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간 사이
[383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마감 중인 9월 14일, 20대 여성 역무원이 신당역 화장실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피의자는 3년간 그를 괴롭혀온 스토킹 범죄 가해자입니다. 여자 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 제가 겪었던 일들이 겹쳐졌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커버스토리 주제는 매달 달라지지만,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매번 만나는 기분입니다. 이번에는 우리 주변 동물들로 시선을 넓혔습니다. 동물을 둘러싼 사람들 반응은 다양합니다. ‘귀엽다’ ‘무섭다’ ‘신기하다’ ‘혐오스럽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동물을 보고 ‘슬프다’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화천 사육곰 농장에서 만났던 한 자원봉사자였지요. 다른 곳의 사육곰들에 비해 나은 환경에 처해있지만, 인간에 의해 비좁은 곳으로 내몰려 평생 갇혀 살아온 이 곰들이 행복할 수 있겠느냐는 의미였습니다.
이번 10월호는 동물을 사랑한 기독교 수호성인 프란치스코의 축일(10.4.)을 기다리면서 기획했습니다. 매우 영리한(!) 반려견의 시점에서 기독교 신앙과 동물의 연결점을 짚어보고(김진혁), 도요·물떼새와 생태계(습지), 그 속의 인간을 바라봅니다.(정한철) ‘인간 사회의 보편적 복지 문제도 갈피를 잡기 어려운데 왠 동물복지냐’는 목소리가 견고하게 들리는 듯하지만, 둘은 과연 떨어져 있는 문제일까요?(최태규) 어떻게 한데 어울려 살아갈 것인지 질문하며 읽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모두를위한기독교영화제’(모기영)의 ‘극장 언저리 모기수다’가 이번 호부터 연재됩니다. 프롤로그로 모기영 3인 프로그래머 인터뷰를 실었습니다.(인터뷰를 진행한 정민호 기자는 한 달간 안식월을 갖습니다.) 점점 보수화되는 교계에서 ‘모두’라는 키워드를 놓지 않는 노력에 응원의 마음을 보냅니다. 하지만 자원과 시간은 한정되어있고, 노력만큼의 성과가 보장되는 일도 아닙니다.(최선을 다했음에도 네 번째 커버스토리 필자 후보로 고려했던 여성 필진을 섭외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변화는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니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서로 격려하며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