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376호 커버스토리]

2022-02-28     이희영

내가 성인 ADHD라고?

학부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여러 정신과적 장애를 접하면서 이것도 저것도 내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는데도 ADHD만큼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ADHD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성적이 낮고 수업 시간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마구 돌아다니면서 분위기를 훼방하여 선생님들의 골칫거리가 되는 아이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성적이 상위권이었고, 강박적일 정도로 원칙주의자이고, 수업 시간에 절대 돌아다니지 않고, 똑소리 나게 발표도 잘해서 선생님들과 어른들에게 예쁨을 받고 자랐던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랬기에 주변에서 성인 ADHD 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네가?’라고 의아해하면서도 그것이 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ADHD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것은 2년하고도 6개월 전이었다. 한 모임에서 밤새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ADHD 진단을 받은 두 명에게서 자연스레 ADHD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전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평생 자책하고 자책하다가 방법이 없어서 그냥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모습들과 겹쳤다. “그게 ADHD 증상이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그럼 안 그래요?”라고 놀라 물어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ADHD일 수도 있다고 자각하게 되었다. 돌아와서 곧바로 인터넷에 성인 ADHD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는 하지만 ADHD 증상이라는 것들이 죄다 그냥 곧 나의 모습이었다. 최근 유행하는 MBTI, Big5 성격검사, 애니어그램 등 나를 특정 분류 체계에 집어넣는 그 어떤 검사도 나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것 같지 않았는데(내 상태가 비일관적이어서 저런 성격검사 질문지에 답하는 것부터가 너무 어려웠다), ADHD의 특징을 설명한 목록을 보니 비로소 나를 찾은 것 같았다.

여성의 ADHD가 발견되기 어려운 이유

나의 ADHD 진단이 늦어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ADHD는 남자아이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여자아이의 ADHD 증상이 다르게 드러난다는 이해가 확산되면서 사실은 여성에게도 발병 비율이 비슷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남자아이의 경우 위험한 행동을 해도 이해받고 지지받는 반면 여자아이의 경우에는 억압받기 때문에 눈에 띄는 문제행동보다는 주로 관계나 집중력의 문제로 드러난다는 것이다.1) 여성을 위한 ADHD 자가검사 질문2)을 살펴보면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자리에서 계속 다른 행동을 한다든가 또래 관계나 기분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질문지를 보면서 나의 학창 시절을 돌아봤다. 내 교과서는 모든 페이지에 그림이 그려져 있고,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을 아직도 못 고쳤으며, 똑바로 앉아있기 어렵고, 다리를 떨고, 책을 읽다가 온갖 생각이 떠올라 한 페이지 읽는 게 너무 어려우며, 감정이 워낙 들쑥날쑥해 나 스스로도 5초 후의 나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또래와의 관계는 내 평생의 어려움으로 그로 인한 좌절감과 수치심이 내 평생 나를 갉아먹었는데, 그것도 사회적 신호에 약한 ADHD의 특성이었다.

내가 겪는 ADHD의 증상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ADHD는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고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해 생기는 장애이다. 도파민이 잘 분비되지 않으니 일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고, 도파민 분배를 도와줄 새로운 자극을 계속 찾아 헤매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없는 도파민을 억제하지 않기 위해 충동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아 충동을 억제하는 일이 어렵다. 외부의 자극에 선택적으로 집중할 수 없어서 작은 소리에도 쉽게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소리가 많은 곳에 가면 대화하는 상대방의 말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행동뿐 아니라 생각도 이리저리 튀어서 상대방으로서는 대화 흐름을 종잡기 어렵다. 상대방이 “이 소파 참 푹신하다!”라고 이야기해서 소파를 봤는데 그 소파에 튀어있는 갈색 자국이 보이는 순간 머릿속에 엊그제 먹었던 초코라떼가 떠오르고, 그 초코라떼를 먹었던 카페 풍경이 떠오르고 그 카페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오르는데, 그것이 불쾌한 이야기였다면 갑자기 화가 올라와서 “아 정말? 우와 진짜! 아 근데, 나 엊그제 누구 만났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니까?”라며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는 식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합당한 흐름이 있었기 때문에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대화하는 상대방은 참 당황스러울 것이다. 강의를 듣다가도 무언가 머리에 걸리는 순간 혼자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책을 읽다가도 온갖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서 한 페이지 넘어가는 게 너무나도 어렵다.

