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축에 요구되는 새로운 기준

[366호 커버스토리]

2021-04-30     정시춘

한국교회는 그동안 저출산·고령화·개인주의화 등 사회의 다양한 변화 가운데 부정적 인식이 더해져 교세가 감소했고 이번 코로나19로 치명타를 입었다. 많은 사람이 교회가 코로나 이전 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신천지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은 몇몇 교회의 집단감염과 얽히면서 한국교회를 향한 부정적 시선을 끌어냈다. 게다가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신자들의 모임을 어렵게 만들었다. 한국교회가 생명처럼 여겨왔던 주일 공동예배마저 엄격한 규제 속에 온라인 비대면 예배로 대체되었고, 교회학교 교육과 성도의 교제를 포함한 모든 소그룹 모임이 금지되었다. 결국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사역은 대부분 중단되었다.

교인들은 어쩔 수 없이 온라인 비대면 예배에 익숙해졌고, 교회와 멀어졌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 교회로 돌아올 교인들이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 걱정하는 교회도 적지 않으며, 헌금이 크게 줄어들어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교회도 있다. 그동안 공론으로만 개혁을 외쳤지만, 이제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실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는 당장 개혁을 실천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에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지구 기후 및 생태의 변화, 에너지 고갈, 전염병 등으로 인한 인류의 생존 위기를 염려했다. 교회는 이제야 그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교회에 모이는 대신 유튜브로 비대면 예배를 진행하면서 예배의 본질도 다시 묻고 있다.

한편, 그동안 많은 교회가 성장을 전제로 크고 비싼 교회당을 경쟁적으로 지어왔다. 그 가운데 교인 수가 줄거나 교회를 향한 교인의 충성도가 낮아져 헌금이 대폭 줄어든 교회들은 건축을 중단하거나 연기했고, 재개발·재건축 등의 이유로 건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이런 변화에도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정립될 교회 모습과 비전은 더욱 달라질 방식에 적합한 환경과 공간을 요구할 것이다. 필자는 먼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상되는 교회 변화와 사역 환경으로서 교회 공간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팬데믹에 따른 공간 변화

