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개신교'가 엇물린 오늘을 보며
〔독자서평〕 저항하는 그리스도인 / 강성호 지음 / 복있는사람 펴냄
세상에는 관용어구라는 게 있다. 입에 익숙하거나 글을 쓸 때에 적합하다 느껴지는 단어의 합으로 그 의미가 명확한 만큼 진부할 수 있으나, 자주 사용되는 만큼 그 역할을 다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저항’이라는 단어는 무엇과 어울릴까? 우리의 기억 속에서 무엇보다 저항은 최근의 촛불혁명을 기치로 하여 뒤로, 뒤로 이어진다고 여길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이하 개신교)는 어떠한가? 개신교는 어떤가? ‘저항’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가? ‘저항’과 ‘개신교’를 두고 되물을수록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이 책은 그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은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무언가’에 저항했던 그리스도인들의 행적들을 모았다. 아니 잠깐만, 그들이 과연 ‘무엇’에 저항했단 말인가? 솔직한 심정으로 지금의 개신교를 떠올리면, 믿기 어려운 내용이다. 보수 개신교 단체가 현대 한국 개신교의 상징이 되고, 그들의 극우에 치우친 목소리가 확성기가 되어 울려 퍼지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며 역사속으로 들어가는 이 책은, 단순히 저항 행위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그 한계와 의미까지 서술했기에 앞으로 더 의미 있는 책으로 여겨질 것이 분명하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며 그러기에 인간에게 불의한 것은, 곧 하나님께 불의한 것이니, 불의에 복종하지 않겠다는 개신교의 기본 정신을 되살려 보자. 이를 토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라는 의미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가 그러하였듯이 역사 속에서 저항했다. 불의한 일제의 탄압과 폭정에는 3.1운동과 신사참배 거부운동으로 저항했으며, 부정선거의 현장과 여성인권이 짓밟히는 곳에서는 그들을 고발하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었다. 고문과 계엄, 강제 진압이라는 물리적 폭행 앞에서 시민들을 선도하고 그들 앞에 서는 용기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당신이 만약 이 책의 독자가 된다면 그리스도인이든지 비(非)그리스도인이든지 간에 놀랄만한 점을 하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본서가 주목하고 있는 성서의 주제다. 사람들에게 성서는 주로 ‘위로부터 오는 권세’에 굴복하라는 질서와 순종의 책이라고 여겨진다. 다시 말해 체제와 질서를 유지하는 친(親)권력형 종교로 쓰인다고 본다. 그러나 저항하는 그리스도인은 이에 맞선다. 저항을 구심점으로 퍼져 나오는 저항 행위들의 동심원에서 많은 것을 찾아낸 역사가의 책을 지금 본다.
물론 우리가 알다시피, 성서의 절대성을 부정하기 어려웠던 개신교인들, 특별히 문자주의적인 해석을 고수했던 이들은 그들의 행동을 그 문자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했다. 또한 자신의 사회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가부장제에 갇힌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런 거센 불의의 파도를 거스르면서도 조국의 해방과 독립, 시민의 주인의식, 여성의 인권, 의로운 권력을 읽어냈다는 점은 우리에게 여러 시사점을 안겨준다. 성서가 여전히 읽혀질 만하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가 성서에서 무엇을 읽어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석했던 시대상, 그리고 읽어냈던 성서를 현대의 개신교인들 혹은 비(非)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읽어내고 있는가. 또한 우리의 시대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우리는 저항해야 할 것에 충분히 저항하고 있는가. 앞서 말머리에서 관용어구를 말했다. 그들은 그리스도인이기에 저항하려 했다. 이 책은 묻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그리스도인인가? 그리고 ‘저항’은 당신과 어울리는 단어인가?
김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