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가 나의 교구입니다”

[387호 묵상 스케치 - 개혁신앙의 뿌리]

2023-01-31     이근복·박경수

웨슬리를 이야기할 때면 으레 등장하는 표어 ‘온 세계가 나의 교구입니다’는 그가 회심한 후 1739년 3월 28일에 쓴 편지에 나오는 표현이다. “나는 온 세계를 나의 교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구원의 복음을 즐겨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전도한다는 것은 바른 일이며, 또 나의 고귀한 책임이기 때문에 어떤 곳이든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위해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셨고, 나에게 이러한 은혜를 주셨다고 믿습니다.” 이후 그는 자신의 표현 그대로 세계에 복음을 전하려는 듯 순회 설교자로 살았다. 평생 약 25만 마일(40만 킬로미터) 을 여행했다고 전해진다.

〔그림1〕 존 웨슬리는 말을 타고 사방으로 복음을 전하러 다녔다.

〔그림1〕은 1739년 5월 9일 영국 브리스틀에 세워진 최초의 감리교회 ‘뉴룸’(New Room)에 있는 존 웨슬리 기마상이다. 브리스틀은 1740년대와 1750년대 존 웨슬리의 복음 사역 근거지였다. 실제로 그는 말을 타고 사방으로 복음을 전하러 다녔다. 어떤 때는 말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다. 환갑을 넘긴 1765년 12월 18일에 쓴 일기에는 “말을 타고 시내를 가고 있는데 말이 넘어지면서 그만 내 발이 말 아래 깔리게 되었다. 어떤 신사가 뛰어나와 나를 도와 꺼내 주었다. 오른팔과 가슴과 발과 발목에 심한 타박상을 입어 매우 많이 부었다”라고 적혀있다.

일흔을 넘긴 웨슬리가 소개하는 건강 비법은 흥미롭다. 그는 1774년 6월 28일 일기에서 말한다. “오늘은 내 생일이며, 72세를 맞는 첫 번째 날이다. 어떻게 내가 30년 전과 같은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봤다. 오히려 그때보다도 시력이 상당히 좋아졌고 신경도 강해졌다. 좋은 방법이 있다면, 첫째는 50년 동안 계속해서 새벽 4시에 기상한 일, 둘째는 대체로 아침 5시에 설교한 일인데 이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건강법이다. 그리고 셋째는 바다와 육지로 적어도 1년에 4,500마일(7,250킬로미터) 이상 선교 여행한 일이다.” 말을 타고 온 땅을 누비며 복음을 전하는 그 모습은 우리에게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존 웨슬리 채플’이라 불리는 뉴룸은 영국 성공회 특유의 화려한 치장과 달리 소박한 단아함이 돋보이는 건물이다. 뉴룸에는 창문이 없다. 당시만 해도 성공회의 박해가 심해 창문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신 천장과 설교단 뒤편 채광창을 통해 빛이 자연스레 들어와 내부가 그리 어둡지 않다. 뉴룸 앞쪽에서 존 웨슬리 기마상을 볼 수 있다면, 뒤쪽에서 손 들고 복음을 전하는 동생 찰스 웨슬리 입상과 만날 수 있다.

〔그림2〕 웨슬리의 런던 선교 본거지였던 이곳은 그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방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소다.

〔그림2〕는 런던 시티 로드 49번지에 위치한 ‘웨슬리 채플’이다. 웨슬리의 런던 선교 본거지였던 이곳은 그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방문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장소다. 이전에 ‘파운드리 채플’(Foundry Chapel)이라 불리던 것을 1778년 새롭게 건축했고, 1779년 이곳에서 영국 감리교회 최초의 연회가 개최되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한 손에 성경을 들고 다른 손은 벌려서 앞으로 내밀며 축복하는 듯한 웨슬리 동상이 보인다. 동상 받침대에는 ‘온 세계가 나의 교구입니다’라는 좌우명이 새겨졌다.

웨슬리 채플 내부로 들어서면 성경과 웨슬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19개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예배당 분위기를 연출한다. 2층 회랑에는 만국기가 걸렸다. 설교단 뒤편에는 판이 3개 있는데, 좌우 판에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가장 큰 계명이 나뉘어 기록되었다. 하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라’, 다른 하나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중앙 판에는 사도신경이 있다. 웨슬리 채플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에는 ‘파운드리 채플’이, 오른쪽에는 4층 건물 ‘웨슬리 하우스’가 있어 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웨슬리 채플 지하에는 1984년 개관한 ‘감리교 박물관’이 있다. 채플 뒷마당에는 웨슬리 무덤이 있고, 채플 길 건너편 ‘번힐필드’에는 어머니 수산나 무덤이 있다. 존 웨슬리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 “가장 좋은 것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이다”는, 그가 어떻게 이토록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 ‘묵상 스케치 - 개혁신앙의 뿌리’는 이번 회로 연재를 마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지면을 빛내주신 필자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림 이근복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원장.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했다.

박경수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장.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교회사로 석사학위(Th.M.)를, 클레어몬트 대학원에서 종교개혁사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저서로 《종교개혁, 그 현장을 가다》 《인물로 보는 종교개혁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