코로나 팬데믹은 4차 산업혁명, 생태 위기, 경제 침체, 현대인의 심리적 고립 상황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는 인류가 바이러스 때문에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위기론을 불러오면서 인류가 상호 의존적 운명공동체라는 사실과 통합·협력을 통해 새로운 생존 조건을 도모하는 공동체주의라는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했다. 코로나는 일상은 물론 종교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팬데믹 상황 가운데 전염병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비대면·비접촉으로 사람들이 물리적으로 분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많은 기업이 가능한 만큼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은 원격 소통을 비롯해 온라인상의 소통과 협업 등을 불편 없이 가능하게 했고, 사람들은 금세 익숙해졌다. 사무실에 모이지 않고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지식·정보 관리, 성과·시간 관리가 잘 이뤄져야 한다. 컨트롤타워가 자리한 중심 공간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개인 지정 업무 공간과 부서 사이의 경계를 없애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가변적이고 융통성 있는 공간으로 IT 기반 스마트 사무실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만큼 급작스러운 변화를 맞게 된 공간은 학교다. 교실에서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게 됐다. 팬데믹 기간을 보내며 원격교육 방식에 익숙해진 학교는 코로나 이후에도 필요에 따라 온라인 수업을 수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물리적·생물학적·디지털적 세계를 빅데이터에 입각해 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은 막연하게 이해됐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이제 주거 공간이기만 했던 집은 가족 생활공간일 뿐 아니라, 부모의 일터이자 자녀의 교실이 됐다. 업무·교육·취미 활동까지도 집에서 이뤄지면서 거주지가 다목적 공간이 된 것이다. 부모의 재택근무와 자녀의 원격수업으로 함께 공간을 점유하는 시간과 밀도가 늘어나면서 가족 간 친밀도가 높아지기도 하겠지만, 공간적 스트레스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 일과 사적 주거의 프라이버시를 구별하기 위해 주거 공간은 양적·질적 수준 향상을 요구받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주택 규모가 확장되고, 그동안 내부 공간을 확장하는 데 쓰였던 발코니 공간이 다시 외부로 복원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직주근접을 이상으로 생각해온 도시 근로자들의 거주지가 바뀔 수 있다. 재택근무 상황에서 집과 일터의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더 넓고 쾌적한 공간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도시 외곽으로 거주지가 이전될 것이다. 교통 시간 절약으로 일자리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직장을 중심에 둔 사회의 공동체성은 약화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식당·카페·공연장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업소는 국가의 통제가 가해지면서 엄청난 영업 손실을 초래했다. 반면 온라인 쇼핑이나 배달을 이용하는 비대면 산업은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윤리 사이에 균형이 요구된다. 언택트(Untact)로 심화된 개인화는 자유와 함께 심리적 고립감을 불러와 새로운 공동체를 향한 요구로 이어지며 온라인상에서 온택트(Ontact) 문화를 확산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교회 공동체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최근 신학자·목회자를 중심으로 코로나 이후 기독교의 변화에 관한 연구와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 공통되게 이야기하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이는 공동체이고, 교회당은 교회의 가시적 표징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교회당을 비우고 모임을 거의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대부분의 교회가 텅 빈 예배당에서 제한된 소수 교인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는 예배 실황이나 별도로 제작한 예배 영상을 온라인상으로 전파했다. 백신이 개발돼서 머지않아 교회당 본래 모습을 회복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코로나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통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이기만 하는 교회가 아니라 흩어지는 교회로, 제도·조직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을 진정 예배하는 교회로, 건물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 백성 중심의 교회로, 주일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닫혀있는 교회가 아니라 열려있는 교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와 예배의 본질을 향한 물음을 수반하며, 교회의 근본적 개혁을 요청한다.

흩어지는 교회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사회 섬김과 선교 사역이다. 특히 팬데믹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지역사회를 더욱 품어야 하는 것은 한국 개신교를 향한 한국 사회의 부정적 시각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이 교회 본래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세상 위에 서서 세상을 돌보는 방법이 아니라, 성도들이 보여주는 삶의 변화를 통해 세상을 섬겨야 한다. 지금 세대의 믿음과 이웃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모범을 통해 다음 세대에 주님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진정한 교회 개혁을 이루려면, 그동안 교세 과시에 더욱 큰 관심을 드러내온 교회 건축과 공간에 대한 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본다. 건축은 인간의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환경이며, 교회당과 그 공간은 예배를 포함한 교회 사역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앞으로는 교회당이나 건물을 갖고 있는 교회나 새로 건축하는 교회도 건축과 관련해서 많은 재정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건물 규모를 줄이고 검소하게 짓는 것이다. 대신, 사역 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온라인 예배에 대한 인식을 둘러싸고 신학적 찬반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급속도로 세계화하는 현대사회 특성상, 강제로 모이지 못하게 하는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점차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로 사람들이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온라인 비대면 예배가 공간을 초월해서 공동체가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이 상황에서 소그룹 모임 활성화를 주장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초대교회 때부터 존재해온 가정 교회를 포함해, 대부분의 교회에서 실천하고 있는 순·속·구역·다락방·목방·셀 등의 다양한 이름과 목적을 지닌 소그룹 모임은 이미 부분적으로나마 온택트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다. 미래 교회에는 더 유익하게 활용될 것이다.

