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주기, 하나님이 응답하시길

[366호 메멘토 0416]

2021-04-30     박은희

세월호 7주기, 여전히 ‘믿고 기다리라’는 현 정권

“아이들이 울만큼 울었나보다.” “오늘은 시민들이 많이 모인다고 하는데 맑게 개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아이들도 아는 거지.” 4월 11일 토요일 오후, 가족협의회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하는 길에 어머니가 맑게 갠 하늘을 보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다시 촛불, 다시 세월호’라는 제목으로 가족들이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 시민들과 함께 피켓과 촛불을 든 지 벌써 두 달. 지난 3주간 주말마다 비가 왔는데도 여든이 다 되신 어머니는 처음 얻은 친손녀의 죽음이 원통해 불편한 몸에도 매주 피켓을 들러 서울을 가셨습니다. 촛불로 이룬 정권이니 마땅히 진상규명해줄 거라 믿으며 기다린 지 벌써 4년. 가족들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갑니다.

청와대 앞 故 유예은 단원고 학생의 할머니가 피케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필자 제공)

1기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이전 정권의 방해로 제대로 조사도 못 하고 일찍 해산되었습니다. 정권교체 후 활동을 시작한 선체조사위는 침몰원인에 대한 일치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종료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해수부에서 환경부로 담당 부처를 바꾸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가 꾸려졌지만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세월호와 관련한 자료들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작년 연말에 끝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확산되며 대면조사도 못 한 상황이었지요. 다행히 해외동포와 국내 시민들의 도움으로 특별법 개정을 이루어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공소시효도 조사 기간만큼 정지하여 올해 4월 15일에서 1년 이상을 연장했습니다. 영장청구권을 가진 특검법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비웃듯 개정된 사참위법(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은 정부의 시행령 부분에서 멈춰있고, 특검법은 국회의 비협조로 시작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올 1월에는 1년 2개월간 진행되었던 검찰의 특수단이 활동 종료를 선언했습니다. 특수단은 사참위가 수사를 의뢰한 17건의 사안들에 대해 2건만 기소하고 대부분 무혐의 결론을 지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을 수사하는 대신 이들에게 서면조사를 진행해 답변한 것으로 종결처리를 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는 앵무새처럼 계속 ‘믿고 기다려보라’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해야 하나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해야 하나요? 세월호 진상규명이 촛불정권의 관심 순위에서 밀릴 때마다 가족들은 대통령과 정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경제가 급하니까, 통일문제가 급하니까, 언론이나 검찰 개혁도 해야 하니까, 아직 선조위(세월호 선체조사위)가 안 끝났으니까, 아직 사참위가 활동 중이니까 등등. 혹여 이 정권에 흠집을 내어 힘이 약해지면 진상규명에 해가 될까 속만 썩히면서 때를 기다렸습니다. 2014년 아이들이 어른들을 믿고 기다린 것처럼 부모들은 대통령과 정부, 국회와 검찰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이전 정권이 아이들을 버렸다면 이번 정권은 부모들을 버리고 있구나, 그렇게 아이들처럼 부모들도 기다리다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요사이 듭니다.

다시 4월, 잊지 않은 사람들

올해도 어김없이 벚꽃은 피고 4월은 다가왔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날의 아이들만큼일까 하는 마음으로 부모들은 다시 힘을 내봅니다. 7주기 기억식을 준비하고, 4·16생명안전공원(가칭) 설립을 위한 공모전을 진행하고, 4·16기억교실을 개관하고, 광화문 기억관을 지키고, 특수단의 발표에 항고하고, 진행되는 재판들을 참관하고, 사참위와 특검을 위해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고, 또 여러 추모행사와 간담회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더 진상규명 상황을 정확하게 알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4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함께해주셔서 이러한 노력이 외롭지는 않아서 감사합니다.

가장 활동이 돋보이는 종단은 기독교입니다. 참사 초기 일부 목회자들이 세월호를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어 폄훼하고 교회가 앞장서서 가짜뉴스를 퍼나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곁을 지키고 계신 분들은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안산 분향소에 찾아온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사건을 해석하고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먼저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어 주고 같이 하나님께 기도하고 예배해 달라 부탁드렸을 때 많은 교회와 단체가 찾아와주셨습니다. 해마다 100회 가까운 기도회와 예배가 열렸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기도하며 행동해주셨습니다.

안산뿐 아니라 서울 광화문에서도 기도회와 예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많은 분들이 정권을 믿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수사권 없는 사참위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정부도 조사를 위해 적극 협조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광화문 기도회를 주관하시던 분들에게 요청해서 2019년 여름 광화문 기도회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해 겨울, 정부나 피해 가족과의 소통 없이 검찰이 기습적으로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다시 기도회를 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 가족들이 사참위 활동 연장과 공소시효 정지를 담은 특별법 개정과 특검 발의안을 통과시키려고 노숙하면서 다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연대하는 그리스도인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하거나 때로는 가족들이 떠난 자리를 지켰습니다. 힘겨운 싸움을 7년째 이어오는 가족들 곁을 지키며 누구보다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계십니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기도회

피해자 부모이자 전도사여서인지, 어쩌다 보니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하는 기도회 실무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세월호 말고도 이미 다른 투쟁현장에 연대하고 계신 분들에게 자꾸 짐을 지워드리는 것 같아 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현 상황을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꾸준히 모임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자꾸 부탁드리게 됩니다. 그때마다 오히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시고 부당한 일에 더 크게 화를 내주시고 적극적으로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피해 가족들 가운데 교회를 다니지 않는 많은 분들은 제게 감사인사를 대신 전해달라고 말합니다. 매일 진행되는 그리스도인연속단식기도는 매번 순서가 다 차서 감동하고, 참여하는 분들이 쓴 기도문 내용에 한 번 더 감동합니다. ‘이분들이야말로 예수님처럼 사시는 분들이구나’ ‘마음으로만이 아니라, 말로만이 아니라, 온몸과 삶으로 예수의 삶을 살아내려는 분들이구나’ 생각이 듭니다. 요즘 투쟁현장에서 많은 종단들이 빠지고 그나마 기독교가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키다보니 그만큼 힘이 듭니다. 귀한 분들이 아프실까 봐 걱정됩니다. 이분들이 건강하게 이 일을 이어가실 수 있도록 더 많은 교회와 단체,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4월 15일, 목요일 저녁 7시에 드리는 7주기 기억예배를 통해 이번 연속 단식 기도회는 마무리됩니다. 또다시 단식기도를 기획하지 않도록 정부나 국회, 검찰의 책임 있는 답변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이번에는 침묵하지 않으시고 응답하셔서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7년째 기다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제는 왜 그랬는지 답을 줄 수 있도록, 그래서 부모들도 마음껏 아이를 추모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는 4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예배 “기억, 책임, 약속 그리고 응답”

1. 일시: 2021년 4월 15일(목) 저녁 7시
2. 예배 영상 온라인 중계: 유튜브에서 '416그리스도인'
3. 주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
※ 문의: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전남병 집행위원장 010-9280-1034,
               성서한국 송지훈 사무국장 02-734-0208
※ 후원: 농협 302-0745-6667-01 (김준표)


박은희
생물학을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참사가 있기 직전에는 안산 화정감리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있으면서 작은도서관 운동을 했다. 참사를 겪고 나서야 사회선교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어 늘 부끄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이전과 다른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싸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