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작업을 돕는 손길들
[389호 마감 후 토크]
지난 3월호를 다른 때보다 늦게 받아보셨지요? 인쇄(제본) 사고가 있어 배송이 늦어졌습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이참에 복상이 독자님 우편함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수고로운 손길들을 거치는지 알려드리려 합니다. (사실은 지난해 구독료 인상을 알리며, 정가 인상이 복상과 협력하는 여러 업체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덧붙이지 못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마감
보통 “마감”이라고 하면, 특정한 날이라기보다 기간을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길게 잡으면 마감 기간은 필자들 원고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인쇄소에 완성된 파일을 넘길 때까지입니다. 마감 후에는 인쇄소 → 제본소 → 발송 대행업체 → 우체국을 거쳐 잡지가 배송됩니다.
#인쇄
인쇄소에서는 디자인된 파일에 문제는 없는지, 주문량대로 인쇄할 종이는 충분한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서 알려줍니다. 아, 종이는 예상 쪽수를 미리 계산해서 한 달 전쯤 조금 여유 있게 주문합니다. 1년에 한두 번, 교과서를 만드는 시즌이 오면 복상이 사용해야 하는 종이가 동이 나기도 합니다. 올 1월에도 종이가 부족한 탓에, 출고 업체와 인쇄소가 전국을 수소문하느라 고생했습니다.
#제본
인쇄를 마치면 제본소로 옮겨집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아는 책의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1년여 전, 큰 제본 업체 몇 곳이 도산하거나 폐업했습니다. 당시 단행본의 경우는 평소보다 한두 달 작업이 더 늦어졌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기계 사양이나 인력 규모에 비해 물량이 많아서 쉴 새가 없다고 하네요. 복상은 그나마 월간지라서 시간을 맞춰주려고 애써주십니다. 제본된 책 대다수는 발송 대행업체로 배송되고, 일부는 복상 사무실로 배송됩니다.
몇 년 전에는 인쇄소부터 발송업체로 책이 가기까지 주말 포함 3-4일 걸렸습니다. 그러다가 주52시간제 도입 후 평일 기준 4일로, 지금은 5일 정도가 걸립니다.
#발송
발송업체에서는 책을 봉투(이미 각각 주소지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매달 15일 이전에 주소 변경 신청을 부탁드리는 이유입니다.)에 담아 풀칠하고 봉하여 지역별로 묶어 우체국으로 옮깁니다. 제본소를 출발한 책이 오전에 도착하면 포장 후 당일 우편물 접수가 가능하지만, 오후에 들어오면 다음 날 접수합니다. 평일 기준이기 때문에 중간에 휴일이 있으면 하루 이틀 지연됩니다.
여러 업체가 연결되는 과정이기에 중간중간 적잖은 돌발 상황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제본소 기계가 멈추면, 입고가 늦어지면서 발송업체는 이미 대기하고 있던 아르바이트 인력을 다시 돌려보내는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3월호에는 광고면이 뒤에 제본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때는 책임 소재는 간결하게 정리하고, 서둘러 일을 수습합니다.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알기에 조금씩 양해(諒解)하며 지혜를 모아 대책부터 찾습니다.
복상과 독자님들 사이를 이처럼 보이지 않는 분들의 노고가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었던 거지요. 그중에는 저희가 구독료를 올리지 않은 12년 동안 작업비를 올리지 못한 업체도 있습니다.
월간지를 만들어 배송하기까지 변수가 더 많아지고 있어 고민입니다. 오차가 거의 없고 실수를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이런 재래식 접근이 언제까지 용납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월간지가 점점 휴간되거나 폐간되는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겠지요. 목적지까지는 여러 번 ‘환승’을 해야 하는데, 열차가 오는 간격은 점점 더 벌어진다고 해야 할까요? 올해 제작한 2월호부터 판권 쪽(‘동교동 삼거리’ 왼쪽)에 “복상은 직전 월 마지막 주에서 해당 월 첫째 주에 일반우편으로 도착합니다”라고 안내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취재와 마감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 전 월 마지막 주, 당월 1일이 되기 전에는 우편함에서 찾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변수가 적은 온라인 환경에서는 직전 달 말일을 지켜 업데이트되오니 참고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배송업체가 접수한 우편물은 만 2~4일 후 우편함에 꽂힙니다. 택배가 아닌 일반우편이기에 지역마다 이틀씩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우편물이 몰리는 명절이나 연말연시에는 하루 정도 더 걸릴 때도 있습니다. 우편함에 꽂힌 복상을 꺼내며, 한정된 시간 안에 할당된 우편물을 빠짐없이 배달해야 하는 집배원의 바쁜 손길도 기억해주시면 좋겠네요.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