이렇게 그냥 혼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정신이 없어서 물건도 약속도 잘 까먹는다. 오래 알던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세부 특성이나 기념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정리 정돈도 너무 어려운 일이어서 너저분하다. 충동 억제가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 말을 자르고 끼어들기 일쑤이고 모터가 달린 듯 빠르고 장황하게 말한다. 게임이나 TV 같은 자극적인 것에 쉽게 중독되기도 한다. 시간개념이 없어서 지각이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으로 비난받으며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기 쉽다. ADHD가 있는 성인의 87% 정도가 우울증이나 강박증, 불안장애, 반사회적 성격장애 등 다른 동반장애를 갖고 있다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요구받고, 그 요구를 충족하지 못해서 비난받는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향한 자책감, 실수하는 것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 낙인으로 인한 세상 불신이 겹겹이 쌓인다. ADHD의 장점 중 하나가 회복탄력성인데 이 정도의 동반장애를 가진다는 걸 생각해보면 세상은 ADHD가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로또 추첨기 같은 사고를 하는 ADHD

하지만 ADHD 뇌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ADHD의 뇌 구조는 수렵 사회에서 매우 유리하다. 언제 어디서 사냥감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신경을 분산해야 하고 순간의 폭발적인 집중력과 에너지로 결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ADHD는 천부적인 재능이다. 시간의 흐름보다 사냥감의 등장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 최적화되어 있다.3) 하지만 농업 사회에서는 굶어 죽기 딱 좋은 뇌 구조이다. 내가 ADHD 뇌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준 이미지가 직선적 사고가 아니라 로또 추첨기 같은 사고를 한다는 말이었다. 시간과 순서의 개념에 약해 과거를 기억하거나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어떤 일을 순서대로 수행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서 로또 추첨기의 공처럼 튀어 다니면서 무작위적 연결을 일으킨다. 그래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발상을 하고, 문제가 꽉 막혀있을 때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여 해결하기도 한다. ADHD의 뇌는 본질적으로 슈퍼컴퓨터와 같다고 한다.4) 영국의 특수교사 제인 베클리는 ADHD 아동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일반적인 학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돌아가지만, 이 아이들(ADHD 아동)은 맥이다. 그들의 소프트웨어는 호환되지 않는다. 그들을 애플 소프트웨어에 넣으라. 그러면 그들은 날아다닐 것이다.”5)

ADHD의 뇌와 약물

즉, ADHD를 가진 뇌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약을 복용하고 있고, 약을 복용하면서 훨씬 적응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병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여전히 내가 ADHD라는 게 믿어지지 않아 ‘혹시 진단받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도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억제 능력이 하위 5%에 속한다는 검사지를 보며 충격과 함께, 사는 게 괜히 힘들었던 게 아니었다는 깨달음, 이제 이런 삶과는 굿바이하게 될 것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엄청났다. 나의 환경은 남들에 비해 불행한 것 같지 않은데도 그냥 이런 뭣 같은 세상에서 존재하는 일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이 하루를 버텨나가는 이유가 필요했던 내게 처음으로 ‘그냥 살아있으니까 사는 거지, 뭐’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다. 어떻게 다른 사람들은 세상이 이 모양 이 꼴로 돌아가도 당장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밖에 다른 변화로는, 책을 읽는데 별생각이 들지 않아서 열 페이지를 앉은자리에서 읽었다. 힘 조절이 돼서인지 충동 조절이 돼서인지 기타를 치는데 쇳소리가 나지 않았고, 카트라이더 게임을 할 때 벽에 잘 부딪히지 않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운전이 됐다. 화장하는데 눈두덩이에 마스카라를 묻히지 않았고, 이를 닦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경차를 끌고 다니면서 속도계에 집중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120-130km/h를 넘어가고, 허구한 날 과속카메라에 찍혀오곤 했는데 멍하게 운전하면서 속도를 준수하고 있었다. 이런 삶이 가능하다니. 그런데 한편으로는 (알고 보니 ADHD 특성으로 알려진) 나의 장점들이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창의적인 생각, 꽂히는 순간 무섭게 올라오는 추진력, 다른 사람 일도 내 일처럼 아파하고 분노할 수 있는 능력 등. ADHD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어졌다.

