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사역자가 말하는 90년대생 이야기

[347호 커버스토리] 5년차 캠퍼스 사역자 이지은 CCC 간사 인터뷰

2019-09-20     이지은

세대 담론을 생각할 때 90년대생 대학생들과 수시로 만나는 캠퍼스 사역자를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웠다. 대학 캠퍼스에서 날마다 그들을 만나 함께 웃고 울며, 품고 기도하고, 그들의 복된 미래를 응원하는 캠퍼스 사역자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90년대생의 선배이자 멘토이며 스승이기도 한 80년대생 캠퍼스 사역자의 이야기를 통해 세대 간 소통과 이해에 작은 접점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다음은, 5년째 캠퍼스 사역자로 활동해온 원주 연세의대 CCC 이지은 전임 간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 우선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14년 협동간사로 시작해서 2015년 간사 훈련을 받고 현재 4년차 전임간사로 살아가는 이지은이라고 합니다. 현재 제가 섬기는 캠퍼스의 CCC(한국대학생선교회) 멤버는 공식적으로는 45명 정도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함께 이 사역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생 수는 3분의 1도 되지 않아요. 매주 모이는 캠퍼스 모임에는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모이고요.

   
▲ 80년대생 캠퍼스 사역자 이지은 CCC 간사. (사진: 이지은 제공)

― 간사님의 학생시절 캠퍼스 상황과 현재 상황이 서로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평소 체감하시거나 경험하시는 게 있나요?
우선, 교회를 다니는 학생들의 비율이 많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캠퍼스 선교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서 연합모임을 통해서 캠퍼스에서 모이기에 힘쓰는 시간들이 참 많았거든요. 제가 졸업한 학교에서는 그래도 연합모임을 한 달에 한 번은 꼭 했고, 그때마다 단체 대표들이 함께 모여서 회의도 하고 사역을 공유했습니다. 모든 단체들이 다 회원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각 단체별 특성을 활용해 지금보다는 참여 학생 수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크리스천 새내기들이 입학 후 선교단체에 가입하는 비율이 지금보다는 훨씬 높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기신자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다, 이들의 선교단체 가입 비율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역 방향이 기독교를 아예 모르는 친구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게 되는, 어떻게 보면 순기능적 측면이 없지는 않지요. 하지만 선교단체에 대한 인식이나 분위기, 활동 모습 자체가 이전과는 많이 다른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선교단체뿐 아니라 동아리 활동도 열심을 다하기보다는 정보 교환을 위한 관계 형성, 인맥 관리, 스펙에 필요한 활동 등에 더 집중하고 이를 중시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 지금까지 청년들을 만나며 선배로, 멘토로, 스승으로, 그리고 동역자로 함께해오셨는데요. 평소 그들을 떠올릴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요즘 제가 만나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참 짠하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졸업한 제자들이 이제 막 사회에 적응하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짠하고, 캠퍼스에서는 매일매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생활하는 친구들, 공부·자격증·면접 등을 위해 집에서 눈치 보면서 친구들 만나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본인의 실제 꿈보다는 취업이 우선 기준이 되고, 세상적인 가치관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며칠 전 직장에 다니는 제자와 통화하면서 들은 기도제목은 ‘캠퍼스처럼 직장에서도 크리스천들과 어울리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까 적응하는 게 더 힘든데, 직장에서 크리스천으로서 기대감을 품고 잘 감당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늘 기도하는 것은, 캠퍼스에서 헌신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세상 속에서도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게 하는 것이 제 사역의 이유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캠퍼스 상황은 어렵지만 좀 더 불신자들과 관계를 잘 만들어가고 제가 만나는 친구들이 영향력을 잃지 않도록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큽니다.

