, 창업 준비, 프로그램이나 강의 참가 등으로 이용한다. 모여서 뭔가를 해보고 싶어도 비싼 공간대관료, 임대료부터 걱정해야 하고 혼자 방에 틀어박히거나 카페 등에서 비싼 음료를 마시며 뿔뿔이 흩어져 있는 청년들이 부담 없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내가 매일 가는 ‘무중력지대 대방동’ 공간을 보면 작년 봄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사람들이 뭔지 몰라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붐빈다. 이런 공간 조성도 그동안 없었던 독특한 사업인데, 이렇게 빨리 사람들이 잘 이용하고 붐비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런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는 증거가 아닐까?

중앙정부에 의해 직권취소 당한 서울시 ‘청년수당’

지금까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는 청년정책들을 살펴봤는데, 올해 가장 이슈가 됐던 청년 정책은 모두 아시다시피 청년수당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이 있다. 두 정책이 이름도 비슷하고 같은 시기에 함께 공격을 받아 같은 정책으로 오인되기도 하는데, 자세히 보면 두 정책은 상당히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지급대상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올해 기준으로 중위소득 60% 이하의 청년들에게 구체적인 활동계획서를 제출받아 엄격한 심사를 거쳐 3,000명만 뽑아 수당을 주는 사업이고,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소득기준이나 심사 등을 전혀 하지 않고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만 24세의 청년 모두에게 배당을 주는 사업이다. 정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또한 서울시 청년수당은 50만 원을 최대 6개월까지 매달 현금으로 줄 계획이었고, 성남시 청년배당은 1년에 총 100만 원을 분기마다 25만 원씩 성남시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의 형태로 줄 계획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이에 반발하여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격렬하게 반대했다. 결국 보건복지부에서는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조정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서울시 청년수당을 직권취소 처분했다. 서울시는 대법원에 직권취소 처분에 대한 소를 제기한 상태다. 성남시는 정부의 교부세 삭감에 대비해 기존 계획의 50%인 분기당 12만 5천 원의 청년배당을 지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좋은 정책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다른 방법에 비하여 그렇다는 것이지, 기본적으로는 굉장히 바람직한 시도이며 그 결과도 무척 궁금하다. 어느 정도 성공적일지 또 어떤 평가들이 나올지 궁금했던 정책이었다. 이런 시도에 대해 덮어놓고 반대하고 권력싸움만을 위해 직권취소 등을 남용하는 정부의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의 반대가 유감스러운 이유는 내 의견과 달라서라기보다는 아무런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나 논리가 없느냐면, 청년수당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정책을 그 얼마 뒤에 들고 나왔을 정도다. 인천시가 고용부의 취업지원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의 3단계(취업알선) 참가자 중 인천 거주자에게 면접준비 비용을 월 20만 원씩 3개월간 지원한다는 사업이 그것이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식의 억지 논리에 어찌 유감이 없을까.

성남시 ‘청년배당’의 의미와 기본소득의 가능성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서울시의 청년수당보다 더 좋은 면이 많은 정책이다. 아직 정책의 효과나 평가가 나오려면 좀 더 기다려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접해본 청년정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보편적인 성격을 잘 담았기 때문이다. 고작 만 24세만을 대상으로 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적어도 소득수준이나 재산 등을 증명하거나 복잡한 신청 및 심사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해당 나이가 된 모든 시민’이라면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이 큰 의미를 지닌다. 이 청년배당의 의미를 좀더 살펴보자.