지금은 약을 여러 번 조정해보면서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았다. 사실 내가 기대했던 공부나 업무에 대한 효율성 상승은 그리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는 약효를 의외의 곳에서 많이 보았다. 이 정도면 분노조절장애인 것이 분명하다, 병원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런 감정적인 기복이 많이 누그러졌다. 비교적 낯선 이들과의 관계에서는 꾹 참아내지만 그렇게 참은 만큼 가까운 사람들과 있을 때는 감당할 수 없는 화를 폭발시키는 바람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꾸 상처를 주는 것이 큰 고통이었다. 약을 복용하면서 예전에는 왜 그렇게 화가 났던 건지 스스로 의문이 들 만큼 차분해졌다. 그동안 나의 기본적 감정 상태가 짜증 아니면 분노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정보를 접하면서, 내가 ADHD 때문에 발현되는 실수들을 만회하기 위해 공포와 두려움, 자기혐오와 분노로 촉진되는 아드레날린을 통해 고기능적 상태6)를 유지해왔다는 것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순간 감당할 수 없는 분노에 잡아먹히곤 했던 것이다. 약을 복용하면서 사람들과 차분하게 교류하고 그 교류에서 충만함을 느끼고,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날 선 상태를 유지했던 것이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지옥을 만들어왔음을 인지했다.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깨닫고 조금 더 편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경험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강박증도 많이 누그러졌다.

다시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내게 ADHD 약은 안경 같다. 내가 이 사회에 좀 더 적응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노래하고 가르치는 일이 주 업무인 나에게는 최악인 입과 목이 마르는 현상이나 피크타임이 지나면 몰려오는 기분 나쁜 나른함과 수면장애 같은 불편함도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적응적으로 살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불편함보다 훨씬 크기에 감수하고 먹고 있다. 병을 고치는 약과는 조금 다른데, 복용을 중단하면 나는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비-ADHD에 맞춰진 이 세상을 따라가기 위해 약을 먹는 것이다. 그게 억울하지는 않다. 두 상태를 넘나들며 훨씬 더 다채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매우 흥미롭고 재밌기도 하다. ADHD가 소수(국내 성인 ADHD의 유병률은 3-5%로 아동 ADHD가 지속되는 현상이다)를 차지하는 것에도 불만이 없다. 모두가 나 같으면 아무래도 세상은 좀 많이 정신이 없고 지구가 몇 번은 폭발했으리라.

생명체가 존속되기 위해 다양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신경다양성도 마찬가지이다. 인류가 모두 신경전형성을 갖고 있다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멸망할 것이라고 한다. 프린스턴 대학의 인류학자 애슐리 몬터규는 진화된 종에서 어른이 되어도 어린아이 같은 특성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ADHD의 뇌는 호기심·장난기·경외심·창의력·유연성·독창성·유머와 같은, 어른이 될수록 사라지는 어린아이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 ADHD의 뇌를 가진 존재가 있다는 것은 인류가 진화한 생명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는 것이다.7) 메롱 하고 있는 흑백사진으로 어린아이 같은 면모를 드러내는 아이슈타인의 사진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도 ADHD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학창 시절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대학교에서도 매번 친구의 노트를 빌렸고 주변에 많은 민폐를 끼쳤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ADHD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과다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일을 잘 끝내지 못했던 흔적들이 있다.

낙인이 아닌 하나의 정체성으로

ADHD 진단을 받기 전, 나는 나 자신과 많이 화해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ADHD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도 내 증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고 타인에게도 비교적 거리낌 없이 오픈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사건이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에 나가 세계시민교육 강사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번은 선생님들께 반 학생들이 집중도 잘하고 수업도 적극적으로 잘 따라와 줬다고 칭찬을 했다. 그랬더니 담임선생님이 “우리 애들이요? 그럴 리가 없는데. 우리 반에 ADHD 같은 애들 4명이나 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 순간 몸이 움찔했다. 웃으면서 “어머 정말요? 저도 ADHD인데”라는 말로 한 방 먹이고 싶었는데, 도무지 그 말이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았다.

