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교회 공간은 모두의 것이 될 수 있을까

[366호 커버스토리]

2021-04-30     김승환

코로나 시대, 현대인은 장소와 공간을 새롭게 탐구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사회로 진입하면서 재택근무를 비롯한 온라인 수업, 온라인 예배, 온라인 쇼핑, 홈 트레이닝 등을 집에서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집은 거주를 넘어 다양한 쓸모를 필요로 하는 공간이 됐다. 팬데믹으로 야외 활동이 힘들다 보니 베란다가 꽃과 나무를 가꾸고 운동과 휴식을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커다란 텔레비전이 자리 잡았던 거실도 부모의 재택근무와 자녀의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복합공간으로 변신했다. 많은 사람이 취미·여가·휴식을 위한 장소를 갖춘 더 큰 평수의 집을 원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 어플리케이션 ‘직방’에서 2021년 2월 코로나 시대에 주거공간에서 더 필요한 내부 기능을 묻는 설문 조사를 했는데, 응답자 1,517명 중 47.9%가 ‘취미, 휴식 및 운동 기능’이라고 답했다.1)

코로나19가 촉발한 새로운 욕구는 주거공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도시 공간을 전반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도시는 전염병과의 기나긴 싸움을 통해 이룩됐다.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자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하고, 실험적 공간 설계와 건축을 시도해 만든 것이 오늘날의 도시이다. 19세기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콜레라의 근원지가 우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후 각 도시는 하수도 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시민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도 했다. 집단감염이 발발해 사람들을 분리하고 이동을 제한하더라도 일상의 삶이 가능한 스마트 도시처럼, 디지털 매체와 기기를 통한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1,000만 명이 모여 사는 메가시티가 아닌 다른 도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도심의 분산화로 시민의 통근 거리를 줄이고, 자연 친화적 성격을 지닌 도시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공간을 향한 새로운 상상이 시도되는 지금, 교회는 어떤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할까? 도시의 한 장소로서 종교 공간의 본질적 의의는 무엇일까?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예배가 어려운 상황에서 텅 빈 예배당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대규모 대면 예배보다는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의 예배와 신앙생활로 전환해야 한다. 교회 공간의 활용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도시 속 공적 장소로서 교회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종교와 예전의 공간을 넘어서, 공동체를 위한 치유와 만남의 공간, 지역사회를 위한 공유와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교회 공간의 성스러운 속성

인간은 고대사회에서부터 성스러운 것 혹은 성화(聖化)한 사물을 가까이 하고자 했다. 궁극적 실재의 힘을 갈망하면서, 그 힘의 충만으로 생의 의지와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한 것이다.2) 성스러운 장소에서 행해지는 제의와 축제는 초월적 현실을 이 땅에서 맛보게 했다. 공동체 규범과 질서를 구성했으며 공동체에 삶의 의미를 부여했다. 성스러움은 장소를 통해 구체화된다. 종교 건물은 모세의 회막, 솔로몬의 성전처럼 ‘신의 현현’으로, 하나님 임재를 상징하는 동시에 회중의 종교적 삶을 위한 구체적 실천장이다. 장소의 성스러움은 세속과 분리·구별되는 듯 보이지만, 종교적 삶을 사는 이들을 통해 현실의 한복판에 스며든다.

세속의 한복판에 있는 교회들은 성스러운 공간이라는 상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공간 형태와 건물 자체가 성스러운 것은 아니다. 장소와 종교성의 관계에 주목하는 티머시 고린지는 기독교가 특정한 성지나 제단이 있는 장소를 거룩한 공간으로 신성화하지는 않으나 모든 공간 안에 편재하시는 하나님의 공간적 속성을 믿기에 기독교적 관점에서 모든 장소가 거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3) 종교 장소의 거룩성은 신성을 통해 세속의 공간으로 흘러가며, 도시 공간에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종교는 도시 공간에 독특한 정체성을 덧입히는 데 탁월하다. 세속의 공간과는 차별화된 건물·조형물·장식·색채·음악 등은 그 장소만의 독특한 효과를 살려낸다. 실제로 도시들은 종교 건축물을 통해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로마의 베드로대성당이나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은 도시 공간을 거룩하게 하는 성스러운 장소로 인정받고 있으며,4) 서울의 명동성당이나 영락교회도 종교 건물로서 지역의 독특성을 살리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작은 상가 교회라고 해서 장소의 성스러운 속성을 포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종교의 거룩한 속성은 규모의 논리와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종교 공간의 새로운 쓸모를 고민한다면, 종교 공간의 본질적 속성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종교 건물과 장소가 주는 성스러운 아우라는 도시민들의 정서와 지역 문화를 성화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세속의 리듬을 거룩한 리듬으로 옮겨가게 할 것이다. 종교 공간은 부동산 투자와 물질소비주의에 사로잡힌 세속 도시의 타락을 자각하고 장소가 갖는 초월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교인들만 종교적 장소의 성스러운 경험을 하도록 한정해서는 안 된다. 종교 공간을 도시민 모두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자기 건물 중심으로 신앙생활 해왔던 한국교회는 관례에서 벗어나 공간의 개방과 함께 일상에서 하나님을 찾고 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종교적 장소를 재정의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코로나 시대의 교회 공간의 쓸모를 생각해보자.

