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를 변경하려고요”

[374호 전화벨소리]

2021-12-31     이범진

날짜: 20211209
전화받은 사람: 이범진 편집장

최근 해외 독자들의 주소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1년 6개월 만에 미국·캐나다를 중심으로 국제우편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그사이 몇 분은 국내로 돌아오셨고, 대다수는 같은 곳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두세 분 정도가 “밀린 복상을 다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답을 주셨는데요. 그동안 이북(PDF)으로 받아보셨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책으로 받아보고 싶다고요. 국외 독자분들이 종종 한글로 된 월간지가 도착할 때의 기쁨을 표현해주시는데요. 화면으로 접하는 것과 책으로 접할 때의 의미가 확실히 다른가봅니다.

우편으로 발송되는 잡지이다 보니, 행정 업무 중에서도 주소 업데이트가 중요합니다. 사무실로 오는 전화의 절반이 독자들의 ‘주소 변경’ 요청이고요. 〈복음과상황〉을 받을 새 주소지를 알려주시면 그것을 적어, 독자 관리 DB에 옮깁니다. 주소 변경 업무는 아주 단순하지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사 준비만으로도 분주할 텐데, 이사 한 달 전에 주소 변경을 요청하는 독자도 더러 계십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이분에게는 복상을 받는 게 정말 큰 의미인가보다’ 하고 혼자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이사한 지 1년이 넘었음에도 예전 주소지로 우편물을 찾으러 가는 제 기준에서의 착각일 수 있습니다.)

두어 달 치가 반송이 되었는데도 못 받았는지 모르는 독자를 통해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가늠하기도 합니다. 이사하는 분들의 사연과 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한겨울 거처를 옮기는 일이 너무 고달프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각 우편함에 이 월간지가 반송이나 분실 없이 무사히 꽂혀,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분들께 힘을 드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