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1998년 기사를 볼 수 있을까요. 제가 그때 독자 투고를 했었는데…”

[368호 전화벨 소리]

2021-06-30     정민호

날짜: 20210610
전화받은 사람: 정민호 기자

7월호 마감 업무 중에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혹시 1998년 기사를 볼 수 있을까요. 제가 그때 독자 투고를 했었는데…”

무려 22년 전, 복상 지면에 글을 실었던 유재영 씨였다. 너무 오래된 기사를 언급하셔서 조금 당황했지만 한번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그 시절 기사는 웹사이트에도 없고, 과월호 재고도 없다. 창고에 정리된 보관본에서 요청한 기사를 찾을 수 있었다.

1999년 2월호에서 찾은 그의 글에는 ‘지성과 논쟁에 취약하고 편협한 한국교회’라는 제목이 달려있었다. 1998년과 1999년 사이에 유신론적 진화론과 창조과학 이야기가 지상 논쟁으로 이어졌는데, 독자 입장에서 이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글이었다. 지면에서 그는 학문적 연구와 이론을 대할 때 무지와 선입견만 품고 관련 논의조차 꺼리는 교계 분위기를 안타까워했다. 지상 논쟁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건전한 논의가 이런 편협함을 극복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글을 보고서 불편함을 내비치는 신앙인들이 꽤 있었다고 했다. 소속 동아리 대표 간사는 복상에 항의 전화까지 했단다. 그때를 회상하며, 상처도 많이 받아 교회 생활을 그만두고 신학생의 꿈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다시 복상을 떠올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최근 ‘클럽하우스’에서 그리스도인들과 나눴던 대화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성 교회에 답답함을 느끼는 청년들과 이야기하면서 한동안 잊고 지내던 한국교회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만약 지금, 22년 전의 자신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힘껏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지면을 스캔해서 그에게 보냈다. 그는 매우 상기된 목소리로 감사하다고 했다. 다시 정기구독을 시작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나는 오래된 기사도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도록 아카이빙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