첫째, 묵상과 성찰의 공간이다. 근대의 도시 설계와 조성은 도시 공간의 동질화를 추구한다. 획일화된 디자인과 비슷한 거주공간은 도시민들의 삶을 통일시키고 통제하며 사회에 순응하게 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장소의 정치는 권력화할 위험이 다분하며 자본에 의해 충분히 독점화될 수 있다. 계산적(합리적) 이성을 토대로 한 도시 설계와 배치는 도시의 정서와 문화, 감성에 대한 고려가 없을 뿐 아니라 인간의 행복과 만족도를 수치화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발자크(Honore de Balzac)는 도시 공간을 ‘감성을 가진 존재’와 ‘신체 정치’라는 이미지로 표현했다.5) 세속 도시가 간과한 장소적 초월성과 정서는 코로나 시대에 도시 교회가 담당해야 할 몫일 것이다. 우리는 개인화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였지만 누군가와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이 사실과 함께 ‘다자로서 일자’처럼 관계적으로 존재해온 우리의 자아를 성찰해야 한다. 더 나아가 평범한 일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시간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누군가의 희생과 수고로움의 결과임을 깨달아야 한다. 피조세계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내려놓고 공존·상생할 수 있는 공동체적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도심 속 교회 건물은 미관상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다. 용도와 쓰임이 달라서 그렇다. 주변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빨간색 벽돌 예배당은 묘한 장면을 연출한다. 성과 속이 혼재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탐욕과 베풂이 어우러져 도시 공간에 균열을 만들어낸다. 용지와 용적률을 바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종교 건물은 세속 도시 안에서 그 자체로 묵상과 성찰을 위한 좋은 매개가 된다. 높은 첨탑과 빨간 십자가가 공동묘지를 연상하게 하지만 땅을 향한 인간의 시선을 하늘로 가져가는 동시에 세속의 욕망에 물든 도시민들에게 초월의 세계가 있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차로 이동하다가, 길을 따라 걷다가 문득 마주치는 교회 건물은 지난 삶을 반추하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공간이다.

둘째, 만남과 환대의 공간이다. 코로나 시대에 오랫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진행하면서 시민들은 집단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불리는 사회적 우울증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누군가와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고립감을 주된 특징으로 한다. 교회는 집단 우울에 빠진 사회의 치유 공간이자 만남과 환대의 장이 될 필요가 있다. 교회는 자신들만의 구원 방주를 이루는 게토화한 폐쇄적 장소가 아니다. 이 땅의 소외된 자들과 고립된 이들과 연대하는 환대의 공간으로, 팬데믹 상황에서도 열린 장소가 되어야 한다. 십자가의 죽으심과 성만찬으로 나타나는 신적 환대는 교회 공간을 통해서도 구현되어야 한다. 환대는 타인에게 자신의 공간을 내어주는 희생적 행위이다. 십자가에서 두 팔을 벌린 예수님의 환대는 죄인 된 모든 인간을 향한 무한한 헌신이며, 예수님을 따르는 공동체를 향해서도 똑같이 팔 벌리기를 요청한다. 미로슬라브 볼프는 타자를 위한 공간을 내어주는 십자가의 행위를 팔 벌리기, 기다리기, 팔 모으기, 다시 팔 벌리기로 정리한 바 있다.6)

