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신학
[391호 시대를 잇는 읽기]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 당시 대다수 교회가 현장 예배를 비대면(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예배당 중심 신앙생활에 익숙한 한국교회 상황을 고려할 때 비대면 방식으로 하는 신앙생활은 낯설었고, 비대면 방식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됐다. 그동안 교회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배와 설교 영상을 업로드하고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도왔지만 실시간 온라인 참여 방식은 아니었기에 비대면 예배의 적절성 여부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1) 온라인 세례와 성찬이 가능한지, 온라인 성도들에게도 교인으로서 동일한 권리와 소속감을 부여해야 하는지, 미디어를 매개로 하는 신앙생활에 유해성은 없는지 등 다양한 논의가 일어나는 중이다. 더 나아가 목회자를 대체하는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성직자의 등장까지 고민하고 있다.
예배의 온라인화, 디지털화가 최근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종교의 인터넷 활용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중반에는 〈alt.religion〉 〈soc.religion〉 〈talk.religion〉 등 종교 관련 웹사이트가 등장했고, 1992년에는 최초의 온라인 교회인 〈American Prebyterians〉 〈BuddhaNet〉 〈H-Judaic〉이 나타났다. 1997년 〈타임〉지에서 “Jesus Online”을 주제로 각 종교에서 활용되고 있는 웹사이트 12곳을 소개하기도 했다.2) 기술결정주의 입장에서는 종교가 디지털 기술을 통하여 지배받거나 왜곡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만, 현대인의 일상이 온라인(가상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앙생활도 예외일 수는 없다. 물론,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던 당시에는 종교적인 활용으로 ‘사이버 종교’(cyber-religion) 또는 ‘사이버 신앙’(cyber-faith)의 가능성이 대두되었고, 기술의 지배에 따른 부정적인 종교화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필자는 종교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나타나는 특징과 제기되는 신학적 논쟁점을 살피기 위해 관련 연구자들 논의를 소개할 것이다. 종교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와 디지털의 종교화는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되지 않고 상호작용을 통해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디지털 종교(Digital Religion)는 디지털 미디어와 기술을 통해 사람들이 참여하는 종교적 활동과 행위의 모든 것을 뜻한다.3) 종교가 갖는 초월성, 영성, 관계성, 정체성 형성 등이 디지털 미디어를 통하여 경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종교성 자체의 변화가 아니라 종교 경험 방식의 변화라 할 수 있다.
1. 하이디 캠벨, 《종교가 뉴미디어를 만났을 때》(When Religion Meets New Media)
하이디 캠벨(Heidi A. Campbell)이 쓴 《종교가 뉴미디어를 만났을 때》는 온라인 환경에서 종교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해왔는지 상세히 서술한다. 디지털 종교 담론을 이끌고 있는 하이디 캠벨은 종교의 미디어(기술) 활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기술이 종교를 지배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다. ‘기술의 종교-사회적 형성’(RSST, religious-social shaping of technology)이라는 독특한 방법론을 제안하면서, 종교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할 때 거치는 네 단계를 설명한다. 기술이 종교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종교의 전통, 가치, 공동체성 등과 어느 정도 타협하며 접목된다는 말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지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종교의 역사와 전통의 관계이다. 유대교에서 안식일 법을 지키기 위해 활용하는 안식일 엘리베이터나 글씨가 사라지는 펜의 사례에서 보듯이, 각 종교는 전통에 맞게 기술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The Open Source Haggadah〉처럼 성경의 보존과 해석을 위해 디지털 자료로 변환하여 접근의 용이성을 높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돕는 일도 기술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이다.
