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슈웨 가스전 사업 대응에 나서는 마음
[369호 이슈 톺아보기]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5개월이 넘었다. 군부는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총선이 부정선거라는 명분을 내세워 쿠데타를 일으키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앙권력을 장악해 입법 활동을 정지시켰고, 민간정부 지도자 및 시민사회 인사 감금, 언론 통제, 전화·인터넷 등 통신 차단, 주요 도시 통행제한령 발령에 나섰다.
이 가운데 초국적 자본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국제사회의 공론이 이어지고 있다. 일명 ‘캐시카우’(수익창출원)라 불리는 가스전 사업 때문이다. 군부는 외국자본과 합작 기업을 세워 천연자원을 채굴해 인접국가에 팔아 이윤을 축적해왔다. 그중 미얀마 연방정부 총수입 중 10%, 미얀마 외화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가스전 사업은 미얀마 군부 자금줄로 지목된다. 포스코의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국영석유가스기업(MOGE)과 함께 슈웨(Shwe) 가스전 사업을 하고 있다. 수익금의 15%를 MOGE에 배당하는 포스코는 2018년 MOGE에 2천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포스코 표적 제재를 요청했고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투자하던 초국적 자본들도 철수 또는 대금 지급 중단을 결정하고 있지만, 포스코는 슈웨 가스전 사업대금 지급 중단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얀마 군부로 돈이 가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가스전 사업 중단 시 미얀마 시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현지 인권 실태조사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초국적 기업이니만큼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쉽지 않음을 실감한다.
기업 책임을 묻는 국제 협력이 절실해
돈이 아닌 ‘총알’. 한 미얀마 시민은 포스코가 미얀마 군부에 지급한 대금을 이렇게 비유했다. 미얀마에서의 민주주의 퇴보는 자본의 불균등한 축적 및 사회 양극화, 불평등 강화와 결을 같이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원개발을 둘러싼 초국적 자본과 독재 권력의 결탁, 인권침해, 생태 파괴, 커뮤니티 붕괴, 저임금 노동착취 등은 더 약하고 낮은 곳을 노린다. 인권·노동·종교·풀뿌리 등, 영역을 불문한 105개 한국 시민단체가 모인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이하 ‘미얀마 지지 시민모임’)이 그간 포스코 대응에 주력해온 이유이다.
미얀마 지지 시민모임은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에 미얀마 군부와의 결탁 해소를 촉구하는 시민 1만 명 서명운동을 진행하여 서명지를 전달했다. 또 6월 11일 호주의 퍼블리쉬왓유페이(Publish What You Pay Australia), 인도의 광물자원상속자권리협회(Mineral Inheritors Rights Association), 지구권리인터내셔널(Earth Rights International)과 공동으로 ‘미얀마 쿠데타 국면에서의 슈웨 가스전 사업에 관한 국제 라운드테이블’을 화상회의로 진행하기도 했다.
테이블에는 유엔 기업과인권 워킹그룹 부의장, 미얀마 전문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초빙되었다.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도 한국 시민사회의 슈웨 가스전 사업 대응 현황과 그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이재정 의원은 포스코의 가스전 사업 대응을 통해 국외 사업과 인권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경영 방면에서 한국의 법이 타국에 비해 뒤처져있기에 관련법 입법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언급이었다. 기업과인권 워킹그룹 부의장도 사업체가 진출한 나라의 기준을 따르는 것을 넘어 투명성과 인권 존중이라는 보편적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피력했다. 참석한 미얀마 전문가는 군부에 대한 가스전 대금 지급 중단을 결정한 프랑스 기업 토탈(TOTAL)을 언급하면서도, 대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에서 기업 활동을 하면 군부에 지급되는 세금 문제 또한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미얀마 시민들의 안전을 저해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를 위한 연대활동이 이어지면서, 한국 시민사회는 기업의 이윤 축적 행위가 해외 시민 학살과 맺는 관계성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따라서 ‘기업 대응’ 그리고 ‘국제 연대/협력’이 주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현재 포스코 사옥 앞은 여러 단체의 집회 ‘핫스팟’이다. 실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포스코 규탄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웨 가스전 사업 대응을 계기로 꾸려진 ‘기후·노동·인권악당 막아내는 청년학생 공동행동’도 그중 하나이다. 또 다른 단체,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탄소배출과 죽음을 낳는 에너지 사업을 규탄하며 센터 앞마당에 붉은 물감을 쏟아붓는 시위를 펼쳤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소속 노동자들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도 불구하고 잇따르는 산업재해 사망과 미얀마 노동자, 시민들의 처지를 연결하며 미얀마 연대 및 포스코 규탄 행동에 나서고 있다.
시민사회는 63명의 국회의원이 초당적으로 모인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과 협의하여 미얀마 관련 포스코 등 한국 기업의 조치와 인권 책무성 강화를 위한 법제화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 적극적인 국제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미얀마에 정의를’(Justice for Myanmar), ‘슈웨 가스 행동’(Shwe Gas Movement) 등 미얀마 현지 시민단체와 함께 ‘군부 카르텔 지도’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산업재해, 탄소배출, 인권침해 등 지금까지 일으켜온 문제에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기업이 미래를 책임 있게 열어갈 수 있을까. 당면한 (초)국가적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정책 또한, 미래 세력을 자임하는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들에 그대로 맡겨둘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가고 있다. 우리는 바로 지금 그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미얀마에서의 참상을 멈추고, 다시금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래 앞에 멈춰선 우리의 마음은
기독교·불교를 비롯한 종교계도 헌신적으로 나서 국제사회의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종교계는 중국, 러시아, 아세안 국가들의 대사관 앞 1인 시위 등 연대활동을 추진해왔다. 지난 6월 14일 명동성당 앞에서 진행된 ‘수도자들과 함께 하는 미얀마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을 위한 촛불 기도모임’에 이야기 손님으로 참석한 적이 있다. 기도회에 참석한 분들에게 미얀마 상황과 한국 시민사회 연대활동을 공유했다. 참석한 분들은 바로 내 이웃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셨다. 사태가 장기화되는 어둡고 막막한 상황에서도, 이처럼 많은 단위에서 끈질기게 힘을 보태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도 과거 세대와 달리 변화해가고 있다. 수많은 희생 속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더는 압제에 굴복하지 않기를 선택하여 궐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미얀마의 MZ세대는 박해받던 로힝야족과 연대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면, 이전에는 묻지 않았던 것을 묻고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을 거역해가는 마음일 것이다.
싸움에 나선 사람들 손을 애타는 마음으로 잡을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인 누군가에게 이런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살아 숨 쉬던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남은 사람들은 권력에 대한 복종을 강요받는 일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낯선 이들을 만나 낯선 방식들을 이해해가며 연대하는 노력. 이러한 모습이 낱장의 천으로 된 조각보를 꿰매어 연결하는 바느질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상현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연대활동이 계기가 되어 아시아 지역의 풀뿌리 운동, 활동가들이 협력하고 연대하는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을 조직했다. 서울 동쪽의 지역사회 풀뿌리 활동가로, 기후위기에 맞서는 정치구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녹색당 활동가로 분투 중이다. 국경을 넘어 더 자유롭고 평등하며 흥미진진한 삶을 꿈꾼다. 대화하고 글 쓰고 사람들을 모아 사건을 만드는 일을 몹시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