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 유영모의 치열한 질문과 대답들

〔독자 서평〕 다석 유영모 / 박재순 / 홍성사

2017-06-16     이성철


"예수를 믿고 따르는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그리스도가 되어 그리스도의 자리에 서서 그리스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보았다(37쪽)"

신앙의 인물들을 알아간다는 것은 제게 또 다른 레퍼런스를 제공합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실로 저는 엄청난 신앙인들을 알아가고 있으며 또 그 연장선상에 〈복음과상황〉이 있고 이 책 《다산 유영모》가 존재한다고 하겠습니다. 재수를 했지만 서평 이벤트에 겁없는 도전은 저 자신을 채근하기 위함이었습니다

▲ 19,000원

저자이신 박재순 선생님께서도 시도해보셨다가 결국 주위의 만류로 그만 두셨다는 다석의 삶! 우리는 낙타가 바늘 귀를 통과해야 하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러나 결코 안 된다고하는 길은 아닌 길을 걷고있는 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부자 청년도 못 되지만 그래도 성도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은, 결코 만만한 삶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을 말이 아닌 행위로 당신 표현대로 33,200일(91세)! 살다간 다석의 삶이란 예수를 단지 믿음의 대상으로서만 보지 않고 그 예수의 말씀을 따르고, 예수의 삶을 살아내고자 했던 신앙의 선배의 삶을 반쪽이라도 살아내는 흉내라도 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37)

철학이란 자기나라 사람이 자기나라 고유 언어로 자기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고를 주장하고 토론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한때 '동양과 중세 철학' 시간에 선생님을 통해 철학의 정의 한 모퉁이를 접했었습니다. 우리나라 철학의 시작을 이시기 즉 구한말부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매 한가지이지만 그때는 구체적으로 어느 분을 그 시작점으로 봐야 하나 논쟁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이 책의 본문에서 기술하고 있는 다석과, 김교신, 함석헌 등과 같은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으로 접하는 다석의 철학은 처음부터 제게 부담감을 넘어 숨막힘까지 주었으며,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습니다.

가온찍기, 바탈, 씨알 등과 불교와 도교, 중용, 동학, 형이상/하학, 칸트, 데카르트 등 동양과 서구철학과 기독교에 이르는 여러 사상의 바탕들이 시시로 넘나들며 새로운 단어, 즉 궁신지하(하나님을 탐구하는 궁신이 종교라면 자연만물의 변화를 알아가는 지화는 과학이다. 206)라는 생전 처음 접하게 된 단어들과 인간은 신이나 절대자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신이란 말로써 인간의 본성에 깃든 정신을 나타내기도 하고 인간을 초월한 절대자 하나님을 나타내기도 한다.(210)고 하다가 결국 인간이 결코 절대자가 아니라는 것을 단언한다라는 어정쩡한 말씀을 하심으로 결국 독자의 편의상 결론을 유보하게 만들기도 하십니다.

1943년 북악마루에서 천지인 합일 체험을 하시고 그 사상체계의 획을 그으셨으며, 한때 삼일철학이라는 학문에도 깊이 심취하시고, 동양철학에 기독교 사상을 접목시켜 당신만의 한국철학을 제시하시며 동양문명의 뼈에 서양문명의 골수를 넣는다고 말하는 문맥에서 다석은 예수와 주일을 관련시켜 자신의 주체적인 동양적 예수 이해를 제시하시고 계시기도 합니다. 예수는 역사속에서 계속 완성되어 가는 존재이고, 예수를 믿고 따르는 이들에 의해서 예수는 완성되어 가는 존재다라고 말씀하고 계시며(100), 당신이 죽을 날을 이미 정해 놓으시고, 영원한 생명을 위해 육체의 살과 피를 희생했고, 희생한 살과 피는 영원한 생명을 주는 영적 존재가 되신 예수를 본받고자 하셨습니다(113). 그런 살을 살아내기 위해 삶의 목적은 얼의 생명을 일으키는 것이며, 얼의 생명을 일으키려면 혈육으로는 죽어야 하고, 결국 삶은 죽는 연습이다 라고 말씀하시며(114), 단식과 단색을 강조하시고 몸으로 드리는 산제사를 위해 끈임없이 자신을 내어 놓으셨으며, 예수를 믿는 삶에 머물지 않고 예수를 따르려 했고, 예수를 따르는 삶에 머물지 않고 예수와 함께 예수의 삶을 살고 예수의 길을 가려고 했으며, 예수가 졌던 십자가를 스스로 지려고 했습니다. 다석은 자신의 삶을 제물로 바침으로써 뭇 사람들과 함께 참 생명의 길을 가시려 하셨습니다(115).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는 지난 해부터 나라의 소란과 새로운 정부의 탄생과 아직도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찌보면 하루 하루를 숨죽이며, 눈치를 봐야하는, 그러나 주체적으로 우리의 대한국인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당면한 현실 앞에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지상대업과 우리가 믿고 의지하며 따르는 우리의 대장되시는 그분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을 어떠한 기준에 맞춰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 항상 따라 다닙니다. 우리보다 먼저 우리가 걷고 있는 그 걸음을 먼저 걸어가셨던 신앙의 선배들의 치열한 질문과 대답들이 우리에게 있음에도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우리 모두는 압니다.

그러나 최소한 말씀에 민감하게 반응하시고, 그 말씀을 최대한 자의적이면서도 성경적으로 해석하여 그 말씀에 순종하며, 그 말씀의 옷을 입고 그 옷을 입은 사람으로서의 삶을 살아내시고자 했던 그분들의 발자취를 보면서 과연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하는 질문에 더러는 답을 희미하게나마 얻을 수도, 아니면 다시 오리무중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지만 결국 제가 내리는 제 나름의 결론은 이러한 고민은 지금의 나만 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했던 선배들도 있으며 그들의 교훈을 받아 내가 누리고 우리의 다음세대에 어떠한 유산을 물려 줘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질문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제 서평을 마칠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매 장이 끝날때마다 1~2페이지에 걸쳐 주석을 달아 놓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인 저자에 의해 씌어진 한국 사상가의 내력을 이야기하는 데에도 이 정도의 주석이 달리는데, 다른 학문도 아닌 절대자를 다루는 신학의, 그것도 경전을 일반성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로 바꿔 기록한 주석책 류에서 매우 심각한 표절이 발생한다는 것은 저자의 가치관이 심히 의심스럽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내용을 몰랐다면 몰라도 전해들어 알았다면 그러고도 외려 옹호하고, 구입해서 읽으면 어떻냐고 하는 행태나, 여하튼 세상의 호갱이 아니라 깊은 신뢰가 바탕이 되는 신앙에 대한 호갱이 되지 않으려면 깨어있어야 함을 새삼 느낍니다

 

이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