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입 맞출 때》 외 7권

[382호 잠깐 독서]

2022-08-24     복음과상황

성서화와 성서에서 길어 올린 신앙과 삶의 의미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이 입 맞출 때 / 김학철 지음 / 비아 펴냄 / 17,000원

그리스도교 교양학자이자 신약학자인 김학철 교수가 쓴 신학 에세이.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부터 렘브란트의 〈도살된 소〉까지, 본문에 수록된 대가들의 성서화와 성서 텍스트를 넘나들며 삶에 관한 신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보론으로 ‘이미지와 종교, 종교적 시각 문해력 서론 – 선사시대부터 종교개혁까지’가 실렸다.

예수는 하느님의 마음, 곧 아파하는 그 마음으로 걸었다. 바람이 그물에 걸리지 않듯 불쌍히 여기는 그 마음은 인간이 만들어놓은 여러 이념과 편견, 경계를 알지 못한다. 원래 일체의 사랑이란 경계의 소멸로부터 시작한다. 예수는 걷고 걸으면서 무리를 불쌍히 여겼고, 불쌍히 여기는 그 마음을 회복하라고 사람들을 가르쳤다. 때로 그가 그 마음을 잃었을 때 사랑으로 자신을 낮추는 한 여인이 나타나 예수의 스승이 되어주었다. 우리의 배움은 하느님의 그 마음을 내 마음에 담는 마음공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211-212쪽)

외향적 교회 문화에서 나답게 존재하는 법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 애덤 맥휴 지음 / 강신덕 옮김 / IVP 펴냄 / 19,000원

교회에서 ‘이상적인’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외향인 성향에 가깝게 그려진다. 대화를 잘 나누고 새 신자를 환대하며 모임을 주도하는 이미지다. 내향적 그리스도인들은 스스로 충분히 신실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목회자인 저자는 자신처럼 내향성으로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넨다. 내향인과 외향인이 어우러지는 교회 문화도 제시한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구성원들 가운데 있는 내향적인 사람들의 능력을 활용함으로써 큰 유익을 얻는다. 그들의 사려 깊음, 영적 깊이, 긍휼, 삶의 느린 속도는 교회를 위한 영약靈藥이 되어 우리를 둘러싼 문화의 특징인 피상성과 실용주의와 떠들썩한 행위들에 대한 해독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말뿐 아니라 실천으로 서로를 귀하게 여길 때 교회 사역의 깊이와 교회의 증거의 폭은 넓어질 것이다. (297쪽)

성경을 제대로 읽기 위하여

신학자들과 성경 읽기 / 고든 피 외 5인 지음 / 김진우 옮김 / 터치북스 펴냄 / 20,000원

성경적으로 균형 잡힌 그리스도인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리젠트 칼리지의 교수진이 성경 해석 지침을 제시한다. 성경학자 고든 피와 엘머 딕의 성경 해석 방법론, 제임스 패커의 조직신학적 지침, 제임스 휴스턴의 경건을 위한 성경 읽기 가이드 등이 담겼다. 유진 피터슨이 서문을 썼다.

과거와 현재의 많은 성경 독자들은 한 구절이 다른 구절을 설명해 줄 때까지 본문을 깊이 묵상한 후 얻은 귀중한 교훈에 대해 증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교훈 또는 알아야 할 모든 것에 대해 그렇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나는 교회의 지속적인 신학하는 삶과 신학 자체로부터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본문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열여덟 살 때 파악하지 못한 것은 하나님은 자신이 성경에서 가르치시는 바를 독자적인 연구가 아니라 교회의 친교 중에 이뤄지는 지적인 의견교환을 통하여 배우도록 의도하신다는 사실이었다. 여기에는 설교, 독서, 논쟁, 토론 등이 포함된다. (92-93쪽)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는 예언자의 목소리

JPIC, 예언자의 세상 읽기 / 조현철 지음 / 생활성서 펴냄 / 14,000원

정의(Justice)와 평화(Peace), 창조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의 첫 글자를 딴 JPIC는 오늘날 ‘가톨릭 사회 교리’의 중심이다. JPIC와 관련한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 경제 불평등과 기후위기 등을 알려주는 구체적 지표를 살피면서 오늘날 세상 현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생태적 회심’을 촉구한다. 생태 위기, 지구 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하여 자신의 욕망이 아닌 창조주를 향해 시선을 두라고 말한다.