환대의 공간으로서 교회의 구체적인 실천은 다양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대면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자가 격리자들과 고립된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이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할 수 있다. 때에 따라 교회 공간을 그들이 머물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치유 공간으로서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교회는 도시민들의 우울감과 고립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공동의 치유 공간이 될 필요가 있다. 도심 안에서 낯선 누군가와 만나고 대화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현대 도시가 안고 있는 질병으로, 사람들 간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도시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너무나도 시급한 과제이다. 도시 교회는 이런 부분에서 탁월한 자원을 갖추고 있다. 타자를 환대하고 친밀한 사귐을 통해 작은 도시 공동체를 형성해가는 일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도시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사역일 것이다. 만남의 공간이자 사귐의 공간으로서 교회는 언제나 문을 활짝 열어놓고, 누군가가 찾아올 수 있도록 진심으로 환대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교회 공간의 다양한 활용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예배와 모임이 제한되면서 교회 공간은 텅 비어가고 있다. 과거에 예배당 공간이 가득 찬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띄엄띄엄 앉아 예배하는 모습이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이를 보면서 교회의 몰락을 예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좀 더 크게, 좀 더 많이’를 외쳤던 외연적 성장 위주 목회 전략에서 ‘좀 더 작게, 좀 더 다양하게’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교회 공간을 지역사회와 다양한 세대에 공유하는 비전을 갖고 비슷한 용도의 예배 공간을 여러 개 두는 식으로 구성하기보다 모임 성격을 달리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으로 꾸밀 필요가 있다. 온라인 예배와 교육이 보편화하는 가운데 교육부 공간 일부를 작은 스튜디오로 바꿔 필요한 이들과 공유하거나 사무실 공간을 공유 오피스나 창업자들이 함께 쓰는 공간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교회 공간을 지역사회 복지와 교육 차원에서 접근한 과거와 달리, 지역 자산과 공동체 공유공간으로 확장하자고 제안해보려 한다.

1. 교회 공간을 지역의 자산으로

교회는 지역의 공적 기관이다. 종교 영역을 담당한다고 해서 지역과 분리된 채 존립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지역의 자양분을 통해 성장하고 확장된다. 오랫동안 한 지역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시민 자산화’(civil assets)나 ‘지역 자산화’(community assets) 운동처럼 공공이 주도하는 지역 사업이 아닌 지역민들의 자치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마을의 변화를 꾀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핵심은 지역민들의 시민의식을 건강한 방향으로 고취하면서 지역과 공동체에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교회의 협력 또한 중요하다. 건강한 지역사회를 향한 비전을 제시할 뿐 아니라, 좋은 도시 공간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교인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지도해야 하고, 공론장을 마련하는 데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동안 교회가 가진 종교적 자산인 인적·물적·영적 자원들은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간 활용을 논할 때 소홀하게 여겨져 왔다. 지역 교회들은 지역 구성원들과 동일한 정체성·지역성을 유지하고 있기에, 도시사업의 주요 파트너로 인식되어야 한다.7) 도시사업에 참여한 교회의 사례들이 꽤 있다. 먼저 물리적 공간인 예배당과 교육관, 주차장 공간을 활용해서 접근한 사례가 많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종로구 체부동성결교회 건물이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 주민을 위한 생활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1931년 건축돼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근현대사의 질곡을 견딘 곳인데, 지역 주민과 교인의 제안을 받아 서울시가 매입하여 재생사업을 추진했다.8) 공주시가 도시재생사업과 고도보존육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문화유적지를 정비하고 있는데, 근대 문화 저장소로서 공주 근대사의 핵심 거점 공주제일교회 구예배당 건물을 공주기독교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교회의 역사와 건물을 지역 문화 자산으로 전환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9) 또한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교회에서 개최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주시 용머리 영의주마을 주민 100여 명이 그 지역 바울교회로 모여 주민설명회에 참여했고,10) 서울 동작구 동광교회에서 상도4동 도시재생 주민공청회가 열려 지역 주민 200여 명과 관련 전문가들이 대화를 나눴다.11)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도시재생 공청회도 가리봉교회에서 진행돼 지역 주민 협의체와 관련자들이 회의했다.12) 경기도 안산 밀알침례교회는 2000년대부터 보육을 통해 지역사회 구심점이 되는 길을 선택했고, 도시재생 공동체 복원 마을 축제 등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사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과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안산시에서 지원하는 414억 원 규모 월피동 마을재생사업 예산을 따내 지역아동센터, 직업체험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13) 이처럼 교회 공간을 지역사회 역사·문화 보존을 위한 박물관으로 내어주거나 예배당이 건강한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론장 역할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 공유공간과 공동체의 공간으로

