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명랑하게 문 열었습니다”
[392호 커버스토리]
안녕하세요. 경기도 연천에서 동네 빵집이자 작은 서점, 그리고 여행자가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인 ‘오늘과내일’을 운영하는 대표 이수진, 인턴 김희송입니다. 원고를 제안받고, 시골에서 소박한 공간을 운영하는 저희가 ‘소비와 돈’이라는 주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었는데요. 작은 마을에서 우당탕탕 명랑하게 사는 저희 모습에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생각에 현재 모습과 지난 과정을 나눠볼까 합니다.
어쩌다 보니 시골 생활 – 수진과 희송
수진 : 여보, 난 가끔 우리가 시골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게 꿈 같아.
희송 : 그러게. 어쩌다가 우리가 여기까지 왔을까?
수진 : 연애 때부터 틈만 나면 시골 생활과 공동체적 삶을 이야기하더니. 고도의 작전으로 날 스며들게 한 거지 뭐.
희송 : 당신도 더 망설이지 말고 새로운 삶을 시도해보자고 했잖아. 그리고 정작 귀촌해서 더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건 당신 같은데?
수진 : 그렇긴 하지? 우리도 연천에서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공동체 생활부터 오늘과내일을 열기까지 말이야.
희송 : 맞아. 수진, 공동체 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배웠던 건 뭐였을까?
수진 : 무엇보다 여보가 빵을 배웠잖아. 그리고 돈에 대해서 많은 부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아.
희송 : 공동체가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낯설기는 했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는 것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경제구조를 경험하는 시간이었어. 내 것에 대한 관점에 변화가 생겼다고나 할까.
수진 :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졌지. 쉽지는 않았지만 더불어 함께 사는 게 무엇인지 실제로 겪으면서 나 자신도 돌아보고 주변도 살필 수 있었어.
희송 : 공동체를 나왔을 때는 어땠어? 다시 서울로 돌아가긴 싫었고. 막막했지? 그해 겨울이 춥기도 추웠잖아.
수진 : 아, 생각만 해도 아찔해. 그래도 우리 오늘과내일을 준비하면서 재밌었어. 순간순간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면서 참 행복했어. 너도 그렇지, 까미야(까미는 반려묘입니다)!
속도가 우리를 앞지르지 않기를 - 희송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 저희는 연천의 최북단 마을에 자리를 잡기로 했습니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꾸려야 할까 고민하다가 프랑스 떼제 공동체에서의 경험을 떠올렸어요. 일주일 머문 게 다지만 그곳에 사는 수사들, 방문객들과 진지하고 따듯한 교감을 나눴거든요. 누군가와 생활을 결합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게스트하우스를 준비하고 방문한 분들과 느슨한 관계 속에서 마음을 나누는 건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오늘과내일이 시작됐습니다. 가지고 있는 돈을 모아 오래된 주택을 구입하고, 가지고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이 빌려 집을 고쳤습니다. 머무는 비용이 부담되면 올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될 것 같아 숙박 비용을 저렴하게 하고, 대신 공간 운영을 위해 빵과 커피를 팔기로 했습니다. 우리도 먹고, 손님도 먹고, 동네 이웃도 먹으면 좋겠다 싶어 주방을 크게 설계했고요. 또 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면 단순히 먹고 떠나는 공간이 아닌, 머물며 이야기하는 공간이 될 것 같아 한쪽을 구분해 책방으로 떼어뒀습니다. 그런데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야속하게 큰 주방이 얼마나 춥고 더운지, 빵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그리 넓지도 않은 책방이 경제적인 관점에서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말이죠.
공사가 진행되면서 희송과 수진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중 단연 가장 중요한 주제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살아야 관계 중심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와 ‘얼마를 벌어야 공간을 유지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리고 두 화두가 맞닿아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최대치를 끌어내려고 무리할 때 숨이 가쁠 정도로 속도를 올리게 되니까요. 딱 공간을 유지할 정도의 속도, 그 속도를 지키는 일이 관건이겠다 싶었습니다.