산업화 이후 세계적으로 부의 총량은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지만, 불평등과 각종 차별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창조 질서는 훼손되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능력주의’가 공정으로 행세합니다. 자유의 이름으로 실질적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산업 자본주의는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를 비롯하여 지구적, 지역적 차원의 생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상대적으로 책임이 적은 사회적 약자가 생태적 재난에 먼저 고통을 당하는 불의가 만연합니다. … 오늘의 현실은 창조 질서의 총체적 위기입니다. (92쪽)

영적 순례자로 살아가는 바이올린 장인의 묵상

울림 / 마틴 슐레스케 지음 /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펴냄 / 32,000원

명상 에세이 《가문비나무의 노래》로 수십만 독자에게 사랑을 받은 저자는 바이올린 장인이자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이 책은 그가 경험과 묵상에서 길어 올린 다채로운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모든 과정이 하나님이 빚어내는 인간의 삶과 어우러지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추구해야 할 신앙의 길이 무엇인지를 잠잠히 돌아보게 한다.

척박한 땅과 불리한 기후를 경험한 노래하는 나무는 우리의 소명과 비슷하다. 이런 나무들에게는 새로운 두 번째 삶이 주어진다. 바로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 나무들은 마이스터의 손에서 깎이고 다듬어져 결국 바이올린으로서 울리게 될 것이다. 새로운 삶은 영원성을 지닌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의 고통과 시련 가운데서 이미 시작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좋은 울림이 생겨날 수 있다. 시작은 줄기에서 경쾌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 소리는 찾는 마음을 상징한다. ‘노래하는 자’의 종소리 같은 울림이다. (37쪽)

건강한 ‘정보 식습관’을 위한 가이드북

지혜 피라미드 / 브렛 맥크라켄 지음 / 윤상필 옮김 / 성서유니온 펴냄 / 13,000원

지혜의 우선순위가 뒤집혀버린 정보 폭식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신뢰해야 할지 구분하지 못하는 인식론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책은 정보와 데이터로 표현되는 ‘사실들’을 극복하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떤 지식이 신뢰할 만하며 우리를 지혜롭게 하는지 분별하는 시각적 안내 자료를 제시한다.

참담하게도 우리의 지혜 피라미드는 거꾸로 서 있을 때가 많다. 맨 아래층, 즉 기초에 자리해야 할 하나님의 영원한 말씀이 제일 위층, 즉 가장 드물게 손대는 곳으로 밀려나 있다. 그 사이에 제일 위층, 가장 드물게 손대는 자리에 있어야 할 덧없는 인간의 말(예를 들어 소셜 미디어)이 도리어 기초를 잠식해 버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우리가 점점 미쳐 가는지 의아해 한다. 하지만 그런 우리를 위해 성경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자. 성경이란 보물은 묻어 감출 수 없다. 인류가 가장 신뢰할 만한 진리의 보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111-112쪽)

쫓겨나는 이들의 ‘곁’이 된 노래

함께 부르기 / 황푸하 지음 / 대장간 펴냄 / 20,000원

쫓겨나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거리에서 예배를 만들다 보니, 부를 노래를 짓게 되었다. 포크 음악가이자 목사인 저자가 쓴 57곡의 새로운 기독교 노래 악보들과 신앙 에세이로 채워졌다. 전체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는 큐알코드가 수록돼있다.

“주님의 몸입니다.” 이 신비를 설명하는 말들은 많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예식이 이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게 했다는 것이다. … 식탁은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에게 연대하고 있는가를 가리키는 공간이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많은 가게를 내쫓고 골목을 장악하려는 만선호프에 의해 그 자리에서 40년 넘게 장사한 을지OB베어가 쫓겨나게 되었다. 그 앞에서 나누는 우리의 성찬상은 만선호프의 수많은 식탁과 대조되었다. … 우리 주님께서는 쫓겨난 이들의 식탁에 자리하고 계셨다. 그의 몸이 여기에 있으니 나의 몸도 여기에 있어야만 한다. (162쪽)

만나는 이들을 동반자 삼는 선교 노하우

동반자 선교 보고서 / 한경균 지음 / 서로북스 펴냄 / 16,000원

인도·필리핀·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서 선교활동을 해온 저자가 ‘동반자 선교’를 배우고 실천한 과정을 소개하는 ‘선교 보고서’다. 그가 경험한 ‘동반자 선교’란 일방적 퍼주기식 선교나 규모를 자랑하는 선교가 아니라 지구촌에서 만나는 이들을 ‘친구’로 사귀고 그들의 ‘동반자’가 되는 선교이다. 이 책은 ‘동반자 선교’의 중요성과 실천 가능성을 아낌없이 나누며 독자들을 동반자 선교의 장으로 초청한다.

한국교회가 동반자 선교를 하려면 주는 자(Donor)의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인 선교사들을 둘러싼 유혹은 배우기보다는 가르치려는 것이고, 선교현장에서 조달가능한 자원을 활용하기보다는 한국으로부터 무언가를 끌어 와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사는 일이다. 한국의 후원교회로부터의 기대와 압박을 지혜롭게 견디면서도 진짜로 순종하고 협력해야 하는 대상은 현지교회의 지도자들이다. (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