교회 공간을 활용할 때, 한 걸음 더 나아가 코로나와 관련해서 새로운 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도시 공간 트렌드는 ‘공유’이다. 공유 오피스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위워크(WeWork)는 여럿이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 공간과 각각의 자리를 일정 기간 제공하는 독특한 공유공간을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국내 20여 개 지점을 두고 운영하는 중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초창기에 스타트업을 비롯해 사무실을 원하는 회사들과 프리랜서로 일하는 이들에게 좋은 협업 공간이 되었다. 공간 공유는 다양해지는데, 최근 주방을 공유하면서 사업과 연계하는 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위쿡(WECOOK)은 소규모 자본으로 음식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공유 주방을 제공하면서 이를 식품 유통과 배달로 연결하는 형태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곳을 거쳐 브랜드화한 상품만 500개가 넘으니 주방 공유가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키는지 새삼 놀랍기만 하다. 청년들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울시와 협력하는 사회적기업 ‘더몽’ 같은 공유 주택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월세로 비슷한 또래들과 함께 거실과 주방을 사용하는 형태의 공유 주거는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 공간 트렌드가 ‘공유’로 바뀌어가고 있다면, 교회 역시 ‘점유’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공간 공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 교회 공간을 공유하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그중 교회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배 공간 공유가 이슈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작은 교회들이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예배당을 공유하는 교회들이 생겨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서울북노회는 예배처소공유제를 논의하면서 해외한인교회사가 예배당 공유의 역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건물 중심 교회 패러다임을 바꾸고 예산과 인력을 사역에 초점을 둘 수 있도록 예배 공간에 들이는 비용을 최소화할 때 작은 교회들이 역동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샘솟는교회 안남기 목사는 김포명성교회가 세운 ‘어시스트 미션’에서 현재 15개 교회가 교단 구분 없이 예배당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그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곳에서 예배하는 교회는 월 30만 원만 내면 된다.14) 신촌에 있는 ‘카페 언더우드’도 공유 교회 모델을 보이는데, 감동교회와 전인교회가 각각 주일 10시부터 3시까지 차례로 예배하면서 음향 장비와 헌금함 등을 사용하고 있다.15)

물론 교회들끼리의 공간 공유가 지역과 무관한 일로 비칠 수 있다. 교회 교육관을 청년 창업 공간으로 내어주고 주방을 마을 공동 주방으로 활용하는 일도 좋은 방법이지만 아직 활용되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 만나교회가 2019년에 교역자 사무실을 공유 오피스로 전환하면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소규모 회의실을 갖추고 사무기기를 같이 사용하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으나,16) 이런 공간을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건물 중심 신앙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형의 교회와 신앙생활로 진입하는 이때,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 각주

1) 김진아, “코로나19로 주거공간에 더 필요한 기능은 취미, 휴식, 운동”, 〈벤처스퀘어〉(2021. 3. 8.)

2) 미르치아 엘리아데, 이은봉 역, 《성과 속》(한길사), 50쪽.

3) Timothy J. Goringe, 《The Common Good and the Global Emergency》(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1), 78-84.

4) 김승환, 《도시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새물결플러스), 34쪽.

5) 하용삼, “비물질적 노동에 의한 공간의 재전유”, 박규태 외 4인, 《로컬리티와 포스트모던 공간성》(소명출판), 53-58쪽.

6) 미로슬라브 볼프, 박세혁, 《배제와 포용》(IVP), 198-220쪽.

7) 성석환,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문화선교》(두란노아카데미), 79쪽.

8) “87년 된 서울 체부동성결교회, 생활문화공간으로 재탄생”, 〈연합뉴스〉(2018. 3. 12.)

9) 이환주, “김정섭 충남 공주시장 백제고도 공주, 도시재생사업으로 활기”, 〈파이낸셜뉴스〉(2018. 7. 17.)

10) 신광영, “전주시 노후주택 개선 사업 잰걸음”, 〈쿠키뉴스〉(2018. 9. 22.)

11) 김용만, “동작구, 12일 동광교회서 상도4동 도시재생 주민공청회”, 〈신아일보〉(2016. 5. 12.)

12) 조은임, “서울시, 가리봉 도시재생계획 공청회 연다”, 〈아시아경제〉(2016. 11. 2.)

13) 우성규, “교회 전체 보육시설로 특화… 주7일 아이들로 북적”, 〈국민일보〉(2018. 10. 4.)

14) 최은숙, “예배당공유제로 노회의 작은 교회 살리기 본격화”, 〈한국기독공보〉(2021. 3. 1.)

15) 박재현, “평일에는 카페, 주일에는 공유 예배당으로 활용… 카페 언더우드”, 〈데일리굿뉴스〉(2021. 4. 2.)

16) 장창일, “교회 신축 대신 내부 환경 개선한 만나교회”, 〈국민일보〉(2019. 10. 25.)


김승환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신학(Th.M.) 석사와 철학(Ph.D.) 박사를 마쳤다. 도시공동체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회원이기도 하다. CTS 4인 4색, 새물결아카데미, 청어람아카데미 등에서 공공신학과 기독교 공동체주의를 강의해왔다. 공저로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혐오와 한국교회》가 있고, 저서로는 《남자, 영웅을 꿈꾸다》와 《도시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  《공공성과 공동체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