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의와 하나님 나라》 세계적 바울신학자의 ‘칭의론’ 심화 연구서
[358호 에디터가 고른 책]
지난 2013년에 나온 저자의 《칭의와 성화》가 ‘칭의론’에 대한 대중적 개관서라면, 이 책은 그 내용을 더 넓고 깊게 파고든 ‘확장판 연구서’다. 그렇다고 칭의론에 관한 학자들의 논의와 토론을 폭넓게 다루지는 않으며, 저자 자신의 논지를 더 명확히 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각주를 최대한 활용하는데, 그만큼 각주가 본문 이상으로 중요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칭의’를 논하면서, 이를 개인의 ‘도덕적 변화’나 ‘무죄 선언’이라는 법정적 의미로만 받아들이는 한국교회의 오해를 거듭 짚고 넘어간다.
“의인으로 선언된 사람, 의인의 신분을 부여받은 사람은 그와 하나님 그리고 그와 이웃과의 관계를 떠나 그 사람 자신 안에 도덕적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과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의 이웃과도) 올바른 관계에 서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칭의는 단지 무죄 선언만이 아니라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로의 회복도 포함한다.”(82-83쪽)
저자에 따르면, ‘바리새인 율법학자’였던 바울은 은혜와 믿음에 의한(sola gratia‧sola fide) ‘칭의의 복음’을 포괄적으로 성찰하면서 신학과 세계관에서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을 경험한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이 ‘불경건한’ 죄인들이며 유대인과 이방인, 율법에 충실한 자와 율법을 무시하는 자 사이에도 차별이 없음을 깨달아, 당시로서는 혁명적 행동인 ‘이방인 선교’나 남편과 아내에게 ‘피차 복종하라’는 권면에 나선다. 바울이 “하나님이 불경건한 자들을 칭의하신다”라고 한(롬 4:5; 5:6), 이 칭의의 복음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우주적 차원에까지 미친다.
“칭의의 복음에는 신자 개개인들을 사탄의 죄와 사망의 통치에서 해방시키는 능력만 아니라 사회적 혁명과 문화적 혁명을 가져오는 능력도 있다. 그 복음이 하나님과 그의 아들 주 예수의 나라의 언어로 바르게 선포되고 신자들이 ‘믿음의 순종’으로 그 복음을 청종하며 그들의 삶에서 ‘의의 열매’를 맺을 때, 그 복음은 땅위에서 인권, 자유, 평등, 정의, 박애, 연대, 평화를 진척시키고, 그럼으로써 사탄의 죄의 통치의 여러 악한 영향들로부터 세상을 치유하며 하나님 나라의 구원을 지금 여기에 선취적으로 실현한다(참조. 롬 14:17).”(153쪽)
전체 11장으로 구성된 이 정치한 ‘칭의론 신학특강’을 신학도와 목회자들은 물론, 평신도라 하여 ‘1일 1강’ 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