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적 성경 읽기》 콘텍스트로 나아가면, 텍스트는 어떻게 되나요?
[365호 에디터가 고른 책]
우리는 성경을 읽으며 자기 생각이나 관점을 성경 메시지로 오해하곤 한다. 아무리 성경을 객관적으로 읽어낸다고 한들, 읽는 이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경험을 성경 이해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떤 성경읽기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과 억압적 이데올로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인 벤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 전성민 원장은 이 책을 통해 ‘세계관적 성경읽기’를 제안한다. ‘세계관적 성경읽기’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과 억압적 이데올로기에 빠지지 않고 이 시대에 성경을 적절히 읽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작업이다.
저자는 성경읽기 태도로 ‘겸손함’을 강조한다. “성경을 나의 입장이 아니라 저자의 세계관 속에서 이해하려는 성실함과 나의 읽기가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을 가지고 성경을 읽어야 한다”며, 세계관적 성경읽기를 “좋으신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긍정하며 타자와 겸손히 대화하는 성경읽기”라고 정의한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의 신앙고백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 흥미롭다.
“우리가 “나와 언어와 신앙과 이상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하나님의 형상을 볼 수 없다면, ‘내가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고백과 달리 우리는 나의 형상을 따라 하나님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107쪽)
성경읽기는 결코 골방에서 벌어지는 ‘사사로운 행위’에 그칠 수 없으며, 이웃의 필요와 창조세계에 관심을 두는 ‘공적인 행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2019년에 최종원 교수의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비아토르)가 출간된 이후 강의에서 나온 “콘텍스트로 나아간 다음 텍스트는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 답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부제도 ‘콘텍스트를 품고 다시 텍스트로’이다. 이 책은 “콘텍스트에서 생긴 질문을 품고 텍스트를 읽을 때에만 텍스트가 살아난다”고 밝힌다.
후반부에는 ‘세계관적 성경읽기’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작업과 한국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자리와 방향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룬다. 한국 기독교가 ‘평화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혐오와 차별, 독선과 대결을 넘어 사랑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진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