둘째, 공동체의 가치와 신념의 관계이다.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해 종교의 정통성과 거룩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이것이 반대로 작동할지를 고찰해야 한다. 이슬람은 하루에 5번씩 성전을 향해 기도하는데, 성전의 방향과 기도 시간을 일러주는 스마트폰과 기기를 활용한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온라인 성지 순례를 진행하며 종교성을 유지했다. 〈Khaled’s website〉는 젊은 신도들의 신앙심 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종교교육과 관계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디지털 미디어와의 협상 과정이다. 기술을 긍정적으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거절, 저항 또는 변형이 일어난다. 재세례파 계열 일부 교회는 오늘날 교회가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데 비판적이다. 공동체가 세속 문화에 잠식당하면서 본래적 가치와 전통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본다. 이 관점에 반대되는 사례도 있는데, 무슬림 웹사이트 〈CNET.COM〉은 〈BiblePro〉처럼 15만 개의 주석 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슬람 이해를 돕는다. 인터넷을 통한 포교 활동에도 적극적이며 이슬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노력한다. 종교 공동체가 디지털 기술을 모두 긍정하지는 않으나, 공동체 특징에 따라 선택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넷째, 기술에 관한 공동체의 논의이다. 종교 공동체가 접목된 기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 공동체의 영적 형성과 관계성 확장을 위한 필수 매체로 인정하는 사례이다. 영국에서 성공회가 개척한 온라인 교회 I-Church처럼 온라인 공간을 하나의 선교 영역으로 인식하여 목회자를 임명하고 교회를 조직해서 다양한 유저들을 성도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공동체 핵심 가치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느냐이다. 공동체는 디지털 기술 수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선교 및 관계성 형성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동체성이 바뀌게 되고 예배를 비롯한 신앙생활 전반에도 기술을 매개로 하는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2. 팀 허칭스, 《교회 온라인 형성하기》(Creating Church Online)
온라인 교회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종교의 디지털화를 살펴보려 한다. 영국 노팅엄 대학에서 가르치는 팀 허칭스(Tim Hutchings)는 《교회 온라인 형성하기》에서 인터넷 활용과 미디어를 기반으로 형성된 온라인 교회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한다. 온라인 교회는 1990년대 전후 영미권에서 등장했다. TV로 예배 실황을 중계했던 미국의 Tele-evangelism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e-vangelism 등이다. 팀 허칭스는 온라인 교회의 형성과 특징을 분석하면서 신앙생활 유형과 예배 방식, 교회 운영 등을 연구해오고 있다. 온라인 교회들은 설립 초기에 리더십 부재와 구성원 간 불화로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교회 유형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Church of Fools
2004년 기독교 웹 사이트에서 출발했다. 신앙생활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온라인 라디오 방송과 영상 서비스로 전환했다. 아바타들이 참여하는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 안에서 가상의 교회를 세워 실험적인 예배 방식에 도전했다. 현장 예배처럼 아바타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예배하는 등의 신앙적 체험을 하는 다소 코믹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예배가 시작되면서 약 8천 명의 방문자가 찾아왔으며, 4만 명까지 출석한 적도 있다. 온라인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39%가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응답자 중 50%가 30대 이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젊은 가나안 성도들이 상당수 이 예배에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4) 온라인 교회가 새로운 신자들이 유입하도록 유도하고 여러 이유로 교회를 이탈한 이들이 재신앙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들을 어떻게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서 신앙훈련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은 여전한 숙제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탄생한 교회가 St. Pixels이다.
St. Pixels
2006년 더 발전된 3D 환경에 기반하여 Church of Fools가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리더십을 구성하면서 조직과 체제를 정비했고 폭넓은 소통 채널을 확보했다. 따라서 방문자의 참여와 활동이 다양해졌다. 온라인 기반이지만 교회 공동체의 가치와 신념을 구현하는 데 최대한 집중했는데, 홈페이지를 구성할 때 개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블로그를 제공하고 새롭게 아바타를 디자인하도록 했다. ‘Live’라는 채팅창을 통해 음성과 영상으로 예배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과 영성이 어떻게 온라인 공간에서 마주할 수 있는지 보여주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2009년을 기준으로 리더십 구성은 7명이었고, 임명받은 11명의 호스트가 사이트를 관리하고 방문자들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불특정한 방문자와 온라인 성도를 구분하여 관계성 형성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다.
I-Church
영국에서 성공회 주도로 탄생한 온라인 교회이다. 옥스퍼드 교구에서 웹 목회자를 임명하여 제도권 안에 교회를 구성하여 ‘선교형 교회’(Mission-shaped Church)를 지향했다. 온라인 공간이지만 교회가 지닌 본래 목적이 선교에 있음을 선포하고,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크게 세 종류의 대중을 목표로 설정했다. 지역교회에 참석이 어려운 이들, 예배 공동체를 찾지 못한 이들, 여행이나 직장 문제로 교회 출석이 어려운 이들이었다. 단순 방문자와 교회 멤버십을 구분하여 구성원들과는 성례를 중심으로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4년 웹 목회자로 임명된 앨리슨 레슬리(Alyson Leslie)는 수도원적 영성 공동체를 지향하여 베네딕트 수도사처럼 장소를 옮겨 다니며 하나님, 그리고 이웃과 만나는 방식을 모방하고자 했다. ‘기도’ ‘연구’ ‘사회적 책무’라는 모토로 약 7천 명의 멤버십을 유지해오고 있다.
Church Online at LifeChurch.tv
미국에 등장한 온라인 교회로 1996년 프로젝터를 이용해 창고에서 예배하던 LifeChurch.tv가 있다. 2009년에 13개이던 온라인 캠퍼스는 2016년에는 26개로 성장했다. 담임목사 크레이그 그로쉘(Craig Groeschel)은 오클라호마주에서 목회하는데, 온라인과 대형 스크린을 통해 메시지가 송출된다. 교리보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집중하는 내용이다. 캠퍼스마다 담당 목회자와 찬양팀이 있으며, 소그룹과 주일학교 사역이 진행된다. 팀 허칭스는 이 유형을 Church Online으로 규정한다. 오프라인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온라인을 접목한 형태라는 설명이다.
