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기사의 일일

[387호 커버스토리]

2023-01-31     성찬

새벽 3시. 김석구(가명, 48)는 10년 경력 서울 시내버스 기사다. 서울 시내버스는 1일 2교대로 1주일씩 오전반과 오후반을 번갈아가며 근무한다. 30년 이상 근무한 선임들 앞에서 할 소리는 아니지만, 새벽잠을 설치고 나오는 아침은 피곤하기 일쑤다.

몇몇 선임은 매주 ‘시차 적응’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어떤 주는 새벽 3시에 잤다가, 어떤 주는 새벽 3시에 일어나니까 그럴 만도 하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시도에서는 1일 2교대를 보편화했지만, 아직 이를 시행하지 않는 경기도 지역은 격일제 근무다. 하루 18시간 운전을 하고 다음 날 쉬는 시스템이다. 운행 10시간이 넘어가면 눈꺼풀이 감기면서 졸음운전을 할 수밖에 없다. 누적된 피로가 버스 안전사고로 이어지진 않을까. ‘오늘도 무사히’를 조용히 외쳐 볼 뿐이다.

새벽 4시. 회사에 도착한 석구가 현금통을 달고, 버스 내외부를 점검한다. 음주 측정 후 시동을 켜고 운행 시작. 새벽에도 승객들이 제법 많다. 아니, 꽉 찰 정도다. 멀리서 버스전용차로 정류장에 서있는 승객들 실루엣이 보인다. 앞문을 열자마자 서로 타겠다고 밀치는 광경은 많이 사라졌지만, 자리에 앉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다.

새벽, 만원버스. (사진: 필자 제공)

문을 닫으려는 순간, 저 멀리서 한 승객이 뛰어온다. 차도로 뛰어온다. 버스 앞을 막아서라도 타야겠다는 심산이다. 그 뒤로 무단횡단하며 뛰는 승객도 있다. 이런 혼잡한 정류장에는 4-5대의 버스가 늘어서있기 마련. 바쁜 와중에 버스까지 승차하러 와주면 얼마나 고마운 승객인지. 휴대폰 보느라 가만히 서있다가 버스 지나갈 때 손 흔드는 승객은 미움의 대상이다.

무단횡단자를 보며 석구는 얼마 전 무단횡단하다가 덤프트럭 바퀴에 깔린 버스 승객 이야기를 떠올렸다. 한 아주머니가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에서 내린 후,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임에도 양손에 짐을 들고 앞만 보고 걷다가 시속 60킬로미터 덤프트럭에 치였다고. 바퀴만 12개인 25톤 덤프트럭에 깔린 것이다. 석구는 그 장면을 보진 못했지만, 사후 수습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차도에 구급차와 경찰차가 가림막을 치고 현장을 보존하는 상황을. 버스 회사에 입사하면 무단횡단으로 사망한 사람 이야기는 숱하게 듣는다.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좌우를 살피지 않는다. 앞만 보고 간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가는 줄도 모르고.

석구는 멀리서 뛰어오는 사람을 위해 사이드브레이크를 다시 채운다. 그를 위해 승객들의 아까운 시간을 소모했다. 그는 승차하면서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 왕복 정류장이 50여 개 되니 이런 승객을 10번만 만나도 몇 분은 족히 증발해버린다. 석구는 속으로 외친다. ‘아! 이번 신호 놓치면 2분 버리는 건데….’ 석구는 왕복 4차로 사거리에서 신호등에 걸렸다. 다음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린 승객이 승차하며 한마디한다. “앞차 간 지가 언제인데 왜 배차 간격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다니는 거야!” 매무새 좋은 노인이 승차하며 대뜸 반말로 언성을 높인다. 석구는 흠칫 놀랐지만, 눈인사로 미안하다고 표현하며 버스 단말기를 본다. 앞차와의 간격이 4분에서 6분으로 벌어졌다. 조급해진다.

석구를 포함한 시내버스 기사들은 자기 노선에서 만나는 모든 신호등 패턴을 외우고 있다. 석구도 입사하자마자 제일 먼저 들은 말이, ‘신호등을 빨리 외우라’는 주문이었다. 신호등을 외워야 간격을 제대로 맞출 수 있다. 신입 때 배차 간격 4분이 20분으로 늘어나는 일은 부지기수다. 수습 기간(3개월)에 이렇게나 간격이 벌어져 사고가 발생, 해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력 2년을 넘어가면 대체로 버스 기사는 ‘기계적 노동자’가 된다. 슈퍼을이라 할 만한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지만 모든 도로 상황을 외우고 움직이는 ‘운전 기계’인 셈이다. 신호까지 외우니 더욱 그러하다. 어느 지점에서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는지, 브레이크는 어느 정도로 놓아야 하는지, 어느 차선에서 넘어가야 하는지, 어느 지점에 택시가 많이 정차하는지 등을 고려하여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움직인다. 그러므로 잔잔한 호숫가에 돌을 던지듯 생각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간격은 벌어지고 마음은 조급해지며 사고 발생률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이다.