동시에 내가 공동체를 마음껏 누려왔으며 그 덕분에 ADHD 진단을 낙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설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가족과 교회 공동체는 내가 ADHD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말에 오히려 너의 어려움의 원인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하고, ‘그래서 네가 힘들었구나’ 공감하고, 공감과 환희의 눈물을 함께 흘려줬다. 자기 눈에 맞춰 나를 평가하지 않고 한 사람의 존재로 대해준 이들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들 덕분에 내가 ADHD라는 사실에 대해 자책하지 않고 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훨씬 쉬웠으리라.

마지막으로 하나의 오해를 풀고 싶다. ADHD에 대해 어떤 이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또 어떤 이는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다고 하기도 한다. 내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떠올리면서 이 두 가지 입장을 종합해보면, 두 측면이 다 있는 것 같다. ADHD는 사회적 신호를 읽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그로 인해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오인하는 듯하다. 그러나 사실은 타인의 감정에 예민하고 쉽게 영향을 받는다. 눈치를 정말 많이 보는데 눈치가 없어서 미움을 받고 그 미움받음 때문에 눈치를 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무엇을 원하는 건지 또렷하게 설명하고 표현해주면 좋으련만, 우리나라처럼 눈치로 알아차려야 하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미궁에 빠진다. 게다가 ADHD는 무언가를 한 번 알려줘도 쉽게 까먹으니 서로 피곤하다. 내가 볼 때 ADHD는 일상 바보들이다. 동시에 일상을 챙길 에너지를 아껴서 독특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 일상 바보들을 조금 용납하고 인내해줄 필요가 있다. 그들의 존재가 당장은 낯설고 버거울 때도 많지만 함께하다 보면 새로운 활력소를 주는 이들이니까.

■ 주

1) 여성 ADHD, 발견 어려워 “더 위험해”, 〈한경뉴스〉.
2) Sari Solden, M.S., LMFT. [Self-Test] ADHD Symptoms in Women, 〈ADDITUDE〉.
3) Thom Hartmann, 《ADHD: A Hunter in a Farmer’s World》(Vermont: Healing Arts Press, 2019).
4) Dale Archer, 《ADHD Advantage》(New York: Avery, 2015).
5) 같은 책.
6) ADHD를 가지고 있지만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 수행 능력이 좋기 때문에 어린 시절 ADHD인 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ADHD는 주의가 산만해서 몇 분 만에 해낼 일도 몇 시간(심지어 몇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동기부여가 되면 고도의 몰입을 해낼 수 있기 때문에 남들에게 몇 시간이 걸릴 일도 순식간에 해결하기도 한다. 특히 어렸을 때는 높은 성취를 보이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과제 수행 단계가 점점 복잡해지기에 ADHD의 경우 압박감에 밀려 과제를 회피하게 된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얘가 머리가 좋아서 마음만 먹으면 잘 해내는데 게을러서 문제야”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내면화하면서 자신에 대한 자책감과 혐오감을 키운다. 도파민이 잘 나오지 않는 대신 아드레날린을 통해 일할 추진력을 얻는데, 이 아드레날린은 ‘분노의 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다. https://www.behavioralhealthflorida.com/blog/how-some-people-come-to-realize-they-have-adult-adhd/, https://www.additudemag.com/high-iq-and-adhd-high-functioning/
7) Thomas Armstrong, 《Neuro diversity》(Cambridge: Da Capo Press, 2010).


이희영
축제교회에서 전도사로, FLOW Ministry라는 찬양 사역 단체의 총무간사로, 아시아여성네트워크의 활동가로, 영어 학원의 강사로, 세계시민교육 강사로, 대학원생으로, 영상 2개에서 업데이트에 진전이 없는 여성신학 관련 유튜버로, 그 외에도 틈만 생기면 잡다한 일을 벌여놓고 수습 못해 허우적거리는 (ADHD로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여성이다. 다른 ADHD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꼼지락거리는 중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