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콘텐츠 만드는 뉴질랜드 한인 청년들

[385호 사람과 상황] 리커넥트 코리아 이송민·김인아·김경연·손수지

2022-11-30     이송민·김인아·김경연·손수지
왼쪽부터 리커넥트 이송민 대표와 김인아(크리에이티브), 김경연(행정), 손수지(미디어) 부대표. ⓒ복음과상황 이범진

‘불닭볶음면 북한 버전 먹방!’ ‘익숙한 듯 안 익숙한 북한 과자들!’. 호기심에 유튜브 영상을 눌러보았다. 한인 뉴질랜드 청년들이 북한을 방문해 찍어 올린 영상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갈 수 없지만 외국인은 여행할 수 있는 나라, 북한.1) 이 사실이 새삼스레 낯설게 다가왔다. 영상을 제작한 이들이 한인 뉴질랜드 청년들이기 때문일까. 이 청년들이 소속된 비영리단체 ‘리커넥트 코리아’는 한반도 이슈를 전달하는 대중 콘텐츠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단체는 ‘리커넥트 뉴질랜드’의 한국 지부로 2020년 3월 출발했다. 리커넥트 뉴질랜드는 디아스포라 정체성과 기독교 정신에 기반한 비영리단체로, 2016년 이송민 대표가 뉴질랜드 한인 청년들과 함께 시작했다. 분리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을 연결하고, 이들이 이웃과 사회, 나아가 하나님과 다시 연결되게 하자는 것이 미션이다. 구체적으로는 홈리스, 정신건강, 청년/청소년, 취약계층 어린이 등 현지인과 한인 모두를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이송민 씨와 김인아 씨는 북한에 있는 비정부기구들을 답사하기 위해 북한(라선)을 방문했고, 다음 해 2019년 평양과 개성을 방문해 북한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한국 지부를 세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뉴질랜드에서 두 사람이 보내오는 영상을 편집하던 손수지 씨와, 한국에서 이들을 알게 된 김경연 씨도 합류해 리커넥트 코리아를 세웠다. 2030세대의 청년 네 명은 북한 이슈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온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북한에서 찍은 영상과 함께 편집해 다큐멘터리 〈人(인)사이트: into the North Koreans〉(이하 ‘인사이트’)를 제작했다. 정치적 이념에서 벗어나 사람 대 사람, 문화 대 문화의 만남 측면에서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담아내고자 했다. 평양과 개성의 거리, 식당, 카페, 당구장 등 일상 공간에서 만난 주민들과, 꾸준히 북한 주민들과 관계를 맺어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전한다.

북한과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여러 갈래로 갈라진 오늘날, 북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이들이 무엇을 느꼈는지 알고 싶었다. 왜 뉴질랜드 한인 청년들이 북한 이슈에 관심을 갖는지도 궁금했다. 11월 8일 리커넥트 이송민 대표와 김경민·김인아·손수지 부대표를 복음과상황 회의실에서 만났다.