꿈에 대해서 물어보면 주로 ‘어느 직장에 들어가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다’라는 대답을 많이 듣게 됩니다. 제가 질문한 뜻과는 조금 다른 대답을 자주 듣게 되는데, 그만큼 그들에게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행복해지는 일보다는 세상에서 말하는 좋은 직장, 좋은 직업에 대한 외부의 인정이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친구들이 정말 행복해지는 길을 찾을 수 있게 옆에서 돕고 싶은 마음이 절실해집니다. 어떤 길이 행복하다고 정해줄 수는 없지만, 캠퍼스 시절 최대한으로 꿈 꿀 수 있게, 또 그 꿈을 찾고 실현하는 길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 90년대생인 그들이 80년대생이신 간사님 자신이나 간사님 또래와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그들을 보면, 자기 자신을 세상의 중심 혹은 기준으로 삼고 인생을 살아가는 신인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악의가 있어서 타인에게 관심을 안 가지는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많이 노출되어 있던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닥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제 대학 새내기 시절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나 MT, 미팅 등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넓혀가는 게 중요하고 열심을 내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사역하는 캠퍼스에 전통적으로 선후배 관계가 강한 학과가 있는데, 매년 어김없이 가던 MT가 올해 3월에는 취소되는 일이 있었지요. 그래서 그 과 학생회 임원에게 왜 MT가 취소되었냐고 물으니 돌아온 답이 “신입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해서”였어요. 저희 때도 억지나 강제적인 분위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대학 첫 MT는 모두 참석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개인의 결정에 맡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집단보다는 개인, 수직보다는 수평적 인간관계가 더 편한 세대인 거 같아요. 물론 저도 대학생 시절에 개인의 삶을 중시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사람들을 만나는 데 더 관심이 있었고, 그 만남을 통해 저 자신이 만들어져 온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애초에 사람들을 만나려는 생각이 없다 보니 기독교 동아리는 더더욱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인간관계를 맺을 때도 서로 ‘쿨’한 관계가 좋은 관계라고 여기는 거지요.

― 자아정체성이나 사고방식은 어떤가요?
자아와 관련해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을 보면 자아상이 많이 무너져 있거나 자존감이 많이 낮은 편입니다. 자기 자신, 개인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하면 오히려 자존감이 높아야 하는데, 정작 그 반대로 나타나는 거지요. 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 현실세계보다는 온라인(가상현실)세계에 더 익숙해서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SNS 세대의 단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자기 모습을 재발견하고, 거기서 자신이 형성되어 가기보다는 가상 공간에서 자신을 나타내기에 진짜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거지요. 자존감, 자아상이 낮다는 게 결국 자기 모습을 왜곡되게 바라본다는 것, 즉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잘 모른다는 의미 아닌가 합니다.

이들의 사고방식에서는 ‘기브 앤 테이크’가 중요해 보입니다. 자신이 제공하는 시간만큼 얻는 게 확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있는데, 교회나 기독동아리 활동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 같아요. 시간을 들이는 만큼 아웃풋이 나와야만 움직이는 친구들이 많아집니다. 그 결과 모임을 한 번 더 갖거나 예배를 한 번 더 드리는 게 쉽지 않은 캠퍼스가 생겨납니다. 아침모임도 많이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그 시간에 좀 더 양질의 수면을 취해서 하루를 더 잘 보내는 게 중요하며, 개인의 루틴(일과)에 맞는 시간을 정해서 더 밀도 있는 모임을 하는 게 좋다는 게 이들의 얘기입니다. 또한 삶의 목적·의미가 중요했던 저희 세대와는 달리 삶의 의미보다는 재미를 위해 살아가는 친구들이기도 합니다. 학교 다니는 것도, 동아리 활동도, 졸업 후 직장생활도 (들어가기만 한다면) 재미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그래서 사실 고민이 많습니다. 90년대생들의 기준에 맞게 예배가 재미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재미있어야 예배를 드리러 올 텐데…. 사역자들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 그들이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다고 보시는지요?
SNS가 발달하면서 흔히 말하는 Z세대(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이 현재 캠퍼스의 90년대생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사회적인 이슈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기존의 정치·문화·사회 문제에 대해서 많이 부정적인 시각도 있고요. 언젠가 뉴스에서 ‘학연·지연·혈연을 적폐로 여기는 세대’라고 표현한 걸 본 기억이 나요. 이런 생각들을 SNS라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편이라서 동성애, 미투, 페미니즘 등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어느 방향으로든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합니다. 그래서 요즘 캠퍼스에는 이런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동아리도 생겨나고, 그런 활동을 통해 사회에 자기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한국의 정치 상황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광화문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이 청년들이었잖아요. 확실히 제가 대학 다닐 때보다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이슈에 더 잘 반응하고, 자기가 속한 세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이런 사회적 의사 표시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조금 더 편하고 여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거지요. 무엇보다 자기가 불편한 건 싫으니까요. 인권을 위한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도가 지나칠 때가 보이기도 해요. 더 많이 아쉬운 건, 이러한 상황에서 크리스천 대학생들은 의사 표시를 잘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믿지 않는 학생들은 더 열심히 사회적인 이슈에 반응하며 목소리를 잘 내는데, 크리스천 대학생들은 여전히 교회 울타리 안에만 머물러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들이 사회 정치 이슈에 대해 목소리 내는 것을 보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특별히, 취업/직업, 결혼(출산) 등에 대해 평소 그들이 내비치는 생각이나 견해는 어떠한지요?
제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결혼은 아직 관심사 밖의 이야기예요. 아무래도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연애나 취업, 진로 문제입니다. 연애는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비혼족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지금, 대학생들도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연애하는 것은 행복하고 즐겁고 좋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선택적으로 생각하는 거지요. 워낙 어려운 사회적 여건 탓에 그런 경향이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돌보는 그런 시간이 과연 자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봐요.