첫째, 부정부패가 심해 정부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으며, 따라서 세금 내는 것이 손해라고 느끼는 시민들에게 세금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누리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청년 당사자뿐 아니라 그 청년이 가족과 함께 산다면 가족들 역시 효과를 체감할 것이다. 꼭 청년배당이나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은 늘어나야만 하고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자면 당연히 세금도 더 내야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증세 얘기만 꺼내면, ‘표’가 확 떨어지니까 계속 ‘증세 없는 복지’ 같은 헛소리를 해대고, 결국 본인들이 야당일 때는 안 된다더니 담배 세금을 왕창 올렸다. 그뿐 아니라 복지수급 대상자를 교묘하게 줄이고 공공기관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돌리는 등 별의별 이상한 일들을 벌인다. 이 기상천외한 일들은 사실 권력을 보수 정당이 잡든 아니든 비슷하다. 증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의 세금이 결국 내게로 돌아온다는 효능감을 다수의 시민들에게 맛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둘째, 지원 정책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신청 절차에 맞게 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이다. 서울시 복지재단에서 진행한 희망두배 청년통장 사업에 대한 회의에 청년 당사자 자격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내용이 부모 관련 서류였다. 부모가 돈이 많아서 용돈 받으면서 노는 청년이 정책에 대한 정보가 많아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려고 했던 돈을 타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부모의 재력을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다는 말을 공무원이 무한 반복했다.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부모가 부자여도 연락 끊고 돈도 안 주고 사는데, 부모가 살아 있고 부자라는 이유로 아무 지원도 못 받는 청소년이나 청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식이랑 연락이 닿은 지 10년도 넘었는데 자식이 살아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못 되는 노인이 늘 있지 않은가. 그래서 부모나 자식 말고 그 사람 ‘개인’만 보자는 거다.

또 한편으로 나조차도 준비하기 귀찮다고 여겨지는 서류들과 각자 자기 삶으로 바빠 이런 정책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는 내 또래 친구들을 떠올려보니 차라리 공무원 말대로 용돈 받으며 노는 청년(내 주변엔 없어서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도는 되어야 지원하기가 편할 것 같다. 만약 진짜 부모님도 가난한데 부모님과 사이도 안 좋아서 싸우고 집 나와서 갈 데 없고, 하루 벌어서 하루 살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과연 청년정책 검색해보고 주민센터 등 대낮에 이곳저곳 다니면서 서류 떼서 꼼꼼하게 작성하여 지원할 수 있을까? 

그냥 다 주면 쉽다. 지원하는 쪽도, 받는 사람도 편하고 그에 따른 행정비용도 줄어든다. 한정된 자원을 부자들에게도 주게 된다는 반론이 있는데, 부자들은 그만큼 세금을 더 내고 있으니까 괜찮다. 그뿐 아니라 ‘우리 집이 가난해서’, ‘내가 모자라서’ 받는 게 아니라 ‘시민이라면 누구나’ 받는 쪽이 훨씬 더 좋지 않은가.

이 배당을 성남사랑상품권이라는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한 것도 영리한 판단이었다. 만 24세 자녀가 없는 성남시민들도, 성남사랑상품권이 지역 내에서 유통되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면 정책의 수혜를 받는 셈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상인들, 자영업자들이 성남시에 한둘이 아닐 텐데, 청년들이 와서 배당으로 받는 상품권으로 기분 좋게 쓸 때 같이 기분 좋지 않겠는가. 절대적인 실소득이 적어 먹는 것부터 줄이는 청년들이 많다. 이런 와중에 청년배당은 소비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성남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면 됐지 절대 해는 끼치지 않는다. 성남시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정책으로 잘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처음 배당이 지급됐을 때 온라인 공간에 올라온 청년들의 후기에서 그들이 느낀 따뜻함을 나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정책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감히 얘기한다. (그렇다고 완벽한 정책이라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성공적인 면과 아쉬운 점들을 알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평가를 통해 또 정책을 수정해나가는 것, 그게 앞으로의 청년정책들이 발전하는 방법일 테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계속 지켜보고, 느껴보고 또 입을 열어 말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성남시 청년배당이 기본소득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모든 시민에게 준다는 기본소득의 의미를 생각해볼 때 기껏해야 특정 나이대의 사람들에게만 주는 청년배당을 기본소득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말도 일리 있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어찌 되었건 그 나이에 속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주어지고 그 나이는 누구나 거치게 되므로 기본소득 성격도 있다. 이 정책이 기본소득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긍정적인 효과들이나 부정적인 효과들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 또 그 효과들이 과연 전체 시민의 기본소득으로 이어졌을 때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인지, 치열하게 토론을 해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진회
‘참참’이라는 별칭을 쓴다. 자연농을 꿈꾸며 지난 10월에 결혼한 아내와 함께 귀농·귀촌을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소설, 수다, 달달한 것을 사랑한다.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 2013년 9월부터 청년연대은행 ‘토닥’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