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기독시민》 외 3권

[392 잠깐 독서]

2023-06-30     복음과상황

1세기 기독교인 안디바가 순교하기까지

버가모에서 사라진 비밀 편지 / 브루스 롱네커 지음 / 이여진 옮김 / 이레서원 펴냄 / 17,000원

요한계시록에 버가모에서 순교했다고 기록된 안디바 이야기를 역사적·고고학적 지식에 상상력을 더한 내러티브로 보여준다. 베일러대 종교학 교수이자 초기 기독교 전문가인 저자는 상류층 친로마 사업가였던 버가모의 안디바와 누가복음·사도행전을 쓴 에베소의 누가가 주고받은 가상의 편지 모음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여 이를 통해 당대의 정황을 그려낸다.

도와준 사람들은 자신의 평판을 좋게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소. 대개는 다른 이를 도와줄 수 있었다는 데 그저 기쁨을 표현했고, 그러고 나서는 자기네 신의 선함을 찬양하고 이웃을 돌보는 영을 자기들에게 부어 주신 것을 찬양했소이다. …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은 습관처럼 늘 하는 일로 보이고, 도와주는 대가로 개인적인 이득을 얻으리라는 기대가 없었소. 이 그리스도인 단체는 대부분의 조합들처럼 단순히 공통의 이익을 공유하는 개인의 집합이 아니고, 도리어 회원들이 마치 단란한 가족의 일원인 듯 서로 소통한다오. (154-155쪽)

쉬운 말로 전해주는 ‘악함’과 ‘죽음’

똥 싸면서 읽는 우리들 이야기 / 차성진 지음·이단비 그림 / 아바서원 펴냄 / 9,000원

기독교 교리를 종교적 언어가 아니라, 쉬운 말과 친근한 그림으로 보여주는 ‘똥기(똥 싸면서 읽는 기독교 이야기) 시리즈’ 세 번째 책이자 완결 편. ‘악함’과 ‘죽음’ 문제를 예수님이 해결했다고 이야기한 전편에 이어, 여전히 세상의 악함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가운데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안내한다.

예수님의 부활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사건일까? 죽음이 극복되었다는 걸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건이야. 절대로 해결되지 못할 것 같은 죽음이 예수님을 통해 해결되는 걸 보면서 우리는 죽음이 만드는 두 가지 공포에서 해방되지. 죽음이 만드는 첫 번째 공포는 바로 이별이야. 죽음이 슬픈 이유는 ‘이별’ 때문일 거야. ‘다시는 볼 수 없구나’ ‘이제는 말 한마디 건넬 수 없구나’ 그러나 우리가 부활한다는 사실은 이 이별의 공포를 해소해주지. 잠깐의 헤어짐은 있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은 우리를 이별의 슬픔에서 건져주지. (3부 ‘죽음이 해결되다’)

기독교인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정의로운 기독시민 / 기독교윤리연구소 엮음 / 기윤실 펴냄 / 12,000원

반기독교 시대에 한국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기윤실 기독교윤리연구소는 이런 질문을 품고 3년간 시민과 기독교인의 관계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거듭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에는 기독교인 정체성 탐구, 시민사회 형성 과정에서 기독교인들이 기여한 역할, 기독교인들의 반지성주의와 사회적 재난이 갖는 의미 등이 담겼다.

후기 하버마스는 … 종교적 이성이 공론장 안으로 들어갈 때 ‘번역’되어야 할 것을 제안하면서 그것이 정치적 이슈를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탈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 이성의 정치적 개념화와 추상화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종교적 이성의 참여를 제안하는 것입니다. 종교가 지니는 가치와 희망들은 비종교인들과 공론장 안에서 논의가 가능할 뿐 아니라, 적절한 개념으로 번역될 때 그러한 번역은 공동체가 문화 안에서 공유하는 공통의 메타포를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76-77쪽)

전두환 읽기는 대한민국을 읽는 일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 정아은 지음 / 사이드웨이 펴냄 / 20,000원

전두환은 국가적·사회적으로 받아야 할 처벌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었을까? 그를 둘러싼 해설과 논평은 넘치지만,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내린 적이 없었다. 전두환의 전기적 르포이자 다큐멘터리적 성찰이 담긴 이 책은 전두환이라는 인물을 한국 현대사 위에서 치밀하게 복원한 입체적 작업물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당기는 묵직한 덩어리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할 일을 부담 없이 저지르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모든 것을 긍정하며 화통하게 웃을 수 있었던 그의 특별한 기질은, 그의 인생에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 누구에게든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고, 화끈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었으며, 그 덕에 소속된 조직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잘한 일’로 여겨지는 일들 … 그가 앞뒤를 살피며 깊게 숙고하는 스타일이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1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