― 부모님을 포함하여 기성세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얘기들을 하는지요?
학생들과 처음 일대일 만남을 시작할 때 저는 주로 라이프 스토리를 나눕니다. 제 삶의 이야기를 먼저 늘어놓으면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하다가도 나중에 가면 자기 이야기를 곧잘 이야기하곤 하지요. 그런데 자기 라이프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부모님 이야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자랐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주로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건, 가정 환경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굳이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물론 실제로 한부모 가정이나 가정 환경이 어려운 친구들이 많기는 해요. 대화 중에 부모님에 대해 직접 물어보면 그제서야 이야기를 꺼내는 정도입니다. 부모님과 잘 지내는 친구들이 드물기 때문에 간사님들과 관계 맺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투영이 되어 그런지, 윗세대를 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 현재 섬기시는 캠퍼스에 속한 학생들만의 특이점이나 고민이 있는지요?
학생 때부터 성적에 맞춰서 오는 케이스들을 많이 봤어요. 그래서인지 지금 다니는 학교를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경유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1학년들을 만날 때마다 제가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면, “성적에 맞춰서” “합격에 안전해서” “서울에 있는 학교로 옮기려고” 같은 대답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 이 친구들에게는 캠퍼스 사역을 소개하고 이를 위한 훈련 등을 도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다음 단계를 위해 성적이나 학과 공부 등 개인 관리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 그들을 섬기고 함께하는 가운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친구들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가끔 있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고민하기보다는 ‘지금 현재 즐거운 일이 무엇인지’,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더 집중하고 그에 따라 결정하는 모습들이 있거든요. 소확행,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가 붐을 일으킨 것도 결국에는 이 세대의 특징과 연결되는 면이 있다고 봐요. 선교단체 활동에 대한 결정을 할 때도 자신에게 유익하고 가시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고 결정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래서 가끔 이 친구들에게 캠퍼스 학생복음운동의 동기를 불러일으키려 할 때 멘붕을 겪는 일들이 생겨납니다. 여름수련회를 함께 가자고 이야기하면 늘 선교단체는 뒷전이고 일단 자신이 방학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를 보여주는 거지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나서 수련회를 고민해보겠다는 건데, 그건 그냥 안 가겠다는 거지 리스트 맨 아래에 두고서 무슨 고민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 안 될 때가 많죠. 그리고 자기가 볼 때 잘못되었거나 이해되지 않을 경우, 상황이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다 보니까 가끔은 예의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이렇게 말하면 저도 꼰대 소리 들을지 모르겠지만요.) 거침없이 내던지는 발언으로 인해 오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그렇기에 먼저 이 친구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들이 그렇게 말할 때, 어떤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실제로 이해나 동의가 되지 않거나 잘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괜히 그들의 태도에 서운해한 제가 정말 꼰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 머쓱해질 때가 참 많습니다.

