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서로 다른 대답을 한다

[392호 A/S 커버스토리] 390호(2023년 5월) ‘AI 시대, 그리스도인의 자리’

2023-06-30     유명종

상상이 현실이 되다

2023년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그중 하나는 오픈 AI사의 ChatGPT로 대변되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일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B2C(Business to Consumer)로 진입한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산업계에도 적지 않은 여파를 미치며 기존의 검색 시장도 인공지능 서비스를 장착하고 있다. 단순 나열식 정보검색을 넘어서 이용자의 궁금증과 필요를 채워주는 개인 비서형 검색 서비스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서비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마블(MARVEL)의 히어로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이언맨이 자비스(JARVIS)라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활용하여 1인 랩을 운영하는 모습을 연상해보자. 현재의 GPT 서비스는 아직 기초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미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GPT는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도 인식할 수 있으며 동영상, 음성을 기반한 소통이 가능하다. 음성인식이나 대화가 가능한 가정형 로봇에 이런 요소들이 결합하면, 자비스를 넘어 스타워즈에 나온 C-3PO가 상업적으로 공급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런 미디어적 상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보이니 대중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생각한다.

동시에 수없이 많은 SF 장르에서 로봇과 인공지능과 관련한 위협적이고 암울한 미래상을 그리듯, 경계의 눈길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미 인공지능의 상용화 시대는 도래하였고 우리가 논란 없이 인터넷 서비스, 스마트폰과 관련된 어플을 사용하며 일상을 구성하듯, 인공지능 서비스 역시 자연스럽게 우리 삶에 녹아들 것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란?

교회도 인공지능 서비스의 옳고 그름 논쟁을 넘어, 그 구조를 이해하고 빠르게 대처하며 나아가야 한다. GPT 서비스는 인터넷상 정보를 매개로 많은 변숫값을 조합해 최적의 답변을 도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GPT 엔진이 활용하는 데이터가 답변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 관련 콘텐츠의 분량과 질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GPT 엔진의 주 시스템은 일종의 허브로서 기능하면서, 대화의 수위와 조건을 설정한 맞춤형 엔진들이 다양하게 개발될 것이다. 이는 마치 GPT라는 플랫폼에 다양한 맞춤형 앱이 개발되듯이 수많은 개발자에 의해 특정 조건을 설정한 엔진이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제공될 거라는 뜻이다. 이것은 곧 GPT 엔진을 활용한 비즈니스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5월 20일 서울 마포에 있는 서교동교회에서 엠브릿지1)가 주관한 ‘인공지능 시대 크리스천의 사명’을 주제로 한 포럼이 개최되었다. 발제자로 나선 기도 앱 아노키(ANOKI) 개발자 유인철 ㈜셀러스 부대표는 GPT 엔진을 활용한 크리스천 GPT의 개발 가능성과 로드맵을 제시하였다. GPT 엔진을 개발하고 활용해 현재 서비스 중인 기도 아노키와 웹사이트(christiangpt.org)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포럼 현장에서는 일반 GPT 엔진과 기독교 맞춤형으로 제작된 GPT 엔진의 답변 내용을 비교하는 시연을 하였는데, 그 내용이 매우 달라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유인철 부대표는 “크리스천 GPT모델은 목자를 돕는 양치기 개(sheep dog)와 같은 역할을 하여 목회와 성도들의 일상 신앙생활을 돕는 기능을 충실하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였다. 앞으로는 단순한 정보검색 기능을 넘어 상담, 말씀 묵상, 중보기도 등을 도울 것이며 능동형 음성 서비스 기능까지 탑재하여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 등을 돕는 상시적 돌봄 기능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에서 엠브릿지 박준범 이사장은 1990년대 초반 교회 찬양 집회의 도구로 드럼과 베이스기타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소개하며, 악기는 도구일 뿐이기에 사용자에 따라 하나님을 찬양할 수도, 세속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따라서 GPT 엔진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여 주도면밀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활용하기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현상만 보고 피상적인 이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살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대응 결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람이다