ⓒ복음과상황 이범진

- 뉴질랜드에서 온 청년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이송민: IMF 시기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부모님과 뉴질랜드로 이주한 때가 아홉 살이었는데, 한국이 마음 한편에 항상 남아있었어요. 20대 후반부터 한국을 종종 방문해 잠깐 일하기도 했고, 대학에서도 동아시아와 국제 정세에 대한 정치학 공부를 했죠. 미디어를 통해 북한을 접했지만 한국 정치나 역사를 배우면서 더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러다 부정적 시각으로 북한을 분석하는 한 과목을 공부하면서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과연 북한이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만큼 끔찍한 곳일까? 인권이 짓밟히고 사람들이 다 죽어간다는 얘기들이 너무 많은데, 서구의 관점일까 아니면 진실일까? 계속 관심을 이어오다가 우연한 기회로 북한에 가게 됐는데, 땅을 밟는 순간부터 모든 편견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어요. 다 알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이 나라를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경연: 저는 네 살 때부터 뉴질랜드에서 자랐어요. 교환학생 신분으로 대만에 머물기도 하고, 미국에서도 잠깐 일하다가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어요. 그러면서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된 것 같은데요. 동시에 한국을 향한 그리움이 있었고 북한에도 관심이 있었어요. 뉴질랜드는 다문화 국가이고, 고유문화와 전통, 모국어를 하는 사람들을 굉장히 존중해 주거든요. 자기 뿌리를 찾아가는 게 자유로운 분위기도 있고요. 뉴질랜드로 유학 온 북향민(북한이탈주민) 친구와 함께 살기도 했어요. 20대 때부터 북한에 관심 있는 뉴질랜드 한인 청년들과 가까워지기도 하고, 뉴질랜드에서 전문성을 갖고 북한을 왕래하면서 사업하는 분들, 북한 관광을 다녀온 분들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있었어요. 제가 직접적으로 뭔가를 할 기회는 없었는데 한국에서 만난 이 친구들이 북한을 다녀왔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북한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다시 갖게 되었죠.

손수지: 저는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북한에 아예 관심이 없었는데, 뉴질랜드에서 두 사람이 북한에서 찍어온 영상들을 편집하다가 호기심이 생겼어요. 영상 내용에 대화가 많았는데요. 저는 언어 때문에 많은 부분은 이해하지 못해 물어가면서 편집을 했어요.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 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죠. 집안에서는 무조건 한국말만 써야 하는 룰이 있었지만, 언어만 할 줄 알았지 한국 역사나 문화, 사회 이슈들은 접하지 못했거든요. 뉴질랜드 공교육은 아시안 역사를 가르치지 않고 인종차별도 존재해서 저도 아시아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던 것 같고요. 정체성도 혼란스러웠죠. 〈인사이트〉를 만들면서 다르게 생각해볼 기회를 얻은 거죠.

김인아: 다섯 살 때 뉴질랜드로 부모님과 이민을 갔다가 이십대 후반까지 그곳에서 자랐어요. 북한과 한국에 대해 어릴 때부터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았어요. 뉴질랜드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기억도 별로 없고 한국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런데 리커넥트 뉴질랜드에서 활동하면서 우리 단체의 정체성과 역할을 놓고 기도할 때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이 크게 다가왔어요. 그 정체성으로 우리가 뉴질랜드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리커넥트 뉴질랜드 활동 차원에서 유럽 여행을 갔는데요. 그곳 시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인식을 물어보는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독일 분단의 역사를 알게 됐어요. 디아스포라인으로서 분단 역사나 아픔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어떻게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그런 고민을 담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전엔 큰 관심이 없었는데, 북한을 두 차례 다녀오니까 한국은 내 정체성의 어떤 뿌리가 있는 곳이라는 점이 와닿더라고요. 분명 우리만의 역할이 있겠다 고 느꼈고, 한국과 북한에서 시간을 보내며 이곳에서 하나님이 하고 계신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희처럼 북한을 갈 수 있는 한인 디아스포라들이 〈인사이트〉를 보고 북한 사람들과 관계 맺는 상상을 해보고 그런 기회를 꿈꿔보면 좋겠어요.

〈인사이트〉 스틸컷

- 북한에 가셨을 때 뉴질랜드 한인 디아스포라, 재외동포로서 어떤 것들을 느끼셨나요.

송민: 북한에서 우리만이 가진 장점을 많이 보고 왔어요. 여전히 북한을 잘 모르거나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는 분이 많지만, 뉴질랜드는 민간 차원에서 오랫동안 북한에 구호 활동을 해온 역사가 있어요. 북한에서도 뉴질랜드 사람이 북한을 방문하는 데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고요. 평양도 그 안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하셨던 뉴질랜드 분을 통해 간 거였어요. 미국이나 중국 등 다른 나라보다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이 덜 치우친 뉴질랜드 교육을 받아온 게 큰 장점으로 작용하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뉴질랜드 1.5세나 2세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사는 한인 2세보다 한국말을 잘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는 점도 있죠. 여기에는 뉴질랜드 한인의 이민 역사가 다른 나라보다 짧아서인 측면도 있을 거예요.