예배와 소그룹 모임에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일은 이제 필수적이다. 미디어 기술은 시공간을 초월한 사역을 가능하게 한다. 많은 사람이 미디어 환경에 익숙해졌고, 지금 자라나는 세대에게 디지털 미디어는 이미 몸의 일부이기도 하다. 미래 교회 공동체의 거점이자 물리적 중심으로서의 교회 건물과 공간은 교인들에게 디지털 환경 가운데 영적 구심점이 될 수 있다. 교회를 건축할 때 건물 크기나 높이 등 물리적·양적 특성의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교회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스마트 교회, 온라인 예배가 개인주의·자유주의와 결합하면 교회 공동체를 해체할 수도 있는 위험이 공존한다. 인간은 개인주의적 본성과 공동체적 본성을 동시에 가졌기에, 오히려 영적 공동체인 교회의 회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교회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성 안에서 통일성·일치성을 추구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교회 공간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

공간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며 환경이다. 그릇이 안에 담겨야 할 음식 특성에 적합한 크기와 모양을 가져야 하듯이, 건축 공간도 그곳에서 이뤄지는 활동과 이용하는 사람들 특성에 적합한 크기와 모양을 가져야 한다. 많은 교회가 그동안 건축과 공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도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사역에 부적합한 공간 환경을 만들어왔다. 코로나 이후 교회 공간은 예배 목표·방법·내용에 대한 신학적·목회적 성찰에 기반해 발전된 혁신기술과 디자인으로 사역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

주로 교회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 사역은 고도로 발전한 정보통신 환경에서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미디어를 통해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스마트폰과 무선 인터넷 기술은 장소의 의미와 가치를 희석하고 장소를 초월해서 사역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플랫폼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예배가 가능해졌고, 영상은 다양한 소그룹 모임과 교육·교제·전도 등의 사역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중·대형 교회들은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예배 실황을 온라인으로 공개해왔고, 코로나19를 거치며 소형 교회도 어느 정도 보급된 기술을 통해 비대면 예배에 익숙해졌다. 줌(ZOOM) 등의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영상을 통한 소그룹 모임과 사역에 다채롭게 활용될 수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SNS도 시공간을 초월해 교회와 교인 간 소통을 촉진하며, 오프라인으로 많은 시간·노력·비용을 들이거나 심지어 생명의 헌신을 해야 가능했던 선교에 유용한 매체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회는 디지털 미디어를 긍정적·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스마트 교회는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설비를 갖춰 모임과 활동을 상당 부분 온라인으로 해낼 수 있도록 설계될 것이다. 교회는 모든 사역을 감당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인력이나 건축비·건물유지비 등의 재정을 상당 부분을 절약해 본래 사역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제품 디자인에서 널리 쓰이는 UX/UI 디자인은 이용자들의 시각과 경험을 고려한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예배를 비롯해 교회 사역을 실천할 때 사역과 공간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교회 공간 디자인에 이를 적용한다면, 다양한 사역에 더욱더 적합하고 적정한 규모의 공간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교인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교회를 온전한 공동체로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교회는 오랫동안 교회당을 거룩한 장소로서 구별해왔으며, 많은 교회가 교회당 안에 다목적 문화공간이나 카페 등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일부 교회가 보인 비이성적 태도는 한국교회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 사람들은 이제 교회를 외면하고 있다.

‘열린 교회’는 교회의 공공성을 드러내는 매우 적절한 개념이다. 섬김과 선교를 중요한 사역으로 감당하는 교회의 본질적 모습이기도 하다. 더욱이 교회 활동은 아무래도 주일에 집중되기 때문에 주중에는 대부분 건물이 텅 빈 채로 닫혀있다. 교회는 직접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지역사회에 도움을 줄 다양한 활동을 개발해 주중에도 공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래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들이다.

