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말’이 아닌 대안적 상상력을
[369호 전화벨 소리]
날짜: 20210629~20210705
전화한 사람: 김다혜 기자
입사하자마자 복상지기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죄송합니다.) 그러다 올해담당자가 되어 ‘복상지기를 소개합니다’ 코너를 진행하면서부터였을까요? 아니면 20대 또래 지기님 두 분이 최근에 합류해서일까요? 지기님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특히 종교) 종이잡지를 구독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읽기에만 그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모여 수다를 떤다니! 애정이 있지 않고서는 지속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지기님들이 궁금했던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복상이라는 매체의 독특함 때문인데요. 어떤 독자들은 진보 성향 매체로, 어떤 독자들은 보수 성향 매체로 인식하고 있지요. 최근 제 지인 중 한 분은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독자님들의 ‘공통점’을 알려 주시더군요. 조금 씁쓸한 진단입니다. 올해로 30년을 맞은 잡지이지만 “한국교회 대다수 교인들은 그 존재를 모르고, 한 줌의 독자는 그래도 지식인”이라는 말이었지요.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독려의 말이었지만, 개인적으로 걱정 되는 지적이기도 했습니다. 한국교회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기획안을 쓰게 될까 봐 말이지요.
여기까지 생각이 뻗치자 지기님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분들이 모든 독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상의 애독자임은 분명하니까요. 우선 놀랐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일인데 꽤 통화가 길어지더군요. 몇 분은 사무실 전화번호를 입력해 두셨고요.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마자 받으셨지요.
복상 모임을 운영하는 어려움
31곳의 지역 모임을 담당하는 총 32명의 지기님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연락이 닿지 않았던 일곱 분을 제외하고는 통화를 무사히 마쳤지요. 첫 번째로 복상 모임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자주 나왔던 ‘어려움’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코로나로 자주 모이지 못하는 아쉬움입니다. 줌으로도 모일 수 있지만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었지요.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이 시점에 부담 갖지 마시라는 말씀밖에 드릴 것이 없더군요.
둘째, 서울에서 이뤄지는 기독교의 진보/개혁 운동이 지방에까지 잘 전달이 되지 않아 ‘지방 격차’가 존재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지방 격차를 개인적으로 경험한 기자들도 기사화하자고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셋째, 다른 지기님들과의 교류입니다. 단톡방에서 소통하고 개인적으로도 만나는 분들이 계시지만 복상이 주도해서 전체 지기님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이었지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감각’은 각 모임이 지속되는 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모임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시다가 인근 지역 지기님과 연합하는 지기님도 계셨지요. 같은 취지에서 지역 복상 모임에 기자들(편집장님 포함!)이 와달라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넷째, 새로운 멤버가 유입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떤 지역은 사람이 꾸준히 늘어 청년 모임이 50대 중장년층까지 아우르게 되었지만, 어떤 지역은 유입이 되지 않는 현실이었습니다. 복상 계정의 SNS나 메일링을 통해서라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상 콘텐츠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
다음으로 저는 복상 콘텐츠에 대해서도 물었지요. “읽으시면서 아쉬웠던 점이나, 혹은 복상에서 꼭 다뤘으면 하는 주제가 있으신가요?” 우선, 이전보다 커버스토리 주제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노력이 보인다는 칭찬이 있었습니다. 지난 커버스토리였던 ‘교회와 장애인’에 대해 “기독교인으로서 가져야 할 나그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획이었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아쉬움을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습니다. 어느 매체든 고질적으로 고민하는 ‘필자의 다양성’ 문제를 짚으셨지요. 목사나 교수가 중심이 되는 지식 전달이 아니라 현장을 취재하거나 현장 활동가를 인터뷰해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를 더 접하고 싶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지기님들이 제안한 커버스토리 주제로 크게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생태’ ‘자살’ ‘육아’입니다. 세 키워드를 놓고 보니, ‘돌봄’이라는 키워드로 묶이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특히 ‘기후위기’는 세 분의 지기님이 언급하셨습니다. 금융회사를 다니는 부산의 김동길 지기님은 기업의 기후위기에 따른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에 관심을 갖고 계셨습니다. (지기님은 제게 청년 전세자금대출 관련 정보들을 주시하라고 조언을 주셨지요, 감사합니다.) 교회에서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청주 김인규 목사님과 인천서구 유승범 목사님도 녹색교회를 꾸려나가는 중이신데요. 유승범 목사님은 선교단체 간사인 아내분이 온라인으로 열리는 선교한국 대회에서 7월 22일 환경선교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선교의 개념이 변화하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또, 김해창원의 류기인 지기님은 복상이 소개하는 비기독교 서적도 눈여겨보고 있다며 다양한 책들을 소개해달라고 하셨지요. 한편, 직업군인인 사천의 이성철 지기님은 매달 보내드리는 잡지를 부대교회와 지역 선교단체, 지역교회에 보내고 계십니다.
종이잡지 구독이 ‘드문’ 일인 오늘날, 존재만으로 감사한 지기님들의 성함을 일일이 적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통화가 있습니다. 울산의 장경석 지기님은 지난 6월호에 실린 강구섭 교수와의 인터뷰 한 대목을 콕 짚어주셨지요. “사회현상과 상황에 대한 해석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정말 차원이 다른 지점이다. 많은 문제가 개인 혹은 집단의 이익, 이해관계에 촘촘히 엮여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적 이익을 개개인의 사적 이익과 최대한 부합하도록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길이 가장 현실적이다.”
제가 복상에 입사하고 나서 실질적으로 고민하고 염두에 두려는 지점이라 더 기억에 남습니다. 의문스러운 '지속가능한 발전' 아닌 '그린뉴딜' 정책, 차별금지법 제정 이슈와도 맞닿는 대목이지요. ‘옳은’ 말, ‘멋진’ 말이 아닌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적 상상력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안적 상상력. 성경이라는 고전 텍스트에 기댄 종교 잡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