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기독교 선교 역사 이해의 지평들》 지구촌기독교 선교의 성숙한 이해

[392호 에디터가 고른 책]

2023-06-30     강동석
지구촌기독교 선교 역사 이해의 지평들 / 박형진 지음 / IVP 펴냄 / 16,800원

교회가 파송하거나 후원하는 선교사를 위해 기도하고, 선교헌금을 규모 있게 감당하는 교회 모습에 내심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지구촌(세계)기독교(World Christianity) 시대의 선교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별로 고민해본 적 없었다. 이 책은 19-20세기 지구촌기독교 선교에 “개척자적·전환기적 공헌”을 한 걸출한 선교역사가 8인의 생애와 저술, 영향력과 한계 등을 소개하는데, 지구적이면서도 지역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선교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안경을 제공한다.

“‘선교적 교회’와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논의는 선교가 교회의 활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속성이라는 본질적 인식 변화를 가져오고, 교회는 선교를 주도하지 않고 선교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흐름을 형성했다. 선교로 부름받는 것은 하나님의 초대이자 그분의 속성에 참여하는 일이다. 선교의 방향을 이해할 때도 이전처럼 서구에서 비서구로 향하는 게 아니다. 모든 상황이 선교적이며,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향해야 한다.”

설명이 어렵지는 않으나, 현대 선교 역사 서술의 지평이 점차 확장되는 학문적 흐름을 큰 그림으로 조망하며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대중적 접근성은 떨어질 수 있다. 더욱이 이들 8인은 대중적 차원에서는 대체로 생소할 수밖에 없는 학자들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것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변화무쌍한 시대 상황에 대응하고 각 사회와 문화 가운데 호흡해온 지구촌기독교를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살피는 ‘선교’ 교양서로 이만한 책을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래 내용은 국어국문학을 얕게나마 공부해본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사례도 연상하며 동감하는 자세로 읽었다. 저자가 아시아에서 불교가 번역으로 확장을 꾀한 사례도 있음을 짚으며 “‘번역 가능성’이 과연 기독교만의 특성을 대표하는 개념이냐”, 해당 부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덧붙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기독교 선교는 항상 자국어 향상에 기여했다. 선교는 그만큼 획일성이나 중앙으로부터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힘이었다. 사네는 “기독교 확장의 성공 여부는 자국어 개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자국어를 강조하는 선교는 민족의식의 강화를 초래한다. 역사에서 예를 들면, 9세기경 모라비아 지역에 확장된 동방 정교회의 선교는 자국어를 쓰는 토착화 운동이라는 유산을 남겼다. 기독교가 자랑하는 ‘번역 가능성’은 한 언어만을 교조화·우상화하는 오류를 저지한다.”

강동석 기자 kk11@gosc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