1. 공유경제

공유경제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자신이 소유한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공유·교환·대여하여 가치를 새롭게 창출해내는 사회적 경제 모델이다. 물건 개념을 ‘소유’에서 ‘공유’로 바꾼다. 공유경제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집이나 차량을 공유하는 플랫폼 외에도 공유 오피스, 공유 주방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겠으나, 교회에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해서 공간·재능·사역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일도 연구해볼 만할 것이다. ‘열린 교회’도 넓게 보면 공유경제 개념이 포함돼있다고 하겠지만, 진정한 공유를 위해 공간을 더 적극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들이 물질적·심리적으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교회 건물과 시설은 목회자와 제직자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청지기로서 일정 기간 사용권을 부여받고 관리 책임을 맡았을 뿐 근본적으로 하나님 소유다. 하나님 뜻은 맡기신 재물인 교회당을 하나님 사역을 위해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데 있다. 주일 이외에 대부분 비어 있는 교회 공간을 지역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공유해서 교회당이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선교는 물론, 지역 공동체 회복과 주거환경 개선에도 유익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같은 지역사회에 속한 이웃 교회들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웃 교회를 경쟁 대상이 아닌 동역자로 생각한다면, 인근 교회들이 머리를 맞대고 사역과 프로그램을 분담하고 공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은 개교회의 사역과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격은 비슷하다. 교류(교제)하고, 회집(예배)하고, 교육하고, 봉사하고, 자신을 알리는 활동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강당·체육관·카페·식당·학교·세미나실·봉사관·홍보관 등 다양한 건물을 짓고 있다. 학교 시설을 지역사회에 적극 개방하는 일도 적지 않은데, 교회가 공간을 지역사회에 개방하듯이 교회가 지역사회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이미 여러 교회에서 실천하고 있다.

2. 공간의 다목적화

공간의 다목적성은, 하나의 공간을 두 가지 이상의 기능에 적합한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공간 디자인의 특성이다. 건물이 있는 교회는 교회학교 예배와 작은 규모의 집회 및 문화 행사를 위해 사용하는 다목적홀이나 예배실 또한 갖추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회가 갖고 있는 공간 환경적 특성이다. 공간의 다목적화는 대부분의 교회 건축에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공간을 개방하기 위해서도 다목적성은 필수적이다. 하나의 공간을 여러 기능에 맞게 사용하려면 장소와 가구 배치 등을 각각의 용도에 맞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가변성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를 조절하기 위한 이동식 칸막이, 이동식 의자, 창고 등을 설치하는 일이 건축비가 증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건물 규모를 줄이고 공간 활용률을 높여 전체적으로 훨씬 경제적이다.

3. 건축물의 수명

콘크리트나 철골을 구조재로 사용하는 현대 건축물의 구조적 수명은 일반적으로 최소 100년 이상이다. 그보다 더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20~30년 만에 철거하고 새로 지은 한국교회 건축물이 적지 않다. 교회가 급속도로 성장해 기존 공간에서 사역하기 어려워져서, 혹은 재개발·재건축으로 어쩔 수 없이 철거하고 다시 지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새로 건축하려면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야 하고, 많은 재정이 있어야 하기에 한국교회의 목회 사역을 어렵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교회의 본질에 합당한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100년이 지나면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생길 것이고, 교회의 공간 환경에 대한 요구도 바뀌고 건물도 낡아질 것이다. 그렇기에 설계 단계에서 두 가지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소한의 내구성을 지닌 건물을 건축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리모델링을 주기적으로 싸고 쉽게 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건축 구조와 공법, 설비 시스템의 적응성을 포함한 건축디자인과 기술을 연구해야 한다.

4. 친환경 건축

오늘날 지구환경 문제는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도시를 건설하고 건축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해왔다. 지구환경은 이제 인간 생존을 위협할 만큼 황폐해졌다. 최근 친환경 건축, 생태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자연 훼손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그린 빌딩’이 중요한 건축 과제로 추구된다. 마찬가지로, ‘그린 교회’는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동참해야 할 기독교의 중요한 과제이며, 교회 건축이 지향해야 할 우선적 목표이다.

정시춘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건축학 석사)하고,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건축학 박사)과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MTS 신학 석사)에서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건축과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1974년 정주건축연구소를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 작품상(1982, 1997)과 논문상(1983), 서울시 건축상(1996, 1998) 등을 수상했으며, 영락교회 50주년기념관, 총신대 100주년기념교회당 등 다수 교회당을 설계했다. 교회 건축, 예배 공간과 관련한 저서 및 역서를 다수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