다행히(?) 계산이 미숙해 강제 서행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공사는 마쳤지만, 공간을 채울 집기를 마련할 돈이 없었거든요. 돈을 더 빌려서 빨리 시작해볼까도 했지만 관뒀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준비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1년 동안 소리가 울리는 텅 빈 집에서 느린 속도를 연습했습니다. 지금도 일이 바쁘고 피곤이 몰려오면 종종 이야기해요. 그때 놀며 쉬며 천천히 하기를 참 잘했다고요.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건 나랑 상관없는 것 - 수진
그렇다고 준비 기간 내내 마냥 마음이 편했던 건 아니죠. 웃긴 에피소드인데요, 마을에 소문이 돌았다는 걸 옆집 어르신을 통해 들었어요. 빵집을 한다는 젊은 부부가 이사 온 지는 한참 됐는데 왜 아직 장사를 안 하는지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는 거예요. 크게 두 가지 설로 정리돼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거죠. 하나는 젊은 부부가 대단한 재력가다, 그래서 일도 안 하고 둘이 산책이나 다니면서 여유롭게 사는 거다, 또 하나는 공사를 하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가게를 열 자금이 부족해서 저런다, 였습니다. 네, 저희는 자금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더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언제나 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지요(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얼마만 있으면 되는데’ 하는 아쉬움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왔지만 그렇다고 돈이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허기만 질 뿐이죠.
자기 분수를 아는 것, 분수를 인정하는 것. 저희는 여기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좋고 아름다운 걸로 공간을 채우고 싶지요. 서울에서는 꿈도 못 꿀 마당이 생겼으니 아름다운 정원도 가꾸고 멋진 나무도 심고 싶고요. 하지만 통장 잔고는 100만 원도 안 되고, 단기 계약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수입은 뻔하고. 그렇다고 로또에 당첨될 리 없고. 어쩌겠어요. 우리에게 허락된 정도가 딱 이 정도인걸요. 그리고 뭐 어때요. 천천히 할 수 있을 정도만 하면 되죠. 남는 건 시간이니 곳곳에 그림을 그리고(사장이) 글씨를 쓰고(인턴이), 다정한 이웃과 함께 흙을 퍼다 화단을 채우고(인턴은 육군병장 예비역), 젓가락 같은 나무를 사다 심었죠(지금은 꽤 굵어져 나무다워요). 돈은 순식간에 그럴싸한 모양을 만들어 주겠지만, 돈으로 채운 곳엔 우리가 담기지 않을 것 같았어요.
1,000원의 세계 - 희송
벌써 오늘과내일을 운영한 지 3년째가 됐네요. 여전히 저희는 적절한 규모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걱정스러운 점수를 받겠지만, 저희 역량과 속도에 맞춰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그럼, 간단하게 소개해 보겠습니다.
오늘과내일은 매일 새벽에 빵을 굽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빵을 만들 때 나는 소리가 꽤 요란한데, 조용히 공간을 이용하는 분들이 불편해하실 것 같아서이고요. 또 빵을 만들면 계속 주방에만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오시는 분들을 마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일 4~5가지, 50여 개의 빵을 만듭니다. 이 정도가 혼자서 무리하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선이거든요. 빵 가격은 저희가 구입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만든 빵은 하루에 일고여덟 팀 정도가 방문해 각 1만 원 정도 소비하면 다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직접 볶은 원두로 만드는 핸드 드립 커피 열 잔 정도 판매하면 매출 목표치 달성입니다. 오신 손님이 책까지 구입하면 약간의 추가 이익이 발생하겠지요.
이렇게 한 달 20일, 오늘과내일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보수적으로 잡아보면 200만 원 정도입니다. 총수입에서 뺄 걸 빼고 순수익을 헤아려보면 50% 마진율로 100만 원 정도가 됩니다. 놀라신 분이 계실 겁니다. 이 정도면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 두 사람은 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정도라 생각합니다.
사실 희송과 수진의 고민은 다른 데 있습니다. 마지노선으로 잡아놓은 목표치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작은 시골 마을 빵집에 열 명 정도 방문객이 오고, 그날 만든 빵을 남김없이 다 판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더라고요. 커피 다섯 잔도 못 파는 날이 꽤 되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염려 마세요. 다행히 오늘과내일은 3년째 잘 살아있습니다.