‘시간 도둑질’을 한 승객은 마스크도 내렸다. 감염법 위반이다. 석구는 이러한 승객을 하루에 10명 이상 만난다. 서울 시내버스 기사가 18,000명 정도니까 보수적으로 집계해도 하루 10만 명쯤 되지 않을까. 이는 매일 열 번 이상 조급해진다는 말도 된다.

석구의 버스가 10여 정류장을 지나며 중앙버스전용차로에서 나와 일반도로로 진입했다. 일반도로의 버스 정류장에는 불법 주차된 차들 때문에 정류장 앞 연석과 50센티미터 간격을 맞출 수 없다. 비상등을 켜고 승하차를 할 수밖에. 이때 장애인이라도 있으면 아무리 저상버스라 해도 휠체어를 태울 수 없다. 뒤에 밀린 차들은 버스에 대고 욕을 한다. 불법 주정차에 화살을 돌려야 함에도.

석구는 불법 주정차된 차들 때문에 버스를 45도로 회전하여 정류장에 진입하느라 우측 사이드미러가 정류장에서 대기하던 승객들 머리를 칠 뻔했다. 버스 사이드미러는 15-20센티미터나 튀어나와 있으므로 버스 차고지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 중 하나다. 이를 감지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승객 머리에 충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정류장에서 시속 20킬로미터 이하로 서행한다고 해도 부딪히면 충격이 크다. 석구는 이렇게 버스가 사선으로 정류장에 진입할 때 항상 조심한다. 과거에 비나 눈이 올 때, 정류장과 차도 사이에 칠해진 노란 실선(혹은 흰색 점선)에 버스가 미끄러져 승객을 가해할 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정거장 더 가니 버스 정류장에 택시가 정차해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잡았나 보다. ‘왜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잡느냐!’라고 외치고 싶다. 석구는 택시에 젊은 청년이 승차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다린다. 택시를 추월하여 승객들을 승하차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버스가 정류장과 사선으로 정차하게 되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 오토바이나 자전거가 버스 우측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경우다. 택시는 어김없이 미안하다는 표시의 비상등은 고사하고,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고 달려나간다. 정류장에 제때 진입하지 못해 1분 이상 소비했다. ‘시간 도둑 택시’다.

석구는 승객을 태우고 문을 닫고 출발하려는 찰나,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았다. 좌측에서 갑자기 버스 앞으로 끼어들어 우회전하는 승용차 때문이다. 승객이 많아 전도(顚倒)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이런 경우가 너무 많아 놀랍지도 않다. 그러나 승객들은 놀랐다. 입석 승객이 1-2명 있었다면 누군가는 전도 사고를 당했으리라.

석구는 버스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한 선배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버스의 거울은 최소 9개나 되는데 정류장 진출입할 때는 무조건 봐야 하고, 출발할 때는 좌우측 거울을 2-3회 번갈아가며 반복 체크해야 한다. 버스를 건드릴 만한 개미 새끼 하나라도 체크해야 한다. 대신 좌측에서 버스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어 사고가 났을 때 버스 과실은 0%다.1) 더불어 그 운전자는 승객 부상 정도에 따라 면허 취소는 물론 구속될 수도 있다.”

석구는 2019년 12월 경남 진주 시내버스에 탄 여고생이 갑자기 끼어드는 승합차 때문에 넘어져 버스 현금통에 목뼈가 골절되어 전신마비로 아직 병원에 있다는 뉴스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 운전자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1년간 벌점 121점 이상이면 면허가 취소된다. 사망 1명=90점, 중상 1명=15점, 경상 1명=5점, 부상 신고 1명=2점이다. 버스 앞에 끼어들 생각을 하는 운전자는, 부디 버스에 아무도 타지 않았길 기도해야 한다.

회차 지점을 2시간 정도 지난 석구는 허리에 압박을 느낀다. 버스 기사들에게 가장 큰 지병 중 하나가 허리 디스크다. 목 디스크, 어깨 관절염, 안과 질환, 호흡기 질환, 심지어 당뇨나 고혈압을 앓는 기사들도 많다. 그래서일까. 버스 회사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대체로 채식이다. 회사별로 큰 격차를 보이지만 석구 회사에서는 지난 두 달간 고기가 나오지 않았다. 콩나물무침, 고사리, 김치찌개, 뭇국, 두부 등으로 1주일간 번갈아가며 채워진다. 매주 메뉴가 같다. 외부에서 식사할 수 없는 시스템적 상황 때문인지 밥을 굶는 버스 기사들도 많다. 어린이집 부실 식단, 군대 부실 식단보다 못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서울시에서 매년 버스 회사를 상대로 하는 평가 항목에 ‘식단’을 포함했다.

