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367호 무브먼트 투게더]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미얀마 시민들과 함께한 줌 미팅

2021-05-31     김다혜

5월 1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딱 100일 된 날이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9일(현지 시각)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미얀마 시민 780명이 사망했고 4,899명이 체포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내 민주 진영과 소수민족 반군 세력들이 연합해 세운 국민통합정부(NUG)는 연합군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일간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미얀마 시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22일, 미얀마 현장에 내밀한 이야기를 양곤과 태국 국경지역에 거주하는 미얀마 시민 6명과 한국 시민들이 참석한 줌(ZOOM) 미팅에서 들을 수 있었다. 줌 미팅은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이 준비한 질문과 한국 참석자들이 궁금했던 내용을 물어보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태국 접경지역에서 사역하는 한다윗 선교사가 통역을 맡았다. 그 내용을 정리해서 전한다.

식량난에 처한 피난민들

먼저 쿠데타 이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피난민 현황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태국 메홍손에서 국경지역 피난민들에게 물자를 전달하고 있는 포터는, 군부 체포령을 피해 도망쳐온 사람이 많지만 이들을 위한 식량 등의 물품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물품 보급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의 도로가 봉쇄되었다는 점, 강을 건너면 군부의 총격을 당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점, 대부분의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 길 없는 산속이라는 점이다. 그가 돌보는 지역에는 파업에 참석한 공무원 가족들 150여 명, 일반 시민들 5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체포령을 피해 도망쳐온 상황이었다. 그는 붉은 카렌족이 NUG과 연계해 구제활동을 벌이면서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는 짐이라도 보내고, 그것도 어려운 경우 다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식량계획(WFP)는 향후 3~6개월 내에 벌어질 미얀마의 심각한 식량난을 예측했다. 급격한 유가 상승과 군부 쿠데타로 미얀마 빈민들을 위한 식량지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줌 미팅에 참석한 태국의 한 교회 소속 목사는 군부 측조차도 식량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군부가 민가를 약탈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각 도시 교회들을 기점으로 선교회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나누고 있지만, 곧 다가오는 5월은 미얀마에서 우기로 접어드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미얀마에서 우기는 말라리아가 극성을 부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목사는 피난민들이 영양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기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 염려했다. 우기가 오기 전에 신속하게 물품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군부의 압박에 맞서 국제사회 공조 이어져야

미얀마 시민 참석자 가운데 한 교수는 부모이자 여성의 입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녀들이 아침에 인사하고 나간다. 저녁에 시체로 돌아오거나 다치거나 감옥으로 가는 자녀들 소식을 듣는 일 자체가 어머니 입장에서 힘들고 두렵다.” 시위에 참석한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집에 돌아오면 군인들이 해코지한 아이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자녀들과 함께 감옥 앞에서 피켓을 드는 등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애쓰는 여성들 모습도 일상이 되었다.

군부 측은 5월 개학을 공표한 상황이다. 개학에 참여하지 않는 교사들을 체포하겠다고 했으며,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쉽게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파업에 참석하여 피난한 교사들의 남은 가족들도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모임에 참석한 시민들 중 한 명은 “군부가 가진 전략 중에 하나가 ‘말 잘 듣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그것이 옳지 않은 길임을 한국 매체들이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팅에 참석한 NUG 관계자는 NUG와 종교단체를 포함한 모든 단체들과의 연합을 이루는 일이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라 밝혔다. 동시에 타 국가들에 NUG의 존재와 방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미얀마 군부 최고지도자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규탄하며 국제사회가 NUG를 미얀마 정부로 인정하도록 촉구하는 서명을 내는 등 조금 더 공식적인 모습을 취하고자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처럼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미얀마에 대해 물어봐주고 격려하는 과정들이 현재 NUG 상황에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시에 그는 NUG 구성원을 향한 기대와 우려를 이해했다. 지금 NUG는 크리스천이 요직의 4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얀마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소수민족(미얀마 전체 인구의 70%는 버마족)이 NUG 구성원의 40%를 이루고 있다. 그는 “지금은 군부를 축출하고 몰아내야 하는 큰 이슈가 있어서 아직까지 특별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크리스천이나 타 종교와 관련한 사람들이 국가의 일에 많이 포진된 것에 대해 이전과 같이 특정 집단이 기득권을 행사하게 될까 봐 염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 적’이 사라진다면 지금까지 존재하던 종교 간 갈등 문제가 새롭게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대를 위한 현실적인 방법들

다음으로 미얀마를 위해 한국이 연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양곤에서 청년 연합을 이끌고 있는 대표는 한국 정부가 NUG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과 더불어 군부와 연결된 기업 행위를 제재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시민불복종 운동 초기에 워낙 많은 사상자 및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양곤 내 시위를 멈춘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장소를 옮겨가며 게릴라식으로 시위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비용이 발생해 도움을 요청했다. 총파업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체포령이 떨어져 갑자기 국경 쪽으로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과 체포되어 수감된 청년들 이야기도 언급했다. “군부가 수감된 사람들을 돌보지 않기 때문에 아픈 사람부터 죽어나가고 있다.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이 갇히면 남아있는 가족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 최소한 생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역시 비용이 든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청년에게도 질문이 돌아갔다. 미얀마가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묻자, 그는 군부가 축출되고 이후에라도 다시금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했다. “소수민족 한 사람의 입장에서, 한 부족이나 한 종교 집단이 이끌어가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민족들이 함께 의논하고 이끌어가는 나라를 세워갔으면 한다.” 시위하는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감옥에 수감된 상황에서 NUG는 연합군 창설을 추진 중이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어떤 단체도 없는 상황에서 연합군 창설은 최소한 국민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청년 한 사람으로서 미얀마 시민들을 지킬 수 있다면 언제든지 징집에 응할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모임이 끝나갈 무렵, 미얀마 시민들 중 한 크리스천 참석자가 인사를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국은 도망간 사람들을 누가 돌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상황을 아는 교회와 선교단체를 비롯한 크리스천 그룹들이 최선을 다해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