인아: 라선을 방문했을 때는 처음 북한에 가는 것이다 보니 굉장히 조심스러웠어요. 성경 앱도 체크할까 봐 핸드폰도 가져가지 않았어요. 그때 방문했던 비정부기구에 소속된 분들이 잘 대해주시고 소통도 잘돼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죠. 평양에 갈 때는 디지털카메라 두 개를 갖고 갔어요. 같이 간 뉴질랜드 분과 오랫동안 신뢰 관계가 있는 지도원분이 북한을 안 좋게 혹은 가난하게 보이게 하려는 어떤 악의적 의도를 갖고 촬영하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했고, 사람들이 얼굴 찍히는 걸 싫어하니 장마당이나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밀집한 공공장소를 제외하곤 마음껏 찍으라고 하시더라고요.

- ‘사람들이 너무 자유로워 보여서 이곳이 내가 들었던 북한인가 싶었다’라는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았어요.

수지: 제 머릿속에 북한과 연결된 단어들은 ‘전쟁’ ‘핵’ ‘나쁜 나라’였어요. 〈인사이트〉를 만들고 나선 ‘사람’ ‘코리안’ ‘전통적인 문화’ ‘정’이 떠올라요. 인터뷰이들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 그분들이 만나고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북한 분들 이야기를 들려주셨거든요. 그분들 정서에 온전히 공감할 순 없었지만 헤아릴 수는 있었죠. 국가라는 거시적 차원에서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 혹은 미디어가 보여주는 정치적 문제를 제쳐두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북한 사람에 대한 인식이 좀 넓어졌던 것 같아요.

경연: 제작에 참여하면서 좀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들을 하게 됐어요. 북한은 막연히 가보고 싶고 궁금한 곳이었다가도, 탈북 과정 경험이나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북한이 무서운 곳으로도 느껴졌거든요. 그러다 북한을 직접 다녀오고 북한 사람들을 만난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시각에 조금 균형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양쪽 이야기를 접했으니 이제 직접 가서 볼 일만 남았다 싶죠.(웃음)

- 예상치 못하게 〈인사이트〉를 보면서 많이 웃게 되더라고요.

수지: 영화 속 북한 어린이들이 산에서 백인 성인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 보인 반응, 술 마시면서 노래하고 춤추는 흥 많은 아저씨들 모습, 북한 사람에게 생일 도시락을 받아 감격한 남한 분의 일화…. 그리고 눈이 높아서 연애를 못한다고 말하며 웃는 카페 직원분 이야기도 재밌었죠.(웃음) 저희가 주목한 지점은 ‘북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라는 질문, 그리고 ‘북한 사람을 그리자’는 것이었어요. 인터뷰이가 한 말 가운데 북한 사람들을 잘 담아낼 수 있는 말, 인터뷰이들이 북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을 때 느낀 감정에 포인트를 뒀어요.

- DMZ에서 한 북한 군인분과 친해지신 분도 있죠. 꽤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떠오르는 장면이었어요.

인아: 이성적인 그런 건 아니었어요.(웃음) 진짜 짧은 만남이었고요. 제가 자기 여동생 같고 가족 같다고 신기해하면서 이름과 사는 곳을 알려주더라고요. 같이 셀카도 찍고, 다음에 만날 때 인사하자고, 포옹하면서 헤어졌어요.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만남들은 하나하나가 다 너무 소중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일 확률이 높아 그렇죠. 라선에서도 그렇고 평양에서도 그렇고 사람들에게 정이 갔어요. 가슴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서인지 슬픈 마음도 들었고요.