굶는 것은 본인 자유지만, 결국 승객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버스 기사 쇼크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몇 해 전 운행 중 쇼크로 인해 버스가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버스 기사는 사고 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원인은 과로사였지만 남 얘기가 아니라고 석구는 생각했다.

석구는 운행 3시간을 넘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승객의 사고도 사고지만, 기사들이 먼저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이 개정된 이후 2시간 이상 운행 시 15분 휴식을 지키긴 하지만 매우 짧다. 점심시간과 가스 충전 시간 포함하여 휴식 시간이 30분인 경우도 있다. 4시간 이상 운행 시 30분 휴식을 갖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3시간 50분 운행하고 와도 15분 휴식이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위 사례는 모두 필자 본인과 동료 기사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다. 하루에 일어난 일들은 아니지만, 대체로 2-3일에 한 번씩 발생한다.

승객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버스 사고는 버스 기사의 조급함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음을 느긋하게 먹을 수 없음을 위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모든 신호를 꿰뚫고 있어도, 피치 못하거나 부득이한 상황을 매일 만난다. 무질서, 무개념 승객들도 한몫한다.

간격이 벌어지면 기사는 회사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한다. 매월 정시성을 이유로 간격이 벌어지거나 뒤차를 배려하지 않고 앞차와 붙어 운행한 버스 기사를 공지하며, 징계를 내린다. 이쯤 되면 시간 도둑은 버스 기사에게 매우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갑자기 차도 공사가 발생하거나, 교통사고, 천재지변으로 인한 교통 체증은 징계 사유가 아니다.

승객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도 사고가 가장 잦다. 많은 사람이 타는 버스에서 발생하는 사고 중 단연 독보적이다. 버스 내부가 혼잡하면 전도 사고율이 오히려 낮다. 차도에 차가 많아 급브레이크라도 밟게 되면 발생하곤 한다. 승객들의 넘어짐 사고는 가장 자주 발생하는 만큼 보험 사기도 많다. 최근 이런 보험 사기가 극성이라 버스 기사에게 무죄판결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전도 사고와는 별도로 급브레이크로 인한 버스 내 기물과의 접촉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대체로 가벼운 사고로 여겨지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오랜 기간 치료받는 승객들도 있다.

둘째, 대인 사고다. 무단횡단자를 버스로 친다거나, 닫히는 문에 손이 끼이는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하차 후 버스 카드를 태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을 쭉 뻗어 닫히는 문에 끼이는 사고, 문을 닫고 출발하는 차를 손으로 두드리다 넘어지는 사고도 이에 속한다.

승객뿐 아니라, 차도의 일반 차들도 버스에 위해를 가해선 안 된다. 버스는 승용차 탑승객보다 훨씬 많은 승객을 태우고 운행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기에, 버스 근처에서 위험한 운행이나 주정차, 끼어들기는 금지다. 방향지시등만 켜도 사고율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사고들이 발생하는데, 이 많은 버스 사고의 가장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정시성’에 있다. 중앙버스차로는 왜 만들어졌을까? 지하철처럼 ‘정시’에 도착하고 ‘정시’에 출발하자고 만들었다. 배차 간격이 5분이면 3시간 내내 4-6분의 버스 간격에 맞춰 다니라는 계시로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 그 덕에 시민들은 OECD 국가 중에 국민소득 대비 저렴한 대중교통비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가.

버스 기사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버스 간격이 벌어지는 것이다. 즉, 정시성이 사라진 운행이다. 앞차가 멀리 벌어져서 가거나 뒤차가 바싹 붙어오게 되면 버스 기사는 불안해진다.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운다. 이때 사고 발생률은 급격히 상승한다. 실제 사고 발생 원인 중 열에 아홉은 조급한 운행이다. 그러니 시민 스스로 ‘정시성 해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버스를 이용할 때 항상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마음을 품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와 함께 이용하는데, 타인의 시간을 함부로 소모하면 되는가.

버스 회사나 서울시에서나 천천히 운행하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늦게 도착하면 휴식 시간이 부족해지고, 해당 승객들도 목적지에 정시에 도착하지 못한다. 그래서 앞서 승객이나 일반 차들을 향해 시간 도둑질을 하지 말자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무질서한 승객들 사례를 보면 더욱 실감 날 것이다.

