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사랑하시듯 사랑하라》 사막으로 간 ‘선배들’의 사랑 이야기

[391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3-05-29     정민호

초기 교회 특히 사막으로 간 그리스도인들, 사막 교부의 사상을 소개하는 책. 저자는 이들을 영미권 대중에게 소개한 최초의 학자 중 한 사람이다. ‘사막 수도 운동’이라 하면 ‘초기 교회’와 분리된 독특한 현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흐름에 반대하며 이들을 ‘초기 그리스도인들’ ‘신앙의 선배들’로 명명한다. 이들이 사막과 광야로 떠나 성찰하고 추구한 것이 당시 제도교회가 지향하는 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4세기부터 6세기까지 이집트, 팔레스타인, 시리아 지역에서 살았던 이들의 시대와 문화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문화와 다르기에, 저자는 그들의 말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들과 토론하면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사상은 매뉴얼화, 규칙화되어 있지 않아서 대화거리가 풍부해지기도 한다. 그때의 문헌과 본문은 교리가 아닌 그들끼리, 보통 스승과 제자 사이에 오간 대화 형태로 되어있다. 이는 당시에도 독자들에게 하나의 답을 제시하려던 의도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 ‘사랑을 가능케 하는 마음의 태도’ ‘겸손이라는 마음’ 등 늘 그리스도인들에게 핵심적인 고민이었던 질문으로 향한다. 저자는 이들의 말을 빌려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해서 곧 참되게 사랑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렌즈가 너무 왜곡되었기에 그분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다며, 사랑하기 위해서는 정념의 힘이 약해져야 한다고 한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며 지낸 ‘렌즈’가 무엇이었는지, 인지하지 못했던 ‘정념’은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나눈 모든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에 기대어 사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을 말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단순히 어떤 따뜻한 감정이 아닙니다. 우리 삶의 과정을, 그리고 사막 그리스도인들의 가르침과 행동을 살펴보면, 우리를 대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살펴보면, 우리가 하느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면, 그리고 살피고 되새긴 것을 바탕으로 우리 삶을 형성하다 보면 사랑의 분명한 특성이 드러납니다.”

정민호 기자 pushingho@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