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상황

[377호 #복음과상황]

2022-03-31     복음과상황
@a_ram_bo_books

돈을 모아보자는 말. 대다수의 인생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명제를 기독교 독립 월간지의 제목으로 만나니 이리 신선할 수가 없었다. 돈을 벌어보자는 말이 아니어서 신선했을 수도 있겠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몇 안 되는 한국교회에서 들어왔던 돈에 대한 이야기는 대개 납작했다. 맘몬(이라 부르고 돈이라 읽는) 녀석은 언제나 예수님의 호적수였고, 청교도 정신에서 출발한 청빈론과 청부론은 재정 설교의 단골이었다. 절약과 축적의 상징인 청빈론과 노력과 성실의 아이콘인 청부론에 더불어 최근에는 왕의 재정론이 잠시 한국교회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복음과상황〉이 들려주는 돈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달랐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그러나 아직은 답을 찾을 수 없는, 그렇기에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하는 구체적인 조각들을 보여주었다.

공인중개사 박진영 씨의 커버스토리는 마음 한구석을 후벼 팠다. ‘돈으로는 못 가는 하나님 나라’와 ‘돈을 사랑하는 것은 일만 악의 뿌리’라는 말씀을 믿으며 자랐던 그는 여성 최초로 교회의 장로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가 마주한 현실은 어린 시절의 꿈과는 사뭇 달랐다. 그가 다니던 교회 내 정치 구조는 장로의 자격을 “그랜드피아노 같은 기물을 헌납”할 수 있는 능력에 두었고, 그가 던져진 세계는 끊임없이 현실적인 불안들을 자아냈다. 그가 돈을 공부하고 모으기 시작한 주된 이유는 여러 불안들 중에서도 질병이라는 불안에 있었다. 정용택 씨의 이야기도 박진영 씨의 이야기 못지않았다. 그는 소수의 특출난 몇을 제외하면, 노동소득으로 자본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는 공공연한 사실을 부와 자산화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었다. 성실과 노력을 자조적인 태도로 비판하고, 나태와 무기력을 블랙코미디의 흔한 소재로 삼는 MZ세대의 슬픔의 원천을 일면 엿보는 듯싶었다.

돈은 어렵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돈에 대해 일자무식해 신경을 끄고 살아가고 싶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먹고, 자고, 입고, 이웃의 기쁨과 아픔에 도움을 주고, 이 모든 것에 앞서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든 돈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돈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픈 나로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돈의 속성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보면서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희년소득’ 실험을 하는 활동가들의 행보가 있겠다. 이 활동가들은 “월급의 ‘10분의 1’을 모아서 ‘n분의 1’로 나누는” 실험을 하고 있다. 피기부자가 기부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존의 기부 구조의 약점을 아름답게 전복한 모델이었다. 이 실험은 현재까지도 성황리에 진행 중이라고 한다.

#20220222 #돈을모아보자#복음과상황

@a_ram_bo_books
2022월 02월 22일

※ 독자님께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IVP)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