― 현재 한국교회나 기성세대 그리스도인들은 이들 90년대생을 어떻게 바라보며 대하고 있다고 보세요?
예전에 어떤 자료에서 봤는데, 기성세대가 꼽은 90년대생의 장점으로 창의성, 컴퓨터 활용 능력, 글로벌 마인드, 언어 등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들의 단점으로는 책임감이나 끈기, 성실성이 부족하다고 얘기했었고요. 아마 학교생활이든 교회생활이든, 아니면 직장생활까지 자기 자신을 중심에 두는 성향에서 나타난 결과 아닌가 해요. 그런 점에서 아무래도 기성세대들은 관심과 애정으로 보기보다는 조금은 신기하게 바라보는 눈빛들이 있어 보여요. 특히 교회 안에서는 기존에 없던 생활방식을 가진 이들을 어른들이 좀 어렵게 대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른들이 중시하는 책임감이나 성실성이 없다는 선입견으로 바라보지 않나 합니다. 이것은 결국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인 것 같은데요. 제가 만난 친구들 대부분은 먼저 다가가지는 않는 편이지만 누군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기성세대보다는) 경계심이 적습니다. 관심사나 가치관이 통한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해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자신이 정한 선까지는 오픈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어른들이 선입견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울러 수직적인 소통이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나오는 진심을 담은 소통, 저도 여전히 노력중인데요, 이런 소통 방식으로 다가간다면 이들은 기성세대에게 좀더 신뢰를 갖고 마음을 열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어요. 

   
▲ 올 여름수련회에서 90년대생들과 함께.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필자. (사진: 이지은 제공)

― 90년대생에 관해, 한국교회와 기성세대 그리스도인들에게 얘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요.
무엇보다 90년대생들이 지닌 표현 방식과 가치관에 대해 많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봐요.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하고, SNS에 능통하고, 개인 중심의 의사결정을 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들도 똑같이 삶에 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씨름하는 세대입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 현실에서 더 좋은 직장에 가서 인정받으며 일하고 싶어하는 건 세대를 떠나 모두 같은 마음일 텐데, 이런 상황에서 나름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따뜻하면 좋겠습니다. 올바른 가치관 안에서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표현하면서 사회를 이끌어 나간다면, 저는 지금 이 친구들의 삶의 방식이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더 창의적이면서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지 않은 아이디어들로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찾아보면 세대와 세대가 서로 함께할 수 있는 방법들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끝으로, 이 주제와 관련하여 더 하시고 싶은 얘기가 있는지요.
제가 캠퍼스 간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대학교 3학년 때입니다. 휴학 기간 동안 함께 공동체에서 훈련받는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전쟁터와 같은 대학시절을 보내는 이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 기독교적 가치관을 심어주고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들어 간사의 삶을 결단하게 되었지요. 세상도, 사람도 변하지 않을 거라고 여겼던 과거의 제 생각과는 다르게,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계시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사람은 변할 수 있으며 또한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을 경험했거든요. 그렇기에 캠퍼스에서 만나는 많은 학생들이 캠퍼스뿐 아니라 졸업 이후 사회에서 살아갈 때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하며 이 사역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그 미래가 결국 하나님의 자녀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세상 속에서 천국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고 싶습니다. 믿어주고, 응원하고, 함께하고, 기도해준다면 분명 하나님께서는 이 세대의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일하실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생활 전 단계인 이 대학생활이 단순히 취업이나 직장에 대한 준비단계가 아닌 올바른 가치관과 신앙을 세우고, 삶의 기준이 예수 그리스도가 되는 삶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 함께할 많은 동역자들이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이 마지막 세대에 청년들을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킬 그 한 사람이 이 글을 읽는 당신이길 바랍니다.


 

진행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