‘월 100만 원으로 살아가기’는 저희에게 돈의 세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안겨줬습니다. 희송과 수진은 농담처럼 ‘1,000원의 세계’에 모든 게 담겨있다고 한답니다. ‘1,000원의 세계’는 구매자 없이는 생산자도 없다는 기초적인 경제 원리를 깨닫게 해줬습니다. 아무리 빵을 맛있게 만들고 좋은 의미를 품고 공간을 운영해도 오늘과내일을 찾아주는 분들이 없으면 소용이 없는 거더라고요. 경제 구조 속에 있는 상호의존성을 깨달은 거죠. 소비자들 지갑 사정도 살펴보게 됐습니다. 경기가 어렵다는 소식이 들리면 어김없이 손님들 발걸음이 뜸해집니다. 빵을 골고루 사고 싶지만 딱 먹을 것만 고를 수밖에 없는 형편에 공감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빵과 커피 속에 담긴 전 지구적 사정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커피와 설탕을 생산하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노동자, 전쟁으로 황폐해진 밀밭, 국제 유가와 공급망에 따라 요동치는 교역 현장, 매일의 날씨와 기후 위기, 1,000원 속에 담긴 노동의 시간과 정성, 그리고 소득 불평등.
얼마를 버느냐는 중요한 문제지요. 하지만 ‘1,000원’ 속에는 숫자가 설명하지 못하는 우주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숫자에 관심이 옅어져야 숫자 너머의 세상과 사람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돈으로도 못 사는 것 - 수진
매일 만든 빵을 완판하는 건 저희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에요. 오늘과내일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지구의 자원을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고 그걸 팔아 돈을 벌잖아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지구가 제공한 자원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무리하면 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지요. 자영업 선배님들은 빵이 남더라도 진열대에 빵이 가득해야 장사가 잘된다고 하세요. 맞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은 그만큼 유한한 지구를 많이 사용한다는 거잖아요. 내가 조금 벌면 그만큼 지구를 아낄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당일에 만든 ‘오늘의빵’이 다 팔리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기지 않고 나누려 해요.
월 100만 원의 생활 실험이 넉넉한 통장 잔고를 안겨주지는 않아요. 그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많은 선물을 가져다줬어요. 일단 이름을 알게 된 많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그분들은 더 이상 저희에게 손님이 아니에요. 일상을 공유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눈물을 닦아주는 사이니까 친구 맞지요? 자연과 가까워졌고요.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됐고 식물과 동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됐어요. 시간이 될 때마다 친구들과 새를 만나러 가고 있는데요. 작은 생명이 뿜어내는 생기가 놀라워요. 소중한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었고요. 최근에는 아빠의 마지막 순간을 같이할 수 있었어요. 또 웃음과 눈물이, 감사와 감탄이 많아졌어요. 무엇보다 침묵과 고요. 말수가 줄어든 만큼 많이 듣게 된 지금이 좋아요. ‘돈으로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라는 노래 가사가 종종 생각나요. 모든 게 돈으로 가치 매겨지는 세상이지만 정작 우리를 풍성하게 하는 건 돈으로 못 사는 것들 같아서요.
딱히 사고 싶은 게 없으니 - 희송
점점 사고 싶은 게 없어져요. 그게 문제라면 문제겠네요. 돈은 없지만 돈으로 못 사는 것들이 안겨주는 풍요 속에 있어서일까요. 소비생활에 적극적이지 못해요. 그런데 물건을 팔고 있으니 모순이죠. 때로는 빵을 사거나 책을 사시는 분들에게 ‘이 정도만 사시는 게 어떠세요?’라고 하며 손님 지갑을 걱정하는데요. 하루 10만 원 매출 나오는 가게에서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지. 그래도 ‘오시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소비를 할 수 있게 하자’라는 생각은 늘 갖고 있습니다.
