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연결 시대의 ‘소셜미디어 신앙’?

[361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2020-11-30     옥명호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지 9개월 안팎이 되어갑니다. 리더 모임, 성경공부, 소그룹, 신앙 훈련 등 각종 모임도 상당 부분 줌(ZOOM)을 통한 비대면으로 진행됩니다. 제가 속한 교회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확산 초기, 페이스북에서 실시간 영상으로 연결되어 드리던 예배는 이제 유튜브 교회채널로 드려집니다. 여름성경학교도 비대면이었고, 공동체 프로그램이나 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해왔지요.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렇듯 연결되고 소통할 방법과 공간(소셜 플랫폼)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입니다. 다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아우르는 소셜미디어가 일상을 넘어 신앙생활 영역에까지 깊숙이 자리잡아가는 이 즈음, 소셜미디어가 안겨주는 딜레마 상황을 짚어볼 필요를 느낍니다.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 우리는 주체적인 사용자(user)일까요? 아니면 그 세계를 유지·번영시키는 핵심 자원이자 상품으로 착취당하는 존재일까요?(‘착취당한다’는 표현은 ‘소셜미디어가 인간 심리의 취약한 면을 착취한다’고 지적한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션 파커의 말에서 따온 것입니다.) 넷플릭스 다큐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a)에 나오는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의 증언은 섬뜩합니다.

“돼지고기나 원유 선물시장(futures market)처럼 지금 우리에겐 인간이 선물로 거래되는 대규모 시장이 있다. 인터넷 회사들은 그 시장에서 수 조 달러를 벌어들여 인류역사상 가장 부유한 회사들이 되었다.”(쇼샤나 주보프/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명예교수)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감시자본주의라고 부른다. 광고주들의 성공을 위해 모든 사용자들을 무제한으로 추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거대 IT기업들의 자본주의 말이다.”(트리스탄 해리스/전 구글 디자인윤리학자)

“당신의 모든 온라인 활동들이 감시·추적·측량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신의 모든 행동이 세심히 관찰되고 기록된다. 무슨 이미지를 얼마나 오래 봤는지도!”(제프 셰버트/전 트위터 이사)

“우리는 최대한 빨리 심리적으로 당신을 조작할 방법을 알아내고 말초적인 보상을 주려고 한다. 페이스북은 그걸 너무 잘했고,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도 (그렇게) 했다. 스냅챗, 트위터도.”(차마스 팔리하피티야/전 페이스북 부사장, 초기 페이스북 성장책임자)

오늘날 소셜미디어는 이제 보편적인 생활방식이 되었고, 일용할 양식이 되었으며, 마침내 우리의 시간과 마음(관심)을 날마다 번제물로 바치게끔 우리를 이끕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소셜미디어에 각종 사진과 영상과 텍스트로 일상을 세세히 아뢰고 고백하며(포스팅/업로드) 위안과 평안(‘좋아요’/‘공유’/댓글)을 바라는 소셜미디어의 신도가 되어 ‘과잉연결’된(hyper-connected) 일상을 되풀이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숱한 ‘소셜 딜레마’들 가운데 어느덧 다시 다가온 성탄의 계절을 맞아, 우리를 체휼하시는(sympathize)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온 누리에 임하길 더욱 간절히 구하는 마음입니다. 

 

옥명호 편집장 lewisist@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