9월 24일 복음과상황과 나들목네트워크 서로교회가 공동주관한 〈인사이트〉 다큐초청 상영회 현장. 리커넥트 코리아는 6월 4일 국내를 시작으로 독일, 키르기스스탄, 뉴질랜드, 브라질, 미국에서 학교, 사회적 기업, 교회, 시민 등을 대상으로 〈인사이트〉 상영회를 진행했으며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복음과상황 김다혜

- 북한 주민들에게 ‘그리움’을 느꼈다고 말하는 장면도 있었는데요.

송민: 북한 주민들을 보자마자 ‘너무 보고 싶었다’ ‘그리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한테 그런 감정이 든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죠. 원래 눈물이 없고 이성적인 편인데,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라고요. 그 이유를 찾아가고 싶었어요. 〈인사이트〉에 출연하는 다른 분들을 만나면서 이분들이 저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지 궁금했어요. 제가 북한에 대한 마음이 그만큼 커서, 혹은 기다려왔던 만남이었기에 간절함이나 애틋함이 있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긴 해요.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갔을 때 그곳 사람들한테 그리웠다고 눈물 흘리지 않았거든요. 한국 와서도 그러지 않았고요.

저희 같은 경우 한국인도 아니고 뉴질랜드인도 아니고 한국계 뉴질랜드인이죠. 국가에 속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영향을 준 문화들이 우리를 형성한다고 느껴요. 북한에 갔는데, 이 그리움이란 감정이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든 거죠. 우리에게 뿌리인 국가가 존재하나? 한국과 북한이 생각보다 내 안에 크게 자리하고 있었나? 한편으론, 민족성보다는 〈인사이트〉에 출연한 엘로디가 말한 것처럼 ‘사랑’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로저 셰퍼트 Hike Korea 대표. (이하 사진: 〈인사이트〉 스틸컷)

-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 눈에 띄더라고요. 프랑스인이자 한국에 사는 방송인인 엘로디가 북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로 한국에 대한 사랑을 꼽는 장면을 보고 조금 신기했어요.

경연: 이전에 TV 프로그램 〈샘 해밍턴의 페이스北〉에서 봤던 게 기억나서,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엘로디를 섭외했어요. 인터뷰이 중 중년 세대와 남성 비율이 높아 더 다양한 문화에서 자란 사람, 특히 젊은 여성의 시각이 필요할 것 같았죠. 출연하신 분들은 북한과의 문화 교류와 왕래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방향성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송민: 뉴질랜드인 로저 셰퍼드(남북문화교류 운영, Hike Korea 대표)는 뉴질랜드가 중립국으로서 외교적 중간다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분은 남한과 북한의 산들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평화를 이뤄가고 싶어 하는데, 그림도 그리는 분이라 북한 작가들 작품을 한국이나 뉴질랜드에서 전시하는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계세요. 미국인인 조이 윤(선양하나 부대표)은 10년 동안 평양에서 소아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지원하신 분이예요. 각자가 자라온 배경에 따라 한반도 평화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태도가 세부적으로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큰 틀에서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민간 치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는 분들이죠.

- 한국 사회는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 차이가 커요. 대북지원단체와 북한인권단체 사이의 견해 차이도 있고요.

송민: 특히 어른 세대는 분단 현실들을 와닿게 경험하셔서 좀 더 명확하게 갈라진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젊은 세대는 그런 게 덜하다 보니 소통에 더 찬스가 있지 않을까 싶고요. 북한 인권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만든 경험이 있어요. 리커넥트 뉴질랜드, 북한에 관심 있는 다른 청년들, 목사님 한 분이 교회를 빌려서 북한 토크 콘서트를 열었거든요. 그런데 저희와 다른 루트로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 북향민 학생들과 특수교사들도 뉴질랜드를 방문한 시기였어요. 원래 저희들만 이야기하는 자리였는데, 균형 있게 그분들 이야기도 같이 전달하고 싶었어요. 북한에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된 분들을 알게 된 시기였는데, 한반도 평화라는 같은 주제에서 입장이 많이 갈라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각자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여기는 분위기도 보였고요. 저희도 ‘북한에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들어가는 사람들은 좋은 것만 보고 오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고, 같이 했을 때 시스템적으로 서로 안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부분도 실제로 있어요. 예를 들어 북한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북한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기란 어렵죠.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연합해서, 사람들한테 한쪽 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반도의 다양한 면면들을 보여주고 싶어요. 한반도 평화, 통일, 북한과 관련해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 간 소통이 일반 대중들에게 계속 소개되었으면 좋겠고요. 누가 틀린 게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해 보였어요. 그러려면 결국 계속 만나는 게 중요하겠죠. 각자가 이렇게 다르고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더라도요.