▷하차하자마자 뒷바퀴에 자신의 발을 끼워놓고 팔짱 끼고 기다리는 승객(TV 뉴스 보도) ▷기사가 정차 후 일어나라고 2회 안내했음에도 기어이 휴대폰 통화를 하면서 손잡이를 잡지 않고 일어서 발목 골절당한 후 기사에게 치료비 보상을 요구하는 승객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음에도, 출퇴근 시간이라 붐비는 버스를 보면서도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는 승객 ▷휴대폰을 보며 승차하다 발을 헛디뎌 시간 보내는 승객 ▷휴대폰을 보다가 정류장 놓칠 찰나 뒷문 닫힐 때 내린다고 일어서서 나오는 승객 ▷하차 벨 누르지 않고 서있다가 왜 안 세워주냐고 소리치는 승객 ▷성인이면서 미안하다 말없이 1천 원 지불하는 승객 ▷버스 안에서 손톱 깎는 승객 ▷버스 안에서 고구마 혹은 밤 까먹고 껍질 그대로 바닥에 버리는 승객 ▷종이, 비닐 조각 등 쓰레기를 버스 의자 사이에 끼워놓는 승객 ▷마스크 내리고 잠자는 승객 ▷버스에 거스름돈 없다는 걸 알면서도 1만 원 내는 승객 ▷캐리어 3개 끌며 승차하는 승객 ▷버스가 출발해서 속력을 내는데, 차도로 뛰어오면서 앞을 가로막는 승객….

모두 시간 도둑들이다. 이들은 정시성을 해쳐 제때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게 만든다. 버스를 이용한다면 타인을 생각하여 신속히 움직여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 집중해서 자신이 타고 내릴 위치를 파악하고 행동해야 한다.

‘신속한 행동’은 버스 이용객에겐 필수다. 이런 행위들이 보이면 버스 기사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고 출발하지 않는다. 물 흐르듯 버스들이 이어져야 하는데, 뒤차들이 줄줄이 붙게 된다. 그만큼 앞차와 간격이 벌어진다.

버스 안전을 위한 제안

필자는 ‘버스 안전’을 위한 제안을 하나 하고자 한다. 필자가 쓴 《해피버스데이》에도 언급했지만, 버스 내부 TV를 통해 광고 홍보해도 좋고, 다양한 SNS 채널이나 방송을 통해 공익광고를 해도 좋다.

교육이 필요하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버스에 관한 사용 설명서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청소년 교과서에도 없다. 교통 약자는 물론, 청소년들의 발이 되어주기 때문에 그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버스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용 방법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다인승 태그 방법이나, 버스 환승 규칙, 버스 수화물 크기에 대해 아는가? 혼잡한 버스에 승차할 때 “동일 차량 재승차로 요금 결제가 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떴을 때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승하차할 때만이라도 휴대폰 닫기 ▷노인은 버스 정류장에 도착 및 정차 후 일어서기. 청년들은 미리 일어서 하차 문에 나와 있기 ▷노인, 임신부, 어린이 등 교통 약자에게 자리 양보하기 ▷버스 실내에서 큰 소리 전화 통화, 고성, 폭언, 폭행 금지 ▷버스 앞에 급히 끼어들지 말기 ▷버스 우측으로 오토바이, 자전거 끼어들지 말기 ▷하차 벨은 안내 방송 후 누르기(미리 누르기, 늦게 누르기 지양) ▷하차 벨을 늦게 눌렀다며 급하게 버스 기사에게 하차 요구하지 않기 ▷마스크는 승차 전 착용하기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하면 신속히 승차하기 ▷정류장에 혼자 서있는 나 홀로 승객이라면 탑승 여부에 대해 수신호하기 ▷무단횡단 금지….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제공한 〈운수회사 교통사고 통계정보〉(2019년)에 따르면, 전국 버스를 비롯한 화물차와 택시 등 모든 운수업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5,987건이었다. 이 중 버스 사고(전세버스, 마을버스 포함)는 5,853건으로 전체의 23% 정도를 차지했다. 시내버스 사고는 3,924건이니 매일 전국에서 10여 건 이상 발생하는 셈이다. 최근 이태원 참사와 산업재해가 줄줄이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는 사고 예방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버스 사고의 핵심은 ‘정시성’에 있다. 정시성이 지켜지면 급할 게 없다. 버스 기사의 면피성 발언이 아니다. 기사가 급할 게 없으면 사고는 자연스레 멀어진다. 버스 기사의 휴식도 보장되며, 사고율은 현격히 떨어질 것이다. 결국, 정시성을 해치는 시간 도둑질에 종말을 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디, 정시성 지키기 캠페인과 버스 교육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어 매일 ‘해피버스데이’가 되길 기원해본다.

■ 주

1) 도로교통법 제18조 제1항과 제3항을 보면, 모든 차마의 운전자는 주정차 해제 후 출발하려는 때에는 일단 정지한 다음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하여야 하고,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려는 때에 미리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를 서행하면서 우회전하여야 한다. 미리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서행하면서 우회전해야 한다는 문구는 버스 뒤를 따라가야 한다는 의미다. ― 필자 주


성찬
국내 시내버스 관련 서적이 없어 집필한 《해피버스데이》 저자. 신문기자, 대기업 홍보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무사고 7년 차 서울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