사고 싶은 게 줄어드니 돈 버는 것에도 조바심이 덜 나게 돼요. 쓰기 위해 벌고, 벌었으니 쓰는 경주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겠죠. 소비생활에 조금만 거리를 두면 내가 버는 돈이 적어 보이지만은 않을 겁니다. 저희는 허리띠를 졸라매 돈을 모으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소비라 생각합니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것도 결국은 나중에 무엇을 사기 위함이니까 소비의 다른 형태 같거든요. 적절한 소비 기준은 각기 다르겠지만 소비 욕망을 정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없는 게 많지만 - 수진
당연히 없는 게 많죠. 불편하게 사는 부분도 있고요. 중고 경차를 타고 있고요(수진, 희송 모두 아담해서 딱이지만), 실손 보험도 없어요(이거 보고 바로 전화 오려나요). 에어컨 없이 뜨끈한 다락에서 살고 있습니다(다행히 더위를 많이 타지는 않습니다). 드레스룸이 없어 매해 입을 옷을 정리해야 하고(대표는 옷을 무척 좋아해 매번 눈물이 납니다), 보고 싶은 영화는 12인치 노트북으로 봅니다. 게스트룸에는 욕실이 딸려있지만 저희는 공용 화장실에서 샤워를 해요. 미래를 위한 투자는 일단 빌린 돈부터 갚고요!
외식도 하고 배달도 시키지만(인턴이 도저히 밥을 못 하겠다고 하면 사장이 아량을 베풉니다) 자연과 이웃이 안겨주는 제철을 맛보며 소박하게 밥을 먹습니다. 그래도 가끔 소중한 분들이 오시면 분위기를 낼 줄은 알아요. 명품 선물은 엄두를 못 내지요. 그러나 받는 분을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쓰고 포장을 합니다. 큰 후원은 못 하지만 소득의 일정 부분은 매월 나누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런 질문(질문을 가장한 충고)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도 (하나님의) 큰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소꿉장난 같은 귀촌 생활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충고를 들으며, 오히려 차분해졌어요. 많은 돈으로 큰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단지 한 사람만을 위해 정성을 쏟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요.
떼제에서 ‘단순 소박함이 풍성한 환대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나요. 빈 공간과 시간이 창조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그 속에서 자유롭고 풍성하게 교감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늘 되새기려 해요. 온전한 사랑이신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비우심으로 우리가 충만해졌으니까요.
정성껏 삶을 일구다 보면 – 수진과 희송
마지막 이야기가 되겠어요. 돈을 벌고 돈을 쓰는 일에 그리 진심이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게 많거든요. 하지만 돈에 초월한 사람은 아니에요. 현실계에서 성실하게 나름 진지하게 경제생활을 하고 있어요(계산이 서툴지만요).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닿을 것 같아요. ‘그럼 돈 모아서 뭘 하고 싶으세요?’ 네, 저희는 재산을 물려줄 자녀가 없어서(물려줄 만한 걸 남길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궁극적으로 어떤 목적이 있는지 궁금해들 하세요. 저희 스스로에게도 자주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우리의 나중은 어떻게 될까?’
유은실 작가의 소설 《순례 주택》 주인공 순례 씨는 이름처럼 순례자로 살아가려 해요. 그래서 통장에 비상금 천만 원을 넘기지 않겠다는 경제원칙을 갖고 있지요. 천만 원이 넘는 소득이 생기면 잉여소득으로 간주하고 이웃들과 파티를 해요.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국경없는의사회’에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유서를 공증했고요(순례 씨는 경계를 싫어하거든요). 오늘과내일이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아주 느린 속도겠지만 조금씩 돈이 모일 것 같아요. 그러면 그 돈으로 누군가의 삶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거저 받은 게 대부분이고, 지금도 오늘과내일을 찾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삶을 꾸리고 있으니까요. 이 마음이 변치 않고 오늘을 살기를, 그리고 내일이 펼쳐지기를 기도해봅니다.
이수진·김희송
경기도 연천 조용한 마을에서 작은 빵집이자 동네 책방, 그리고 여행자들이 머무는 게스트하우스인 오늘과내일을 운영하고 있다. 본지 2023년 4월호 ‘뚜벅이 책방 탐방’에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