벤 토레이 삼수령 센터 대표

- 소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언어 문제이기도 할 텐데요. 등장하는 북한 주민의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진 않으셨나요?

경연: 한국어와 영어, 북한어 번역을 한 경험이 있는데, 지방 사투리는 좀 어려웠겠지만 평양 쪽은 그렇지 않았어요. 개인적으로 북한 말이 한국어보다 알아듣기 쉬운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인사이트〉에 나오는 벤 토레이 예수원 신부님(네 번째 강 프로젝트·삼수령 훈련센터 대표)은 사회언어학에 관심 있는 분인데, 남한에서 자란 사람보다 서양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이 북한 사람과 소통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하셨어요. 북한 사람들은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이죠. 무척 공감이 가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저희 같은 디아스포라들에게 중요한 역할이 있다고 하셨어요.

- 북한이 어릴 적 봤던 남한의 모습 같다고 하시면서도 ‘우리는 하나인가, 라는 의문점이 있다’는 내레이션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반도 평화 관점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송민: ‘우리는 하나인가? 하나여야 하나?’라는 질문은 저도 계속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풍경이 비슷하고, 먹는 음식도 비슷하고, 언어도 그렇고, 역사적으로 한 나라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하나인가, 라는 질문 앞에서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것 같아요. 한국의 전반적인 교육과 사회 분위기가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고민해봐야 하고, 오랜 시간 분단되어 있으면서 통일이라는 주제와 거리가 멀어진 젊은 세대에 ‘우리는 하나’라는 인식이 과연 성립이 될지도 모르겠고요.

인아: 시대적·상황적으로 ‘한민족’이라거나, 민족성에 기반하여 ‘통일’ ‘한반도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여요. 관계의 회복, 화해에 더 중점을 둬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우선 사람과 사람이 더 자주 만나고 교제해야겠죠.

ⓒ복음과상황 이범진

- 진영 논리와 이념 갈등의 역사가 뿌리 깊은 한국에서 ‘화해’ ‘평화’라는 단어는 참 멀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북한 이슈를 마주하면 진지해지고 무거워져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고요. 리커넥트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는 가볍고 재밌는 영상들이 올라와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인아: 만약 북한에 다시 들어가게 되면 그곳 청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예능을 찍어보고 싶어요. 리커넥트 코리아는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계획인데, 타겟 층은 저희와 같은 2030세대거든요. 너무 무겁고 진지하게만 하면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송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 ‘문제’가 아니라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듯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들이었으면 해요. 그러려면 재미와 즐거움의 요소가 중요하죠. 한국에서는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니까 대리만족할 수 있고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다른 나라 사람들은 북한으로 여행도 갈 수 있나 보네’ ‘북한 음식 먹방도 찍을 수 있나 보네’ 이렇게 관심을 끌도록요.

■ 주

1) 2017년도부터 미국인도 북한여행이 금지됐기에, 한국인이어도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국적을 갖고 있으면 방문이 가능하다. 단 북한 가이드의 안내를 받는 단체여행만 할 수 있다. 일정에 자유 시간이 주어지기도 하지만 완전한 자유 여행은 불가능하다.


진행 김다혜 기자 daaekim@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