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입양》 아름답거나 매끈하지 않은 입양의 실체 

[376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2-02-23     김다혜
모두의 입양 / 이설아 지음 / 생각비행 펴냄 / 15,000원

지난해 우리 사회를 분노로 들썩이게 했던, ‘정인이 사건’이라 불린 ‘양천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입양 단체에서는 ‘입양은 죄가 없고 사건의 본질은 학대’라는 논지로 성명서를 냈고, 이는 입양 생태계에서도 전폭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책은 묻는다. 한 아이의 죽음 앞에서, 입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현 입양 제도 성찰을 회피하는 태도가 과연 바람직한지.

이 책은 입양을 통해 만난 세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입양모이자 2015년 설립된 입양 사후 서비스 기관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대표인 크리스천 저자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입양이 “숭고한 사랑으로 타인을 품는 일시적 선행이 아니라 상처 입은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온전히 성장하고 치유가 일어날 때까지 함께 견디고 버텨 주는 지난한 과정”임을 보여주면서, 이러한 과정을 돕거나 저해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입양 문화 및 제도들을 비판하고 대안들을 살핀다.

입양 부모 관점에서 입양 문제를 다루는 책들은 지금껏 많이 나왔지만, 이 책의 차별성은 활동가이기도 한 저자가 주목한 (지금까지 조명되어온 입양 부모 관점이 아닌) 입양 당사자들 목소리다. 입양 자녀는 낳은 자녀와 다른 특수한 욕구들이 있다는 사실과, 그렇기에 낳은 자녀와 ‘똑같이’ 사랑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다르게’ 사랑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 생모의 삶과 마음이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로 배제되어 왔다는 점을 조명한다.

또한 2019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이 ‘모두’ 미혼모의 아이였다는 사실, 비혼 출산을 한 연예인 사유리의 가족 프로그램 출연을 반대했던 청와대 국민청원을 상기하며 우리 사회 가정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묻고, 힘주어 말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껏 아동을 더 나은 곳으로 ‘이동’하는데 국한된 형태의 아동 복지를 해왔다. … 더 나은 기회를 주면 아동이 더 행복해질 거라는 얕은 믿음이 사회에 깔려 있었다. … 아동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동의 뿌리인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