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 사제의 밤》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368호 에디터가 고른 책]
불확실한 시대를 살면서 얻은 허물과 갈등, 약함과 의심을 털어놓으며 새로운 시작을 바라는 이들에게 몇 시간 동안 귀를 내어준 고해 사제는 그날 어떤 밤을 보낼까. 고통스럽고 복잡한 사연들을 끌어안고 지새우는 밤은 녹록지 않다. 각양각색의 사연에 가혹한 계명의 칼을 가차 없이 들이댈 것인지,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뭐든지 괜찮다는 상냥한 태도를 보일 것인지 고민하는 순간의 연속이다.
“좁은 양심의 길을 찾도록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고해 사제의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는 말한다. ““사랑하라. 그리고 그대 원하는 대로 하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격언은 그리스도인에게 참자유를 향한 왕도이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에 따르는 어려움과 위험과 책임을 아는 사람들만이 실현할 수 있다.”(11쪽)
이 책은 여러 저술을 통해 하느님의 침묵과 관련한 신앙적 갈등을 깊이 성찰한 체코의 사제 토마시 할리크가 썼다. 고해 사제로서의 경험에 기초해, 신앙의 문제로 고민하는 현대인들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속임수 같은 ‘하느님과의 흥정’ 가능성과 사람들의 불안을 활용하여 복잡한 문제들에 지나치게 단순화된 ‘신실한’ 대답들을 제시하는 안일한 신앙” 등을 넘어서는 길을 이야기한다.
“진정으로 신앙에 관해 쓰려면 역설을 끌어와야만 하고, 껍데기로가 아니라 진정 신앙을 살아 내는 것도 역설로서만 가능하다”고 하면서, 어떻게든 인생을 확실하게 보장해줄 무언가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신앙의 핵심인 ‘믿음’ ‘희망’ ‘사랑’을 숙고할 것을 제안한다. 성찰적 질문들을 다채롭게 던지는데, 가톨릭 배경이지만 개신교인들도 곱씹을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예수께서는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만 있으면 불가능하고 터무니없는 것, 유례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이루리라고 진정 약속하신다. 그러나 그것은 ‘특별한 업적’이나 ‘기적’의 문제가 아니며, 선풍적 흐름을 무턱대고 추종하는 이들이 기대하는 ‘성령의 특별한 은사’도 아니다. … 복수할 수 있을 때 용서하는 것, 남이 나에게 나쁜 짓을 했을 때 “이웃을 사랑”하거나 “다른 뺨을 내미는” 것, 나만을 위해 재어 놓을 수 있는 것을 내어 주는 것, 되갚을 능력이 없는 이들에게 더욱 후하게 베푸는 것, 다른 사람들이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으로 여기는 것을 ‘하느님 나라를 위해’ 포기하는 것이 여기 속한다.”(42쪽)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