인공지능은 마치 프로그램 언어나 작업 도구(tool)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더욱 다양화되고 강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2002년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KAICAM)에서 목사안수를 받고 캠퍼스에서 청년 사역과 교회 개척, 기독교 시민운동을 하다 2011년부터 비즈니스 훈련을 받고 2020년부터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주)셀러스에서 근무하며 자비량 사역을 함께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역의 관점과 산업의 관점을 비교하게 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접하고 있으나 의료 기기와 진단의 보조적인 역할, 그리고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한 영상 판독 및 분석 서비스 등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공지능은 연구 개발이나 진단의 도구로 활용하기에는 아직도 미흡하며 특히 작은 우주와도 같은 사람의 조직, 유전자, 세포, 단백질 등을 분석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오히려 문서(텍스트) 기반의 신학적, 신앙적인 기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산업계보다 신앙 공동체에 적용하고 활용하기에 더욱 편리할 것이라 생각된다. GPT를 활용한 ‘맞춤형 엔진’을 앱이나 웹사이트에 장착하여 이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우리가 지금 번역기를 돌리고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듯이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고객 맞춤형 GPT는 일상의 여러 질문과 답변, 그리고 프로젝트 기획, 문서 작업 등 상당히 발전된 사무, 행정도 수행하고 신앙 공동체에서는 기본적인 성경 지식과 기도 나눔, 묵상 나눔과 신앙 상담의 기능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활용할 때는 몇 가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 GPT는 ‘정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답변을 하는 것이기에 GPT가 내 맘에 들건 들지 않건 정보의 신뢰도를 100%라고 과신하면 안 된다. 목회자들이나 심지어 특정 분야 전문가도 모든 지식과 정보를 100% 옳게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듯, 인공지능도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참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복음적이고 균형 잡힌 기독교 엔진이 개발된다면 현재 매우 심각하게 오염된 극우 가짜뉴스와 편향된 정보를 필터링하고 수많은 이들의 ‘확증편향’을 교정해주고 건강한 기독교 세계관을 형성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기대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악의적이고 극단적인 엔진도 개발되고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누가 더 많은 접촉면을 가지고 소비자(유저)들에게 접근하느냐와 이를 건강하게 필터링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온갖 정보가 바다같이, 우주같이 막대한 양으로 생성되고 있기에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적절하게 필터링되거나 우리 스스로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소비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건강한 일상을 살 수 있다.

GPT와 같은 엔진은 여러 곳에서 개발하며 치열한 플랫폼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공포의 ‘빅브라더’처럼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독점하는 디스토피아가 인공지능을 통해 구현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간이나 지구 문명을 적대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물론 극단주의자들이 자기들의 세력을 확장할 목적으로 엔진을 만들어 음지에서 활용할 수 있겠지만, 이에 대응하는 세력이 훨씬 더 클 것이다. 따라서 도구의 전쟁이 아니라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전쟁이 될 것이다.

오히려 정치의 무능과 대중의 무관심으로 인해 배출된 지도자의 위험성이 훨씬 더 크고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지금 벌어지는 일을 보자.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 갈등, 한반도 상황,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수단 내전 등은 인공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필자가 기독교 시민사회 운동을 하면서 늘 아쉬웠던 점은 어떤 이슈나 담론 앞에 ‘기독교’가 붙으면 일반 사회 활동이나 분야보다 몇 단계 뒤처지고, 매우 보수적이고, 기본적 논의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각종 혁신적인 기업과 학계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크리스천은 ‘성속의 이분법’에 갇혀서 교회로 오면 착한 집사가 되고 자신의 전문성이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GPT가 지금은 신상품처럼 대중적 관심과 바람을 타고 있지만 곧 다른 이슈에 의해 관심은 사라지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본격적인 상용화 경쟁은 그때 시작될 것이다. 조만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종 상품에 탑재된 GPT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설정하고 교육시킨 GPT의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 주

1) 엠브릿지 선교회(대표: 이대행, 이사장: 박준범)는 지난 2022년 9월 첫 번째 포럼을 시작으로 교회, 문화, 연결을 주제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는 플랫폼(ministry platform)으로 제2기 사역을 시작했다.


유명종
1999년 새벽이슬 선교회를 동역자들과 함께 개척하고, 2002년 새벽이슬교회를 개척하며 사역의 길로 한 걸음씩 가다 보니 2008년 복음과상황이 뉴스앤조이와 분리될 때 이사, 실행이사로 참여하여 지금까지 섬기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2기 엠브릿지 사역에도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생업으로 제약·바이오 스타트업 (주)셀러스에서 경영기획 및 지원총괄이사로 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