LifeChurch는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 2009년 인터넷 캠퍼스에서 Church Online으로 전환하여 영상과 블로그를 통해 방문자들에게 필요한 신앙 콘텐츠나 정보들을 꾸준히 제공하고 많은 봉사자를 투입해 채팅과 상담으로 소그룹을 관리한 결과이다. ‘God is on the move(하나님은 움직이고 계신다)’라는 문구가 사역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홈페이지에 있는 Live Prayer를 이용해 중보기도하며 Live Chat으로 신앙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모바일 앱 〈YouVersion〉을 통해 성경을 읽고 24시간 설교 메시지를 들으며 세계에 있는 성도들과 연결되도록 했다. 심지어 무슬림 지역에서도 신앙생활이 가능하다.
가상현실 공간으로 이동한 종교와 신앙의 행위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예배 참여만 하는 형태가 아니다. 신앙의 다양한 행위가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3. 피터 필립스, 《성경,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문화》(The Bible, Social Media and Digital Culture)
디지털 문화가 불러온 신앙의 변화와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자. 종교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신학 논의를 이끄는 영국 더럼 대학교는 석사과정에 디지털 신학(Digital Theology) 전공을 개설했다. 피터 필립스 교수는 2009년부터 디지털 신학과 관련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2012년부터 디지털 신학 연구를 위한 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성경,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문화》는 성경이 디지털 문화에서 일상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국가별, 세대별로 살핀 작업이다. 소셜미디어에 나타난 다양한 성경 구절을 분석하며 성경에 대한 현대인의 관심 변화와 접근 방식을 추적한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성경 앱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구절을 보면, 〈KingJamesBiblieOnline〉에서는 시편 23:4, 빌립보서 4:13, 요한복음 3:16, 창세기 1:1, 고린도전서 13:11, 예레미야 29:11 등이다. 〈YouVersion〉에서는 빌립보서 4:13, 이사야 40:31, 마태복음 6:13, 여호수아 1:9 등이다. 〈BibleGateway〉가 해마다 발간한 자료를 보면 예레미야 29:11, 요한복음 3:16, 빌립보서 4:13, 로마서 8:28, 시편 23:4, 로마서 12:2 등이 상위에 있다.
피터 필립스는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구절의 특징을 크게 2가지로 요약했다. 계획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과 관련한 구절에서 개인에게 치유와 힐링을 주는 메시지로, 신앙과 믿음을 강조하는 구절에서 실천과 고백적인 메시지로 이동했다는 말이다.
소셜미디어를 많이 사용하는 젊은층일수록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치유적인 메시지로 어려운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극복하고자 했다. 종교가 갖는 본연의 특성, 하나님을 예배하고 종교적 예전에 참여하는 일과는 다르다. 종교가 일상에서 자신을 강화하는 식으로 도구적으로 활용하여 현실 세계를 잘 극복하도록 돕는 치료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디지털 환경에서 나타난 특징으로 모든 세대의 특성을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종교성과 종교적 활용의 방향 전환을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본 디지털 시대에 종교를 경험하는 장으로서 온라인 공간에 관한 신학적 성찰은 최근 디지털 신학으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환경 자체가 갖는 종교적 특징을 살피는 한편, 종교의 디지털화가 주는 시대 변화를 면밀하게 고민하면서 새로운 교회와 신앙에 관한 요청에 귀를 기울일 것을 소망해본다.
1) Church Online이 오프라인 교회가 온라인을 통해 예배를 송출하고 신앙생활을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형식이라면, Online Church는 오프라인 교회 없이 순수 온라인 공간에서 예배를 비롯한 신앙생활 전반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2) Heidi A. Campbell, 《When Religion Meets New Media》(Routledge, 2010), 23쪽.
3) Heidi A. Campbell, Wendi Bellar, 《Digital Religion》(Routledge, 2023), 1쪽.
4) Tim Hutchings, 《Creating Church Online: Ritual, Community and New Media》(Routledge, 2017), 68쪽.
김승환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동 대학 대학원에서 ‘기독교와문화’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공공신학과 급진정통주의 관점에서 도시 문제를 다루는 논문을 썼으며, 최근에는 디지털 종교와 기술신학을 관심 있게 살피고 있다. 《하나님의 나그네 된 교회들에게》(비아토르), 《도시를 어떻게 구원할 것인가?》(새물결플러스), 《공공성과 공동체성》(CLC)을 썼으며, 공저로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도서출판100), 《혐오와 한국 교회》·《바이러스에 걸린 교회》(삼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