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속 얘기
[392호 동교동 삼거리에서]
지난해 2월호(제375호)에 커버스토리로 다뤘던 ‘돈을 모아보자’의 반응은 참 뜨거웠습니다. 이런저런 의견들도 평소보다 10배가량 많았고, 서점 판매량도 많았습니다. 2주 만에 동이 났고요. 당시 독자들의 의견은 여럿이었지만, 공통된 지향은 신앙 공동체에서 돈에 대한 서사들이 더 풍성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1년 반 만에 돈을 주제로 커버스토리를 꾸립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필자들이 모두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었습니다. 복상 독자라는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세 편의 글을 한 호흡으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판단은 잠시 유보한 채 글과 글 사이, 같으면서도 다른 작은 틈새의 긴장을 발견하며 읽는 재미를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주제이든 정답을 확고하게 정해놓는 순간, 다양한 서사가 덧붙여지는 길이 막히게 되지요. 돈 씀씀이나 살림살이 얘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시 기존의 결론에 이를지라도, 다른 입장과 처지를 듣는 여지의 시공간은 분명 우리를 풍성한 교제(코이노니아)의 장으로 이끌 테니까요.
로또에 당첨되었으나 가장 어리석게 써‘버린’ 《바베트의 만찬》의 바베트, 비싼 향유를 예수에게 퍼부어 빈민구제의 기회를 날려‘버린’ 마리아…. 은그릇 훔쳐 간 도둑에게 은촛대를 덤으로 줘‘버린’ 미리엘 주교 등 특별한 맥락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일들이 우리의 씀씀이에 깃들어 있습니다. 판단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충분히 주고받아야 하는 이유겠지요.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이제 막 입을 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7월 말(27~29일)에 열리는 성서한국 대회 소식(송지훈이 만난 활동가_배덕만·전성민·정희원)도 눈여겨 봐주세요. 팬데믹으로 인해 4년 만에 열립니다. 그동안 복상에서 다룬 인터뷰를 꼼꼼하게 읽은 분들이라면, 이 대회를 통해 인생의 변곡점을 맞은 인터뷰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실 겁니다. 더 많은 그리스도인이 성서를 통한 배움과 실천을 좇으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교제를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7월 27일은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기도 합니다. 이를 맞아 도착한 시골 할아버지의 편지(성경으로 보는 세상만사_전성은)는 한반도에서 점점 더 아득해지는 평화를 살려낼 책임이 그리스도인에게 있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마침 성서한국 대회에서도 ‘평화’를 이야기한다고 하니, 올여름은 평화를 찾는 달로 여기면 좋겠습니다. (8월호 커버스토리는 평화를 담아냅니다.)
샬롬!
이범진 편집장 poemgene@goscon.co.kr